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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까지 '감놔라 배놔라'…금융시장 발목 잡는 '정치금융' 시대


입력 2020.12.28 06:00 수정 2020.12.24 15:50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여당 나서서 "금융부담 완화하라" 시장개입에 "매우 위험한 발상"

낙하산 꽂아도 비판세력조차 없어 "시민단체도 야당도 폭주 방관"

서울 여의도 금융가 모습. ⓒ데일리안 서울 여의도 금융가 모습. ⓒ데일리안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금융시장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에 정치권의 '감놔라 배놔라' 간섭까지 더해지면서 금융시장의 질서가 위협받고 있는 형국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당을 중심으로 부동산정책과 코로나19 경제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시중은행의 대출 한도를 늘이거나 금리를 조절하는 등의 금융 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소상공인 상가 임대료를 깎아주는 이른바 '착한 임대인'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하고 대출금리 인하 요구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상가 임대차 사업자가 소상공인에게 임대료를 인하해주면 이에 맞춰 금융기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민간 금융사인 은행이 정부의 요구에 따라 특정 집단에 대해 대출금리를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여야한다. 당연히 금융권에선 시장논리를 벗어난 경영간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금리혜택 주는 것 보다, 삼성에서 스마트폰 구매비용도 깎아주고 현대차에서 차량구입 가격도 깎아준다면 더 좋아하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연 24%인 법정 최고금리도 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내년 7월부터 연 20%로 인하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당정협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확정해 지난 23일 입법예고했다. 다만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 중 보완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주요 금융회사 임원들에게 "소상공인들이 어려운데 금융 부담을 완화해달라"며 공개적으로 대출이자를 깎아달라는 압력을 넣었다. 이 대표는 부동산 임차인과 임대업자에 대해서도 "이자 부담을 완화해 주시길 부탁한다"고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집권여당 대표가 은행들 불러서 공개적으로 이자를 깎아달라고 하는 게 웃지 못할 블랙코미디 아니냐"면서 "실제로 은행들은 이자부담을 줄여줄 방안을 찾고 있다는 것이 더욱 눈물 나게 슬픈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낙하산 쏟아지고 시장개입 일삼아도 견제할 세력조차 없어


최근 정치금융이 활개를 치는 건 그만큼 우리 금융시장이 정치인들의 '표시장'으로 활용되기 안성맞춤인 환경이기 때문이다. '주인 없는 회사'라는 금융의 태생적 문제와 함께 규제산업이다 보니 그동안 정부여당이 경제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등의 논리로 민간 금융사의 경영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여기에 중심을 잡아야할 금융당국마저 정치권에 휘둘리며 정치금융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여기에 금융시장 질서에 역행하는 법안이 발의되더라도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를 막을 방법이 없다. 이달 초 공정거래 3법을 비롯한 주요 쟁점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연말 교체된 금융권의 협회와 유관기관 수장 자리에 여당 출신 정치인들이 대거 낙하산을 타고 쏟아져 내려온 것도 정치금융의 연장선상에 있다. 금융권 인사를 둘러싼 유례없는 '정피아(정치인+마피아)' 논란에 금융권이 뒤흔들리는데도 이를 견제하고 비판할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정부의 금융시장 개입이나 낙하산 인사에 쌍심지를 켜고 지적했던 금융소비자단체나 일반 시민단체들이 현정부의 역주행에는 눈감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감시‧견제의 역할은 저버리고, 권력에 기생하는 2중대나 정권의 치어리더로 전락한 상황이다. 무기력한 야당도 정부여당의 정치금융 폭주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관치금융을 넘어 정치금융이라고 하는데, 걱정되는 것은 이런 행위를 견제할 세력 자체가 없다는 점"이라며 "대놓고 낙하산을 내리고, 시장논리에서 벗어난 발언으로 압력을 가해도 논란조차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말로 한국 금융시장이 우간다 수준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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