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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크레딧㉝] 똘아이박 "시대가 변해도 좋은 멜로디의 곡은 살아남는다"


입력 2021.03.20 16:40 수정 2021.03.22 14:42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2004년 MC몽 '너에게 쓰는 편지' 편곡으로 데뷔

저작권협회 등록곡만 400여개

신현우·단칸방 로맨스 프로듀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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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똘아이박(박현중)은 2004년 MC몽 1집 '너에게 쓰는 편지' 편곡으로 데뷔해 씨스타의 '나 혼자', 다비치의 '헤어졌다 만났다', 유주&로꼬 ‘우연히 봄’, 송하예 '니 소식' 드라마 '하이에나', '거짓말의 거짓말', '계약 우정' OST 등 400여개의 곡을 만들어낸 히트 작곡가다. 아이돌 그룹 멤버를 꿈꿨지만,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닫고 음악을 만드는 일을 업으로 선택했다.


용감한 형제와 인연을 맺은 그는 브레이브 사운드에서 많은 히트곡을 배출했다. 용감한 형제는 똘아이박에게 많은 영감과 영향을 준 인물이다. 똘아이박은 그를 만난 후 음악 스타일이 확실히 달라지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2011년에는 브레이브사운드를 떠나 크레이지 사운드를 설립했다. 현재는 후배 프로듀서들의 수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가 자신의 회사를 설립한 이유는 간단했다. 작업하는 음악의 장르 폭을 넓히기 위해서였다.


"하고 싶은 음악이 있어서 따로 나와서 작업하게 됐어요. 회사에 소속되면 아무래도 정해진 음악을 먼저 해야하니까요. 소속돼 있는데 다른 음악을 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음악 장르 폭을 넓혀 댄스곡 뿐 아니라 발라드, 트로트, 미디엄 템포 곡 다양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급변하는 가요 시장에서 트렌드를 읽어내 오랜 시간 사랑받는 작곡가는 손에 꼽는다. 똘아이박은 댄스 음악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장르에 손을 대면서 자신의 생명력을 스스로 늘려왔다. 꾸준히 트렌드를 분석한다는 그는 최근 가요 흐름도 어김없이 파악하고 있었다.


"할 줄 아는게 이거 밖에 없어요.(웃음) 요즘은 트로트가 선전하고 댄스 음악은 이렇다 할 히트곡이 없는 것 같아요. 음악은 10년 주기로 돌고 도는데 요즘은 2000년대에 유행했던 발라드나 미디엄 템포 곡이 또 강세를 보이고 있어요. 노래를 찾아듣는 세대가 교체된 것이 한 몫 하는 것 같아요. 예로 우리에게 디스코 음악은 향수를 자극하는 음악이지만, 지금의 10대 20대들에게는 새롭게 들리는거죠. 70~80년대 유행하던 시티팝이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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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장르의 곡을 만들지만 스스로는 댄스 음악을 만들 때가 제일 재미있다고 고백했다. 손이 많이 가고 할 일도 늘어나지만, 역동적인 댄스 음악의 매력은 출구가 없다.


"작업할 때 손이 많이 가지만 트랙 만드는 일이 제일 재미있어요. 댄스 음악은 트랙, 보컬, 사운드에 다 신경써야 해요. 발라드도 마찬가지만요. 그리고 발라드는 보통 한 사람이 부르지만 댄스 음악은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부르다보니 작업할 것들이 더 많아요. 그래도 계속 만들고 싶어지는 매력이 있어요."


최근 아이돌 그룹들이 싱글, 미니앨범 등의 형태로 곡을 빠르게 2주, 여유있게는 두 달의 간격을 두고 노래를 발표하고 있다. 짧아진 공백만큼 곡을 작업하는 속도도 단축된다. 오래 기억되기 위해 만드어지기 보단, 금새 휘발될 목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음악의 등장이 아쉽다.


"예전보다 기억에 남는 댄스 음악이 많이 없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지금은 댄스 음악이 특정 기간에 소비만 하고 나중에 찾아듣진 않잖아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시장은 계속 새로운 걸 찾으니까요. 다채로워졌지만 중독성이 약해졌고, 그래서 트로트가 더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 않았나 싶어요."


똘아이박은 노래가 오래 사랑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를 가사와 멜로디로 꼽았다.


"전 좋은 가사와 멜로디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좋은 음악들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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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케이팝 작곡가들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작곡가와도 경쟁을 하고 있다. 해외에서 케이팝이 사랑 받자, 외국 작곡가들도 케이팝 영역에 발을 담구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서도 해외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현지 작곡가의 곡을 수급해오기도 한다. 똘아이박은 이 현상이 케이팝의 색깔을 희석시키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란 의도는 좋아요. 그런데 전 개인적으로 '한국적인게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조금 아쉽기도 해요. 개성이나 색깔이 없어지는 것 같거든요. 그룹을 알리기엔 좋지만, 음악을 알리기는 쉽지 않죠. 한국 음악이 해외에서 잘되니까 시장을 겨냥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만, 한국에서 잘되는 음악으로도 충분히 해외를 공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똘아이박은 제작자로서도 활동 하고 있다. 싱어송라이터 신현우, 단칸방 로맨스의 앨범을 프로듀싱, 제작하고 있다. 실력있는 가수와 작업하는 일 만큼 보람을 가져다주는 일도 없다.


"목소리 색깔이 좋고, 실력도 있는 친구들입니다. 좋은 곡만 만나면 잘 될 것 같아요. 저의 소확행입니다."


많은 후배들이 그에게 미래의 불안감이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럴 때마다 그는 "꾸준한게 답"이라는 대답을 내준다고.


"멀리에서 찾지 말고 자신 만의 길을 갔으면 좋겠어요. 요즘엔 유튜브에 작곡에 관한 게 많이 나와있잖아요. 그걸 이해할 정도면 곡 쓰는게 문제 없어요. 스스로 음악을 많이 듣고 연구를 하면 충분히 좋은 작곡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음악 외에는 취미가 없다는 똘아이박. 취미가 일이 됐을 때, 쫓기는 시간과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물이 스트레스로 다가왔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시간은 이 뿐만 아니라 그의 궁극적인 가치관에도 변화를 가져다줬다.


"예전에는 '1등 해야지'란 목표도 있었고, 노래가 잘되서 어느정도 자리에올라왔을 땐 한참 곡 만드는게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공허함이 오더라고요. 지금은 즐겁게 음악을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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