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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권 적극 활용 나선 손보사 '양날의 검'


입력 2020.12.31 06:00 수정 2021.01.07 17:31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손보 빅5 관련 채권 3300억원 육박…10여년 만에 최대

선량한 고객 피해 차단 효과에도…비판 여론 숙제 여전

국내 5대 손해보험사 구상채권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손해보험사 구상채권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손해보험사들이 고객의 피해를 우선 보상한 뒤 가해자에게 비용을 요구한 구상권 청구 규모가 10여년 만에 최대 규모까지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불필요한 보험금 누수를 막고, 보험사기에 따른 일반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상식을 넘어서는 구상권 행사로 사회적 물의를 빚으면서 쏟아지고 있는 비판 여론은 손해보험업계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개 손보사들이 보유한 구상채권은 총 3263억원으로 지난해 말(3009억원)보다 8.4%(254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조사 대상 손보사들의 구상채권 금액은 2011년 1분기 말(3921억원) 이후 최대 기록이다.


구상권은 채무를 대신 변제해 준 사람이 채권자를 대신해 채무 당사자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구상채권은 이처럼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 회사가 채권 형태로 갖고 있는 부분을 보여주는 항목이다.


손보사별로 보면 먼저 삼성화재의 구상채권이 같은 기간 1224억원에서 1273억원으로 4.0%(49억원) 늘었다. 이어 DB손보의 구상채권이 630억원에서 790억원으로 25.4%(160억원)나 늘며 가장 가파른 증가 곡선을 그렸다. 현대해상 역시 516억원에서 543억원으로, KB손보도 460억원에서 487억원으로 각각 5.2%(27억원)와 5.9%(27억원)씩 해당 액수가 늘었다. 반면 메리츠화재의 구상채권은 179억원에서 170억원으로 5.0%(9억원) 줄었다.


손보업계에서 주로 구상권 청구가 이뤄지는 분야는 자동차보험이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 구제를 위해 손보사가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진행한 뒤 가해자에게 구상을 청구하는 것이다. 음주나 무면허·뺑소니, 무단절취운전, 고의, 공동불법행위 등으로 인한 사고들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5대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관련 구상채권은 2491억원에서 9.9%(246억원) 증가한 2737억원에 달했다. 전체 구상채권의 80%가 넘는 양이다.


이처럼 손보사들의 구상권 청구는 자동차보험 고객들에게 빠른 보상을 제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이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아울러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보험사기도 손보업계의 구상권 활용을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보험사기로 판단될 경우 선량한 피해자들에겐 우선 보험금을 지급한 후 사기 혐의자들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는 식이다.


보험사기로 인한 구상권 청구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기가 계속 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4526억원으로 전년 동기(4134억원) 대비 9.5%(392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다시 경신했다. 적발 인원도 같은 기간 4만3094명에서 4만7417명으로 10.0%(4323명) 늘었다.


하지만 손보사들의 구상권 사용이 이렇게 긍정적인 면만 갖고 있는 건 아니다. 보통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선을 넘은 구상권 남용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는 이런 구상권 논란으로 손보업계가 홍역을 치른 한 해였다. DB손보는 교통사고로 가장을 잃은 유가족을 상대로 10여년 만에 4억원이 넘는 구상권 청구 소송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며 구설에 올랐다. 또 한화손해보험은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고아가 된 초등학생에게 2000여만원의 구상권을 청구하면서 비난에 직면했다.


손보업계는 구상권을 잘 이용하면 고객의 보상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고 보험사기에도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수요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도를 넘는 구상권 적용으로 잡음을 자초하며, 스스로 발목을 잡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특정 고객의 일탈 행위로 선의의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는 구조를 차단하는 과정에서 구상권은 매우 유용한 제도"라며 "구조적 선순환을 위한 구상권 활용이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손보업계 관계자는 "개별 보험사고에 따른 특수성을 면밀히 살피지 않은 채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구상권을 적용하면 사회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케이스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런 부작용이 구상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험사들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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