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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돈만 수백억…손보사 보험금 미지급 '이상기류'


입력 2020.12.28 06:00 수정 2020.12.28 07:08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5대 손보사 미지급 보험금 700억 돌파…하반기만 150억↑

저금리 역풍에 허리띠 졸라매기 가속…소비자 불만 '꿈틀'

국내 5대 손해보험사 미지급 보험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손해보험사 미지급 보험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손해보험사 고객들이 제 때 찾아가지 않고 쌓여 있는 눈 먼 보험금이 최근 다시 불어나면서 7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가 불러온 제로금리 역풍에 손해보험업계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본격화하면서, 가입자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에까지 알게 모르게 불똥이 튀는 형국이다. 동시에 이를 둘러싼 소비자 불만도 다시 꿈틀대기 시작하면서, 금융권에서는 보험금 지급을 보다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개 손보사의 미지급 보험금은 총 709억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27.1%(151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미지급 보험금은 이름 그대로 만기가 지났거나 지급 사유가 발생했음에도 가입자들이 찾아가지 않은 보험금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손보사별로 봐도 거의 모든 곳들의 미지급 보험금 규모가 확대됐다. 우선 삼성화재의 미지급 보험금은 같은 기간 265억원에서 294억원으로 10.9%(29억원) 증가했다. 메리츠화재의 미지급 보험금은 63억원에서 164억원으로 150.3%(101억원) 급증했다. 현대해상 역시 119억원에서 146억원으로, DB손보도 79억원에서 86억원으로 각각 22.7%(27억원)와 8.9%(7억원)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KB손보의 미지급 보험금만 32억원에서 19억원으로 40.6%(13억원) 줄었다.


손보업계의 미지급 보험금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축소 흐름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이처럼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지난 상반기 동안 조사 대상 손보사들의 미지급 보험금은 679억원에서 558억원으로 18.0%(121억원) 감소한 바 있다.


이는 손보사들이 고객들에게 미지급 보험금 발생 사실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결과로 풀이된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발생 사실과 수령 방법을 일정한 기간 내에 소비자에게 통지하고 있는데, 손보업계가 예전보다 이런 과정에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와 함께 손보사들의 미지금 보험금에 시선이 쏠리는 또 다른 이유는 최근의 경영 환경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준금리가 갑작스레 0%까지 추락하면서 투자 수익률 악화가 불가피해지자, 보험금을 조금이라도 더 아끼려 한데 따른 결과가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어 한은이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0.50%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상태다.


이렇게 금리가 내려가면 자산운용 수익률도 함께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상품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잘 굴려 다시 보험금을 내줘야 하는 보험사들 입장에서 저금리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들어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본격화한 3분기까지 손보사들이 투자에서 거둔 이익은 6조6040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7452억원) 대비 2.1%(1412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른 손보업계의 보험금 긴축 기조를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대목은 민원이다. 손보사들이 보험금 지급에 깐깐한 잣대를 들이댈수록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보험금과 관련해 5대 손보사에 접수된 민원은 총 4919건으로 전 분기(4771건)보다 3.1%(148건) 증가했다.


손보업계에서는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보험사기를 차단하려는 과정에서 보험금 지급이 다소 위축돼 보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당장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 신뢰를 훼손시킬 정도로 무리하게 보험금 절감에 나서는 행태를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손보업계는 생활 속 다양한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이 많은 만큼, 마땅히 지급해야 할 보험금에 대해서 손보사들이 더욱 진취적인 자세로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지급 보험금은 우편이나 이메일, 문자 등으로만 안내될 뿐 고객과 유선 연락을 취해 이를 통지하는 사례는 드문 실정"이라며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의무 강화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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