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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오버예요" 김연경도 흔들린 흥국생명, 올라설 수 있나


입력 2021.03.01 16:36 수정 2021.03.02 07:35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GS칼텍스전 패배로 시즌 첫 2위 추락...분위기도 다운

김연경도 심판에 항의하다 경고...시즌 3경기 남아

흥국생명 김연경. ⓒ한국배구연맹 흥국생명 김연경. ⓒ한국배구연맹

‘어우흥’ 아성이 마침내 깨졌다.


흥국생명은 28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1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전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졌다. 이날 패배로 흥국생명은 세트득실률에서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10월 21일 리그 첫 경기를 치른 흥국생명은 10월 31일 리그 1위에 오른 뒤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다가 120일 만에 2위로 가라앉았다.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놓칠 위기에 몰렸다. GS칼텍스의 메레타 러츠(30득점)-강소휘(18득점)-이소영(17득점) ‘삼각편대’가 화력을 뿜으며 선두로 올라섰다.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이라는 국가대표 레프트와 세터를 등에 업은 흥국생명은 ‘월드 클래스’ 김연경까지 합류, 개막 전 배구팬들로 하여금 기대와 함께 ‘생태계 파괴’라는 우려를 하게 했다.


시즌 초반 라운드 전승, 컵대회서 충격의 패배를 안겼던 GS칼텍스를 꺾을 때만 해도 흥국생명의 우승은 당연하게 느껴졌다. 흥국생명이 개막 10연승을 질주하자 한 프로배구 해설위원들은 “흥국생명의 독주로 다른팀 선수들의 사기가 꺾일 것 같다. 상위권 경쟁의 재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지금은 그때와 사뭇 다르다. 승점10 이상의 차이로 선두를 질주하던 흥국생명은 최근 3주 동안의 추락으로 추월을 허용했다.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사과문을 쓰고 징계 받고 있는 이재영-이다영 이탈 후 흥국생명은 크게 흔들렸다. 학폭 이전에도 팀 내 불화설이 불거져 휘청거렸던 흥국생명은 학폭 파문 이후 전혀 다른 팀이 되어버렸다.


3경기 연속 셧아웃 패배, 최단 시간 패배 등 불명예기록을 뒤집어썼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선수들은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박미희 감독이 취재진을 통해 “우리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할 정도였다.


코트에서 에너지를 분출하며 팀을 이끌어가던 김연경의 표정도 어두웠다. 패배 후 코트를 빠져나갈 때도 바닥을 보며 터벅터벅 걸어 나갔다.


지난달 19일 KGC인삼공사전에서 김연경-브루나 위력을 확인하고 승리할 때만 해도 분위기가 바뀌는 듯했다. 김연경은 놀라운 공격성공률과 함께 후배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었다. 자신감을 충전한 팀원들도 집중력을 보여줬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브루나도 V리그 진출 이후 최다득점을 세우며 의욕을 보였다.


승리 후 코트에서 서로 얼싸안으며 자축하는 모습을 본 박미희 감독은 “잊지 못할 승리다. 챔프전에서 승리한 것 같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2연패에 빠지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GS칼텍스전 패배로 팀 분위기는 더 무거워졌다. 라이벌전에 대한 부담 속에 풀리지 않는 경기로 신경이 날카로웠던 김연경은 심판에게 항의하다 경고까지 받았다. 분투한 김연경도 심판에게 다가가 “넘어가지 않았는데 무슨 오버예요 선생님. 손 넘어가지도 않았는데...”라며 항의하다 경고를 받고 돌아섰다.


그 와중에도 김연경은 세트 막판 힘을 내며 한 세트를 가져왔지만 고질적인 리시브 불안은 흥국생명의 발목을 잡았다. 리시브가 불안하다 보니 이다영 자리를 메우고 있는 김다솔도 안정적이지 못했다. 손발이 맞지 않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범실은 계속됐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들과 필요한 선수들이 경기 도중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자신감은 더 잃어갔다.


상대 GS칼텍스는 응집력과 재치 있는 득점으로 흥국생명의 힘을 더 뺐다. 준비한대로 자신감 있게 경기를 치르며 4연승을 질주한 GS칼텍스와 대조적이었다.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은 흥국생명이 5라운드 때보다는 살아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흥국생명 ⓒ 한국배구연맹 흥국생명 ⓒ 한국배구연맹

박미희 감독도 “브루나가 점차 살아나고 있고, 선수들의 리듬도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세터 쪽에서 아쉬움은 분명 남는다. 이재영이 있을 때보다 김연경도 체력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다. 더 힘든 것은 일거수일투족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는 관심이다. 작은 실수 하나가 더 크게 느껴지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리시브도 리시브지만 떨쳐내기 힘든 어수선한 분위기와 당연하게 여기는 우승에 대한 부담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흥국생명의 정규시즌과 봄배구가 달렸다. 김연경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지금의 분위기를 바꿀 만한 승리가 필요하다.


흥국생명은 닷새 휴식을 취한 뒤 6일 한국도로공사를 시작으로 9일 현대건설, 13일 KGC인삼공사를 상대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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