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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장기 고객 이탈 '역대 최대'…보험료 인상 압박 고조


입력 2021.01.08 06:00 수정 2021.01.08 15:36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장기보험 해약 환급금 1년 새 5000억 넘게 늘어

과열 경쟁 부작용 수면 위로…소비자 부메랑 우려

손해보험사 장기보험 해약환급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손해보험사 장기보험 해약환급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장기보험 상품에서 불거지고 있는 고객 이탈 규모가 역대 최대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업계의 과열 경쟁 속에서 덜컥 장기보험에 가입했던 소비자들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중도에 계약을 깨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와중 장기보험을 새로 드는 이들까지 줄어들면서, 결국 남아 있는 고객들의 보험료만 오르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국내 손보사들이 가입자들에게 지급한 장기해약환급금은 총 10조1611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6412억원) 대비 5.4%(5198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장기해약환급금이 늘었다는 것은 당초 약정한 계약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중도에 장기보험을 깨는 고객들이 그 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해약환급금은 보험 가입자가 만기 전 계약을 해지할 때 보험사가 돌려주는 돈이다. 그리고 장기해약환급금은 이 같은 해약환급금 중에서도 장기보험 상품 해약에 따른 비용을 말한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손보업계의 연간 장기해약환급금 규모는 또 다시 사상 최대 액수를 갈아치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까지 10조원 안팎 수준이었던 손보사들의 장기해약환급금은 2018년 11조원을 넘어서더니, 이듬해 단숨에 13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가장 많은 금액을 기록했다. 이어 지난해 장기해약환급금은 이보다 많은 13조원 대 중반 수준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손보사들의 흐름을 살펴보면 우선 삼성화재의 장기해약환급금이 3조87억원에서 3조2345억원으로 7.5%(2258억원) 증가했다. 그 다음으로 현대해상이 1조4360억원에서 1조5386억원으로, DB손해보험이 1조3933억원에서 1조4889억원으로 각각 7.1%(1026억원)와 6.9%(956억원)씩 늘며 해당 액수가 큰 편이었다. 또 KB손해보험의 장기해약환급금도 1조1208억원에서 1조1837억원으로 5.6%(629억원) 증가하며 1조원 이상을 나타냈다.


이렇게 장기보험 고객들의 중도 해약이 늘고 있는 배경으로는 먼저 전반적으로 악화된 경제의 여건이 꼽힌다. 2019년부터 본격적인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든 국내 경기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로 인해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아진 소비자들이 당장 급하지 않은 보험 상품부터 해약해 비용을 절감하고 나섰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불경기만으로 현재의 장기보험 이탈을 모두 설명하기엔 확산세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손보사의 장기보험을 특별히 원하지 않았음에도 상품에 가입했던 고객들이 많았고, 이 가운데 경제적 어려움이 더해지자 해약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최근 손보사들이 펼쳐 온 장기보험 영업전의 부작용이 더해진 결과란 해석이다. 장기보험은 몇 년 전부터 손보사들의 핵심 영업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질병보험과 상해보험, 운전자보험, 어린이보험 등 장기보험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다다른 국내 보험 시장 여건에서 그나마 성장을 꾀해 볼만한 영역으로 주목을 받으면서다.


특히 장기보험은 상품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자동차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보다 보험료 수입을 훨씬 키울 수 있다. 또 한 번 가입하면 보험료 납입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길다는 점은 손보사 입장에서 가장 큰 장점이다. 더욱이 자동차·실손보험에서 보험사가 보는 손실이 확대되면서 이를 메우기 위한 손보업계의 장기보험 판매 경쟁에 한층 불이 붙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제 손보업계의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파이를 키워오던 장기보험 시장마저 역성장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1~3분기 손보사들이 장기보험에서 거둔 원수보험료는 16조7186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16조8647억원)보다 0.9%(1461억) 감소했다.


중도 계약 이탈이 늘고 신규 유입은 줄어드는 장기보험의 현실은 손보사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소식이다. 직·간접적인 손실을 가입자 모두가 나눠지는 보험의 구조를 감안하면, 최근의 흐름은 보험료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가입자 규모가 커질수록 해약 역시 함께 확대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긴 하지만, 최근 장기보험에서의 이탈 추세는 이 같은 자연 증가분을 넘어선 수준"이라며 "지금처럼 중도 계약 해지가 급속도로 쏠릴 경우 기존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끌어 올리는 잠재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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