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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신한울 3·4호기에 산소호흡기 달자…탈원전 역풍 더 거세졌다


입력 2021.02.25 07:00 수정 2021.02.24 22:07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탈원전 매몰·손실비 차기 정부에 떠넘기는 것"

정치권, 원자력노조·지자체 일제히 나서 규탄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건설 중지된 경북 울진 신한울 원전 3·4호기 예정지. ⓒ한수원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건설 중지된 경북 울진 신한울 원전 3·4호기 예정지. ⓒ한수원

정부가 지난 22일 경북 신한울 원전 3·4호기 공사계획인가 기간을 2023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법정 시한을 닷새 남겨놓고 사업을 계속 추진할지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을 벌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서 기사회생했다.


그런데 좀처럼 신한울 3·4호기를 둘러싼 후폭풍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원자력 노동조합, 지자체 등에서 일제히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탈원전 뒤처리 책임을 차기 정부에 전가하려 한다는 게 이들 주장 핵심이다. 눈앞의 급한 불을 끄면 역풍이 잠잠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정부는 뒷수습이 쉽지 않자 당황한 모습이다.


"신한울 한시 연장은 책임회피 꼼수" 규탄 목소리↑


국민의힘 탈원전·북원전 진상조사특별위원회는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 재개가 아닌 사업 종결을 위한 수순"이라며 "사실상 우리나라 원전에 대한 사망 선고를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매몰비용만 최소 6500억원에 달한다"며 "만약 건설이 백지화되면 울진 지역 경기 악화, 관련 기업 도산까지 경제 피해 금액만 수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법적 대응까지 불사했다. 권성동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월성 1호기 폐쇄 관련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도 있었는데 신한울 3·4호기도 불법성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며 "관련 자료를 모으고 관련자 증언을 들어 직권남용으로 형사 고소하거나 감사 청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자력노동조합연대도 이날 성명서는 내고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공론화하고 추진 중이던 신한울 34호기를 즉각 재개하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두산중공업 등 정부 탈원전 정책에 직격탄을 맞은 기관 종사자들이 결성한 단체다.


이들은 "정부가 기한연장을 결정하며 핑계로 내세우고 있는 탈원전 비용보전에 대한 법령개정 계획은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신한울 3·4호기의 계획 파기는 정치 놀음 댓가를 국민 혈세로 때우겠다는 것이고, 차기 정권으로 숙제를 넘기겠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규탄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까지 규탄에 참여했다. 경북도청은 23일 산업부, 한수원 등 관계기관에 건설 재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주민 피해 조사와 보상, 원전자율유치금 380억원 사용 승인을 이들 기관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번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 인가에 따라 원전 건설이 반드시 재개돼야 하며 영덕 천지원전 예정구역 지정 철회 행정예고로 백지화가 확정된 영덕의 지역주민 보상도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며 "원자력은 기저전력 및 탄소제로 에너지원으로서 그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만큼 감축보다는 지속적인 운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속내는 탈원전 뒤처리 책임 회피…매몰비용 차기 정부로 떠넘기나


이들 주장을 종합해보면,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인가 기간 연장 조치는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딸린 수많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속내라는 이야기다. 신한울 3·4호기 사업이 폐지 수순을 밟는다면 현 정부가 사업 중단으로 발생한 매몰비용과 손실비용 보전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사업에는 부지 조성과 주(主)기기 사전제작, 설계용역 등 약 7790억원이 투입됐다. 사업이 취소되면 이 돈을 송두리째 날리게 돼 한수원 이사회에 대한 업무상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외 환경영향평가 용역이 중단된 천지 1·2호기와 대진 1·2호기 매몰비용은 각각 979억원, 34억원이다.


한국수력원자력 노조를 비롯한 원자력노동연대가 16일 세종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신한울 3·4호기 발전사업 허가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한국수력원자력 노조를 비롯한 원자력노동연대가 16일 세종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신한울 3·4호기 발전사업 허가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손실비용 보전 문제는 풀리지 않는 실마리다. 한순탁 원자력노동조합연대 기획처장은 "산업부는 에너지전환로드맵에 따라 적법하고 정당하게 지출한 비용에 대해 보전해주겠다고 했는데 '정당한 보전'이란 말은 논란을 필연적으로 낳는다"고 설명했다.


한 처장은 "신한울 3·4호기는 약 20년 가까이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차례 거쳐 논의해왔고 이에 맞춰 수많은 산업 계열에서 선 작업을 진행을 해왔다"며 "한수원 위주로 지원 대상을 쉽게 정했다간 연계된 원전산업계 반발을 살 것이 뻔하니 정부가 기준을 정하기 막막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탈원전 비용 보전은 결국 세금으로 하겠다는 것인데 원전 분야 이외 정부가 여태까지 사업을 하다가 실패하거나 중단한 모든 사례에 소급적용해 보상할 수 있느냐"며 "분명 형평성 시비가 불거지고 기준 자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탈원전 뒤처리 부담으로 정부가 신한울 3·4호기 사업 추진 결정을 유보했다는 분석이다. 원전을 재개하는 건 탈원전 기조에 맞지 않고 탈원전대로 폐지했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내년 3월이면 현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사실상 끝나는 가운데, 신한울 3·4호기에 대한 판단을 2023년 12월까지 미룬 건 "차기 정부가 책임지라"는 식의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는 "공사계획인가 연장 기간에 대해서는 정부가 2017년 10월 에너지전환로드맵에서 밝힌 '적법·정당하게 지출한 비용에 대한 보전 원칙'을 고려할 것"이라며 "신한울 원전, 월성원전 뿐만 아니라 지정 철회된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 등 신규원전도 산정될 예정"이라고 원론적 이야기를 했다. 비용 보전 방안이 담긴 에너지지원법은 현재 법제처 심의 중이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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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뚱뚱띵띵 2021.02.25  11:50
    생색나는일은 숫가락들고 나타나고, 책임질일은 회피하고 참 야비한 정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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