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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大위기①] "구름 끼는 날엔 태양광 발전 못해요"…한계 봉착한 신재생


입력 2021.03.31 07:00 수정 2021.03.30 20:51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신재생 간헐성 잠재적 위협으로 다가오는데

대통령은 이해도 못한 채 엉뚱한 비전 제시

전문가 "이대로 가면 '대정전 사태' 부를 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설 연휴 임시개통 예정인 전남 신안군 임자2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원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설 연휴 임시개통 예정인 전남 신안군 임자2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원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전남 신안해상풍력을 방문해 "신안풍력은 한국형 신형 원전 6기 발전량에 해당한다. 이는 서울과 인천의 모든 가정이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라고 홍보했다가 학계와 지역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발전량은 알고보니 발전량이 아니라 설비용량이었다. 풍력발전은 날씨와 계절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해 발전량은 설비용량의 3분의 1 수준이다. 한 나라 리더가 이러한 재생에너지 맹점을 강점으로 둔갑시켜 당당하게 국가 비전으로 제시했다. 100년 대계 국가 에너지 계획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국민은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30일 에너지 업계 및 학계 의견을 종합해보면, 풍력발전 전체 설비용량 대비 실제 발전량을 보여주는 발전효율(이용률)은 많이 잡아야 3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 이용률은 15%로 절반 수준이다.


정부가 신안 앞바다에 8.2GW급 세계 최대 규모 풍력단지를 짓겠다고 공표했지만 이러한 간헐성을 고려할 때 실제 발전량은 2.7GW 수준으로 추정된다. 원전 이용률이 약 90%인 점을 고려하면 이 초대형 풍력단지는 1.4GW 규모 신형원전 6기가 아닌 2기 발전량 수준에 불과하다.


신재생에너지가 발전량과 발전설비 간 이같이 큰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해가 나지 않거나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전력생산이 멈춰서기 때문이다. 이렇게 날씨와 계절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특성을 '간헐성'이라고 부른다. 전문가들은 간헐성 떄문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과정에서 대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전력 대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 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를 통해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LNG는 출력 조절이 자유로워 현실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 기복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41.3GW 규모였던 LNG 비중을 2034년까지 58.1GW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LNG는 환경오염을 촉발하는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맹점이 있다. 다수 연구기관에 따르면 LNG 발전 과정에서 일산화탄소(CO), 미연탄화수소(UHC) 등 다양한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초미연탄화수소는 미세먼지 원인물질 중 하나로 꼽힌다.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 제로(0)를 골자로 한 '탄소 중립'을 이행하겠다는 정부가 스스로 모순된 길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신안풍력 47조원 민간투자…밑지며 뛰어들 기업 있나


그간 기저부하를 담당해오던 원전과 석탄화력 대신 재생에너지를 기저발전으로 사용하겠다는 정부 에너지 계획은 현실적인 장벽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선 재생에너지는 사업 수지가 터무니없이 낮다. 원전 2기 발전량 수준 신안해상풍력사업에 48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신형원전 1기 건설비가 5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단순 비교해도 비용 차이가 5배다. 여기에 해상풍력(20년)과 원전(60년) 수명까지 고려하면 투자 대비 효용성은 풍력 발전이 원전보다 약 15배 비싸다.


더욱이 정부는 신안해상풍력 사업비 48조5000억원 중 정부가 9000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47조원은 민간기업이 투자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익 분석을 해본 기업이라면 손실이 예고된 이 사업에 뛰어들 민간기업은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전문가들은 8.2GW급 신안해상풍력단지가 한국 실정에 맞지 않게 거대한 규모라는 점을 지적한다. 신안해상풍력단지는 계획상 현존하는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인 영국 Horn Sea보다 무려 7배나 큰 규모다. 전 세계 해상풍력 누적 설치용량은 2010년 3GW에서 2019년 28GW로 10년간 25GW 늘어나는데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을 더해준다.


거대한 규모이다 보니 송전선로 구축도 난제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부산 기장에 있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결정될 당시 송전탑이 지나가는 밀양 주민들이 극렬하게 반대했다"며 "신안해상풍력 송전용량은 신고리 5·6호기 3개분에 해당하는데 이미 태양광 시설이 많이 들어선 전남에서 송전문제로 인한 주민들 반발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신안해상풍력단지 완공 시점이 2030년임을 감안하면 9년 안에 이러한 한계적 상황들을 해결하고 사업을 완수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불과 4년 뒤인 2034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77.8GW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신안해상풍력단지의 10배 규모를 더 늘려야 하지만 아직까지 부지 선정 계획도 없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크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단지. ⓒ한전 태양광과 풍력 발전단지. ⓒ한전
신재생 중심 에너지 믹스 '대정전 사태' 부를 수도


에너지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믹스가 대정전 사태를 부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노동석 서울대학교 전력연구소 박사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전력수급 불안정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만약 수정 없이 이대로 간다면 정전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위태한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2034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77.8GW로 계산한 반면 피크 시 공급기여도는 고작 10.8GW로 계산했다. 이는 정부 당국조차도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인식하고 과열로 인한 단전 등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피크기여도'를 과도하게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피크기여도는 전력사용이 가장 많은 시간에 발전원이 기여하는 정도를 뜻한다.


노 박사는 "9차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80GW 가까이 잡았는데 전력 수요가 적은 주말에는 최대수요(피크)가 80GW도 채 안 되는 날이 많다"며 "반면 일조량과 풍량이 많은 날엔 최대수요를 초과하게 된다. 과전류로 정전이 일어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태양광, 풍력은 발전 시간과 발전하지 않는 시간의 발전량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진다. 해가 나오지 않거나 바람이 불지 않을 땐 전력생산 자체가 불가능한 반면 일조량과 풍량이 많을 때는 전력 과잉공급으로 과전류가 흐르며 화재나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상시로 '출력제한(Curtailment)'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다.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는 육지에서 이미 시작됐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22일 2차례에 걸쳐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안좌스마트팜 태양광발전소가 회당 30분가량 강제로 발전을 멈췄다. 시간은 오후 2~3시로 전해졌다. 명절 때 일시적으로 부하(전력수요)가 낮은 경우 몇 차례 출력제어 한 적은 있지만 평일 낮에 재생에너지 출력을 제한한 것은 첫 사례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출력 제한 사례가 늘어날 것을 암시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선발주자 영국에서는 해상풍력 고장으로 '정전 대혼란(Power cut chaos)'을 겪는 사례도 나왔다. 2019년 8월 9일 오후 5시께 수도 런던 등 잉글랜드 남동부와 웨일스 지역에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잉글랜드 북부 요크셔 앞바다에 세워진 세계 최대 규모 혼시풍력발전소가 고장으로 멈춰섰기 때문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사상 최악의 대정전으로 영국 전역에서 최소 100만여 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후 영국에서는 전력 수급이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재생에너지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비판이 쇄도했다"고 설명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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