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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청출어람in가요] 다시 만난 윤종신·정준일, 따뜻해서 더 아픈…‘잘했어요’


입력 2021.01.25 13:18 수정 2021.01.25 13:19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2021 '월간 윤종신' 1월호, 정준일 '잘했어요' 22일 발매

<제자가 스승보다 나은 것을 비유하는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수들은 선배 가수의 명곡을 자신의 색깔로 재해석하거나, 빛을 보지 못했던 노래를 다시 부르면서 그 가치를 재평가 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반면 잘못된 편곡 방향이나 가창력으로 오히려 명곡을 훼손했다는 평을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편곡과 가수의 목소리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과 감성을 주는 ‘청출어람 리메이크’곡을 살펴봄으로써 원곡들도 다시금 조명합니다.>


ⓒ미스틱스토리 ⓒ미스틱스토리

윤종신은 월간 음악 프로젝트 ‘월간 윤종신’을 통해 꾸준히 대중들과 음악으로 소통하고 있다. 2010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가수들과의 협업을 해오면서 다양한 장르와 형식의 음악을 만들어왔다.


올해 ‘월간 윤종신’은 기존에 발표되었던 곡을 새로운 편곡으로 다시 선보이는 ‘리페어’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이미 ‘리페어’ 프로젝트는 지난 2013년에 선보이면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리페어’ 프로젝트 시즌2인 셈이다.


‘월간 윤종신’의 2021년 첫 주자로는 정준일이 나섰다. 두 사람의 이번 작업은 지난 2011년 6월호 ‘말꼬리’와 2014년 10월호 ‘고요’에 이어 세 번째 만남이다. 정준일은 지난 22일 발매된 1월호를 통해 윤종신이 2000년 발매했던 8집 수록곡 ‘잘했어요’를 다시 불렀다.


◆원곡: 윤종신 ‘잘했어요’


윤종신이 작사, 하림이 작곡한 ‘잘했어요’는 2000년 발매된 윤종신의 8집 ‘헤어진 연인들을 위한 지침서’의 수록곡이다. 이 앨범은 1998년 윤종신이 실제로 이별한 날을 기점으로 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방법을 담았다. 그래서인지 이 앨범의 수록곡들 대부분은 그의 음반 중에서도 가장 처량한 발라드 음반 중 하나로 꼽힌다.


‘잘했어요’는 평소 에둘러 표현하는 것 없이 솔직한 가사를 써온 윤종신의 곡답다. 헤어진 뒤 자신보다 더 좋은 사람과 행복하게 살고 있는 옛 연인에게 “추억이라 하면서 가끔이라도 내 생각은 정말 안 돼요” “나도 잘 살 거예요 또 아파하기엔 내 가슴에게 너무 미안해” 등 사실적이고 솔직한, 그래서 더 처량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여기에 데뷔 당시 보여줬던 미성과 탁한 발성이 절묘하게 섞여 더 절절하게 느껴지는 윤종신의 보컬, 그리고 특유의 가사 전달력까지 맞물리면서 곡의 분위기가 더 처량하게 와 닿는다.


◆리메이크곡: 정준일 ‘잘했어요’


윤종신은 리페어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정준일을 가장 먼저 떠올렸고, ‘잘했어요’는 정준일에 의해 선곡됐다. 윤종신이 특유의 사실감, 솔직함에 중점을 두고 곡을 표현했다면 정준일이 부른 ‘잘했어요’는 담담함과 포근함이 느껴진다. 편곡 방향 때문인 것도 있지만, 정준일의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포근함의 영향이 더 크다. 윤종신은 이를 두고 “우아하고 기품이 있다”고 표현하기도. 특히 1절과 2절 사이, 간주 부분의 허밍이 그렇다.


후렴구 마지막 부분은 기존 ‘내 가슴에게 너무 미안해’를, ‘이젠 날 좀 사랑하려 해’로 바꾸어 불렀다. 상대방을 원망하기보다, 잊고 잘 살아보겠다는 의미를 부각시킨 것으로 보인다. 담담하고 따뜻한 보컬이지만 정준일 특유의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과 쓸쓸함 덕분에 화자가 가진 아픔 또한 고스란히 표현된다.


무엇보다 수많은 윤종신의 곡 중에서도 자신에게 딱 맞는 듯한 ‘잘했어요’를 선택한 정준일의 선곡 센스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기존 곡 자체로도 정준일의 색깔과도 잘 어울리지만, 그와 여러 차례 호흡을 맞췄던 강화성 편곡자까지 힘을 보태면서 더 정준일의 맞춤옷 같은 곡으로 완성됐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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