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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원금·이자 유예 또…130조 '시한폭탄'


입력 2021.03.02 12:00 수정 2021.03.02 11:19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코로나19 금융지원 다시 연장…여신 위험 가중 우려

땜질식 정책 '의문부호'…일괄적 상환 연장 신중해야

국내 금융권별 대출 만기 연장 및 원금·이자 상환 유예 금액.ⓒ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금융권별 대출 만기 연장 및 원금·이자 상환 유예 금액.ⓒ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금융당국이 당초 이번 달 종료하기로 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또 다시 연장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은행 등에서 납입이 미뤄진 돈만 벌써 13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금융 리스크가 누적돼 가고 있는 가운데,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정책이 잠재적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상대로 시행돼 온 대출 원금 상환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오는 9월까지 연장 실시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앞선 지난 16일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하고 정책 재연장을 최종 결정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작된 금융권의 대출 만기·이자 상환 연장 조치는 벌써 세 번째다. 정부와 은행들은 코로나19 금융지원 방안에 따라 지난해 2월 이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상환의 만기를 연장해주고 이자 상환을 유예해줬다. 그리고 같은해 9월 말 약속했던 기한이 도래했지만, 6개월을 추가 연장해 올해 3월까지로 미뤄진 상태였다.


이번 금융당국의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코로나19 국면과 그에 따른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곤란이 가중되고 있는 탓에, 정부로서는 금융지원을 중단하기 어려운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대출 상환이나 이자 납부를 유예하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곧 그 만큼 갚지 못하는 빚이 쌓여가고 있다는 의미여서다. 금융지원 정책이 끝나고 대출 원금을 상환해야 할 때 차주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금융사들이 코로나19 여신 지원 정책에 따라 재약정을 포함해 만기를 연장해 주거나, 원금 혹은 이자 상환을 유예해 준 금액은 총 130조355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이 88조8097억원, 정책금융기관이 40조3075억원, 제2금융권이 1조2384억원 등이다.


그리고 이 중 상당수는 대형 시중은행들에 쏠려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코로나19 여신 지원 정책에 따라 재약정을 포함해 만기를 연장해 준 대출 잔액은 이번 달 17일 기준 총 73조213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은행들은 이와 별도로 대출 원금을 나눠 갚고 있던 기업의 분할 납부액 6조4534억원도 받지 않고 미뤄줬다. 같은 기간 455억원의 이자도 유예했다. 아울러 이런 이자와 연결된 대출 원금은 1조9635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납입이 미뤄진 대출 원금과 이자를 모두 합하면 81조6755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은행권도 코로나19에 따라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정책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묻지 마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이자 유예는 다시 한 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이자는 낼 수 있지만 원금이라도 만기를 미뤄달라는 사례는 은행으로서도 훗날 정상적인 대출 상환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장 이자도 못 내겠다는 기업들은 제대로 위험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기업들의 경우 한꺼번에 내야 할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고, 결국 금융지원이 끝난 후 한계 상황에 봉착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으로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사업자들에 대한 금융지원은 정부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은행들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라면서도 "다만, 정책 종료 후에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 예상되는 기업을 상대로는 장기적 안목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를 단순한 잣대로 일괄 적용하기 보다는 차주별 상환 여력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며 "이대로 금융 리스크가 누적되면 은행은 충당금 추가 적립으로, 차주는 불어난 금융비용으로 모두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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