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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㊴] 재즈피아니스트 체리쉬 온, 타인의 목소리에 실어 보낸 이야기


입력 2020.12.24 01:00 수정 2020.12.23 20:4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체리쉬 온, 두 번째 싱글 '하루의 끝' 12월 18일 발매

ⓒ체리쉬 온 ⓒ체리쉬 온

재즈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체리쉬 온은 음악을 ‘소통’과 ‘공감’이라고 표현한다.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피아노에 실어 전달하고 소통하며, 또 공감을 일으킨다. 연주를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를 넘어 최근에는 다른 가수의 목소리를 빌려 자신의 생각을 조금 더 직접적으로 전하고 있다. 연주곡과는 달리 더 명확하게.


그 첫 시작으로 지난 8월 ‘You make me feel’을 발매하고, 이달 18일 두 번째 싱글 ‘하루의 끝’을 선보였다. 체리쉬 온이라는 한 사람이 만든 음악이 각기 다른 두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된다. 무엇보다 각각의 노래가 가지고 있는 감성과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해줄 수 있는 가수를 찾아내면서 그가 나누고자 했던 소통과 공감이 한층 더 뚜렷해진다.


-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다가 대중음악에 발을 들인 계기가 있나요?


장르를 구분 짓지 않고 여러 가지 음악을 쓰는 편이에요. 피아노로 연주곡을 쓰는 것도 좋아하고, 대중음악을 작곡 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차곡차곡 쌓아놓은 곡들이 세상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그런 생각들이 나중에는 더 잘 만들어보자는 욕심으로 바뀌어서 올해부터 열심히 활동할 예정입니다.


- 지난 8월 체리쉬 온이라는 이름으로 ‘유 메이크 미 필’(You make me feel)을 처음 발매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 손을 거쳐 만들어진 곡이 세상밖에 나온다니 긴장되면서도 설렜던 것 같아요. 로파이(lo-fi, Low Fidelity의 줄임말)한 곡을 좋아해서 이러한 장르를 많이 만들어보고 싶었거든요. 지금도 만들고 있고요!


- 연주자로서의 체리쉬 온, 그리고 작곡가로서의 체리쉬 온의 차이점이 있나요?


음, 저는 이 두 가지를 나눠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피아니스트와 작곡가의 경계선이 모호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다른 아티스트의 곡에 제가 연주되어질 때 느낌이 많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그 곡 또한 저의 플레이 안에서 편곡 되기 때문에 작곡가와 피아니스트를 나눠서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 연주곡과 가창곡, 체리쉬 온이 생각하는 각각의 매력은요?


가창곡은 아무래도 가사와 멜로디 라인 위주의 곡이기 때문에 제가 하고 싶은 말을 가사라는 테두리 안에 명확하게 담을 수 있는 게 매력적인 것 같아요. 어떤 감정과 기분이 느껴지면 핸드폰 메모장에 바로 글을 적거든요. 후에 그 글들이 저의 자작곡으로 만들어지는데 제가 느꼈던 감정과 기분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전달 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반대로 연주곡은 가사가 없기 때문에 듣는 사람에게 주어진 제목과 곡의 연주로 감정이 전달되는데 그것 또한 매력이 아닐까요? 저는 깊고 고요한 사랑을 표현한 건데 누군가에겐 지치고 쓸쓸한 사랑으로 느껴질 수 있잖아요. 곡을 들었을 때의 환경과 사람마다 다른 감정을 소유하고 있으니까 서로 다른 감상평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연주곡의 매력이죠.


- 지난 18일 두 번째 싱글 ‘하루의 끝’을 발매했습니다.


‘하루의 끝’은 간단히 설명해서 이별한 아픔을 하루하루 버텨내는 모습을 담은 곡이에요. 시간이 흘러감을 노을과 새벽의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이별이라는 말이 누군가에겐 후련한 말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아픔의 감정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별 후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지는 걸 경험하게 되잖아요. 그 사실을 알면서도 현재의 내 모습은 너무 아픈 거죠. 그리고 그 아픔이 무뎌지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모습을 그려봤어요.


- 이 곡은 어떻게 만들기 시작했을까요?


곡을 만들 당시에 연애를 쉬고 혼자였어요. 혼자일 때는 주로 이별에 관련된 가사를 많이 쓰게 되는 것 같아요. 곡을 쓸 때 어떠한 주제를 잡고 써내려가기 시작하는데 주로 그 곡의 주인공이 저라고 생각해요. 이 곡을 쓸 당시는 새벽이였는데 문득 이별 후에 돌아와 주길 바라며 그리워하는 감정보다는 나의 사랑이 떠나서 아파하는 모습과 참아내는 감정을 표현 하고 싶었어요. 실제로 제 경험담이기도 하고요. 많은 사람들이 이별 후에 잠을 못자고, 밥을 먹지 못하고, 남들 앞에선 아무렇지 않은척하다 결국 눈물이 나오기도 하잖아요.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다보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모습을 그리면서 쓰게 됐습니다.


- 곡을 만드는 것에 있어서 영감은 어디에서 주로 받나요?


흔히 ‘센치해진다’로 하잖아요. 저도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라 남이 울면 같이 우는 타입이에요(웃음). 하루는 책을 읽고 제가 생각했던 결말과 다른 결말을 보자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그날 잠을 설친 것 같아요. 그냥 책일 뿐인데 말이죠. 제가 생각하기에 공감을 잘하는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를 보고 그 주인공이 되어서 가사를 써보기도 해요.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많은 영감을 받기도 하는데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고, 그에 맞게 상상을 더해서 곡을 쓰기도 하는 것 같아요.


