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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택배 갈등②] ‘택배사-노조-대리점-화주’ 다 다른 이해관계, 타협점 난망


입력 2021.02.23 07:00 수정 2021.02.22 21:03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6000명 분류 인력 투입했지만 비용 부담 문제 여전히 진행 중

운임 인상 공감 하지만 인상 폭, 방법 등 세부사항 이견 커

쿠팡처럼 직접 고용?…한 번에 산업구조 바꾸기 쉽지 않아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뉴시스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뉴시스

지난달 21일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과로사 대책 1차 합의문’을 발표했다.


노사 간 쟁점이었던 택배 분류작업을 택배기사의 기본업무에서 제외하고 택배사가 이를 책임지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택배기사의 근로시간을 주 60시간으로 제한하고 밤 9시 이후 심야 배송을 금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1차 합의 5일 만에 노조는 택배사가 합의를 파기했다며 다시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를 두고 당시 업계 일각에서는 예고된 파행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결론적으론 다시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고, 택배 대리점연합을 다독이며 설 명절 택배대란은 피할 수 있었지만, 언제든 다시 갈등이 심화돼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보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택배사와 노조, 택배 대리점 등 택배산업을 둘러싼 주체들 간 서로 다른 이해관계 탓에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7일 진행된 2차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택배비 인상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 모색을 위해 한 발 더 나아간 것은 사실이지만, 주체들 간 꼬인 실타래를 모두 풀어내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6000명 분류 인력 현장 투입…비용 놓고 택배사-대리점 간 ‘동상이몽’


택배 분류 인력 문제에 대해서는 택배사와 노조, 대리점 간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다.


1차 합의문에 따라 택배사가 분류작업을 담당하게 되면서 택배기사 입장에서는 일정 부분 근로강도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지만 비용을 분담하고 관련 인력을 운영해야 하는 택배사와 대리점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택배사들은 지난 4일을 기점으로 앞서 택배노조와 약속한 총 6000명의 분류 인력 투입을 완료했다. 회사별 투입 인력은 CJ대한통운 4000명,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 각 1000명이다.


이에 따라 추가되는 인건비는 연간 1000~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비용을 누가 얼마나 더 부담하느냐다.


현재는 대리점과 택배사가 나눠 부담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 비중을 어느 선으로 조정할 지가 관건이다.


택배사는 택배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대리점은 택배기사들을 고용해 택배를 배송하는 구조다. 그렇다 보니 택배기사들과 직접 계약을 맺는 것은 대리점으로 이에 대한 비용도 대리점이 직접 부담하고 있다.


대리점 측에서는 1차 합의안에 따라 택배사가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올해부터 택배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 산재보험이 의무화되면서 비용 부담이 더 커졌다는 주장이다.


반면 택배사 측에서는 이미 절반 이상을 부담하고 있고 향후 논의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갈등이 심화되면서 CJ대한통운 택배 대리점연합은 지난달 말 현장 분류 인력 3000명을 빼겠다고 밝혔다가 사측과 향후 다시 논의하는 조건으로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이런 문제를 두고 일각에서는 산업이 성장하며 나타나는 성장통이란 주장도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주장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산업 초기에는 물량이 많지 않아 택배기사가 이를 담당해도 부담이 크지 않았지만 택배 물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제는 분류작업이 업무 강도를 높이는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택배 4사 대리점 관계자들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리점과 택배 종사자들의 의견이 무시된 합의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데일리안 택배 4사 대리점 관계자들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리점과 택배 종사자들의 의견이 무시된 합의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데일리안
2차 사회적 합의기구서 백마진 개선 본격 논의…화주들 반발도 거세


택배 운임 인상을 놓고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지난 17일 진행된 2차 사회적 합의기구에서는 현재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는 백마진 등 요금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두고 집중적으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평균 2500원 수준인 택배요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중 택배사가 1700~1800원을 가져가고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700~800원을 떼어 가는 구조다.


포장과 물류 보관비 등을 명목으로 가져가는 것인데, 사실상 대형 화주를 유치하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비용인 셈이다.


당장 택배 운임을 인상할 경우 소비자 반발이 거셀 수 있다 보니 이 백마진 구조를 개선해 실질적으로 비용 인상 효과를 보겠다는 것이 백마진 개선 논의의 핵심이다.


하지만 대형 쇼핑몰 등 화주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택배기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에는 공감하지만 택배산업 내 문제를 제3자인 화주들을 끌어들여 해결하려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 업계 내에서도 경쟁이 심화되면서 고객 유치를 위해 무료배송 등 사업자들이 물류비용을 부담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고, 입점한 판매자 수가 많다 보니 의견수렴에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행 백마진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법이나 제도로 의무화한다고 해도 물류비용을 온전히 판매가격이나 소비자에게 전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은 소비자들의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택배사의 직접 고용 형태로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글로벌 물류기업인 페덱스나 DHL 국내에서는 쿠팡이 배송기사를 직접 고용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택배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나 관리 부담이 큰 데다 단 시간 내에 산업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는 점에서 또 다른 갈등 요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 노사와 대리점 등 사회적 합의기구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도 택배 비용 인상과 거래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인상 폭이나 분류 인력 비용에 대한 비중 등 세부 사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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