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5년차까지 적립률 99.1% 그쳐…7% 넘는 수수료에 '발목'
명목 이자율은 2%대지만…10년 지나도 예·적금 수익률 밑돌아
생명보험사 연금보험 적립률 하위 10개 상품.ⓒ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연금보험 상품의 수익률이 5년 동안 꾸준히 돈을 부어도 원금조차 건지기 힘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사들이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에서 사업비 명목으로 7%가 넘는 수수료를 떼 가고 있어서다. 제로금리가 현실이 된 와중에도 연금보험은 연 2%가 훌쩍 넘는 이자를 준다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과도한 사업비 탓에 실제 수익률은 은행의 예금이나 적금만도 못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가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명보험업계에서 판매된 67개 연금보험 상품들에 매달 돈을 내는 적립식 조건으로 가입했을 때, 보험료 납입 5년 차에 예상되는 적립율은 지난 달 말 기준 평균 99.1%로 집계됐다. 이처럼 적립률이 100% 이하라는 것은 특정 시점에 기대할 수 있는 보험금이 그 동안 가입자가 낸 보험료 원금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상품별로 보면 이처럼 5년차 적립율이 100% 이하인 경우가 58.2%(39개)로 절반이 넘었다. 해당 조건에서 기대 수익률이 가장 낮았던 연금보험은 동양생명의 '(무)수호천사꿈나무재테크연금보험'으로 적립율이 90.9%에 그쳤다. 이어 ABL생명의 '무배당보너스주는달러연금보험Ⅲ'과 '무배당보너스주는달러연금보험'의 적립률이 각각 96.1%로 낮은 편이었다.
이밖에 KDB생명의 '(무)KDB연금보험(96.5%)'과 DGB생명의 '행복파트너든든연금보험 무배당 2103(96.5%)', 오렌지라이프생명의 '무배당 프리스타일 연금보험 플러스(96.6%)', 흥국생명의 '(무)흥국생명 OK연금보험(96.8%)', 동양생명의 '(무)수호천사누구나행복연금보험(96.8%)', IBK연금보험의 '무배당 IBK프리미엄연금보험_2007(96.8%)', AIA생명의 '(무)GOLDEN CHOICE 연금보험(96.9%)' 등이 납입 5년차 적립률이 낮은 하위 10개 연금보험으로 꼽혔다.
이처럼 연금보험에 수 년 간 돈을 넣었음에도 수익률이 마이너스에 그치고 있는 이유는 사업비 때문이다. 사업비는 생보사가 상품과 적립금 운용을 위해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 원금에서 제하는 비용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연금보험들에 가입하고 5년 간 납입된 보험료에서 생보사들이 떼 간 사업비의 비율은 평균 7.2%에 달했다.
문제는 연금보험들이 겉으로는 매년 2%가 넘는 금리를 주는 것처럼 포장돼 있다는 점이다. 사업비를 우선 제외한다는 보험 상품의 기본 구조를 감안하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를 잘 모르는 소비자들로서는 실망이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생보사들이 연금보험에 매긴 평균 예정이율은 연 2.25%에 이른다. 이를 5년 간 복리로 단순 계산했을 때 예상 수익률은 11.8%에 이른다. 하지만 사업비를 빼고 나면 아직 원금도 회수할 수 없는 실정이다.
가입 기간이 더 늘어나면 점차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게 되지만, 괴리감이 크긴 마찬가지다. 10년 간 연금보험 평균 예정이율을 적용했을 때 기대되는 수익률은 24.9%다. 하지만 사업비를 제외한 나머지 원금에 대해서만 이런 예정이율이 부여돼 실제 수익률은 6.1%에 그친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판매하는 웬만한 예·적금보다도 낮은 수치다. 국내 은행들의 지난해 11월 저축성 수신 평균 금리는 0.90%였다. 여기에 똑같이 5년과 10년 동안 돈을 넣었을 때 예상되는 수익률은 각각 4.5%와 9.3%로 연금보험을 웃도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연금보험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0%까지 추락하며 사상 처음으로 0%대까지 낮아지자, 연금보험이 내세우고 있는 2%대 이자율이 더욱 고객들의 관심을 끄는 분위기다.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생보사들이 연금보험을 통해 거둔 초회보험료는 1조606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776억원)보다 1.9%(293억원) 늘었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한 뒤 처음 납입한 보험료로, 보험업계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금보험과 같은 저축성 상품은 사업비에 따라 최종 수익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공시이율과 더불어 이런 측면까지 꼼꼼히 비교해 봐야 한다"며 "그래도 결국 의미 있는 수익률을 거두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계약 유지가 필수라는 점에서 자신의 경제 여건을 고려해 장기적 안목에서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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