가사가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시집을 읽는데 외우면서 읽지는 않고 딱 그 시를 읽고 느껴지는 감정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써내려가는 것 같아요. 주로 곡을 써야겠다고 생각이 들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그 곡에 대한 생각에 빠져 지내게 돼요. 완성되지 않은 곡은 다른 일에 집중하는 걸 방해하거든요. 그래도 가장 많이 영감을 받는 건 경험에서 나오는 감정인 것 같아요. 하하.


- 곡을 만드는 과정도 궁금합니다. 이번 곡은 가사와 멜로디를 동시에 썼다고요. 쓰고자 했던 주제가 확실했기 때문일까요?


맞아요. 저는 주제가 확실하고, 제가 생각하는 인물의 묘사가 확실해지면 쉽게 써내려가는 것 같아요. 피아노를 전공해서 그런지 예전에는 주로 피아노 앞에서 곡을 썼는데 가사와 멜로디가 동시에 써지는 곡들은 갑자기 떠올라 써지는 곡들이거든요. 그럴 땐 그냥 침대에 누워 핸드폰 메모장을 켜고 흥얼거리면서 곡을 써요. 갑자기 떠올라서 써지는 곡이 쉽게 만들어 지거든요. 곡을 써야지 하고 피아노앞에 앉으면 안 나올 때가 많아요. 아무것도 한 건 없고 시간만 가있으면 답답하다고 느껴요. 그래서 요즘은 운전하다가, 산책을 하다가 또 제가 레슨을 해주다가 영감을 받고 곡을 쓰는 것 같아요. 악기 없이 녹음된 목소리와 가사를 가지고 피아노 앞에 앉아 코드를 찾고 그 위에 편곡을 더해서 곡을 완성 시키는 게 저의 곡을 만드는 과정이에요.


ⓒ체리쉬 온 ⓒ체리쉬 온

- ‘하루의 끝’을 통해 대중들에게 건네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잠을 이루지 못하며 이별에 아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가수 이지혜 씨와 함께 작업한 곡이죠. 이지혜 씨 보컬의 어떤 부분에 끌린 건가요?


‘하루의 끝’이라는 곡은 가수 이지혜의 목소리를 생각하고 만든 곡이에요. 이지혜의 목소리는 독보적이에요. 노래를 잘 부르는 걸 떠나서 목소리에 가진 힘이 있거든요. ‘하루의 끝’을 부르는 지혜의 목소리는 제가 표현하고자하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해준 것 같아요.


- 곡을 처음 받아 본 이지혜 씨의 반응은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에 지혜한테 곡 보내줄 때 제 목소리로 녹음해서 보내줬었는데 ‘이게 뭔가’ 했다고 하더라고요. 감이 잘 안 왔었나 봐요. 인정해요 제가 부르면 모기소리 같이 들려서(웃음). 다른 악기들과 라이브 셋으로 같이 합주하고 멜로디를 익히면서 ‘아 이런 노래였구나’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그제야 노래가 따뜻하게 느껴져서 좋았다고 말해줬어요.


- 악기 편성을 최대한 간결하게 표현했다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편곡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음악을 전공한 사람보다 비전공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세밀하게 악기분석 까지 하면서 듣지 않는다고 누군가가 얘기를 해줬어요, 그때부터 편곡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죠. 보컬을 중심으로 한 악기 편성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지금의 편곡이 나오게 된 것 같아요.


편곡과 미디 프로그래밍은 보컬 겸 프로듀서 bluekuen이 도와줬어요. 원래 ‘하루의 끝’은 어쿠스틱한 느낌이 더 강했거든요. 제가 원하는 사운드는 아니었어요. bluekuen 님이 도와주신 덕분에 제가 원하는 느낌이 완성됐어요. 몇 차례 곡 작업을 함께해서 제가 원하는 방향을 잘 알고 계시더라고요.


- 음악을 만드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있나요?


제 스스로가 만족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일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앨범으로 나오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아직도 차곡차곡 곡들이 쌓여 있어요. 제가 제 곡을 인정할 수 있어야 남들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두 개의 앨범을 통해 두 명의 가수와 호흡을 맞췄는데요. 앞으로 함께 하고 싶은 가수들이 있나요?


실험적인 알앤비 아티스트로 활동 하고 있는 수젠과 함께 해보고 싶어요. 사실 제가 알앤비 장르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플레이리스트도 주로 알앤비고요. 수젠은 멜로디 라인을 정말 잘 써요. 미디 프로그램도 잘 다루고, 편곡에 노래까지. 정말 다재다능하죠. 사실 제가 팬이에요. 하하. 같이 멜로디라인 쓰면서 편곡까지 수젠과 함께 작업해 보고 싶습니다(웃음).


- 다른 가수의 목소리를 빌려 곡을 발매하다 보면, 직접 노래를 하고 싶은 마음도 들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 곡의 감정은 본인이 가장 잘 알테니까요.


제가 쓴 곡이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뉘앙스로 부르는 보컬을 찾는다는 게 쉽지 않아요. 동시에 제 곡은 저의 목소리로는 잘 표현이 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만약 제 목소리에 어울리는 곡이 나온다면 직접 노래를 불러서 앨범을 낼 거예요.


- 혹시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아티스트가 있을까요?


감성발라드 작곡가 에이치 코드와 다재다능한 작곡가 정키에요. 먼저 에이치코드는 재즈 피아노를 전공하셨는데 작곡가로 활동 중이세요. 다양한 가수들과 앨범을 내고 활동하고 계신데 곡이 정말 좋아요. 가사도 좋고요. 아마 많은 가수들이 함께하고 싶어 하는 아티스트 일 거예요. 에이치 코드는 처음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알고 있었는데 점점 더 좋은 곡을 내고, 다양하게 활동하는 며 성장하는 모습에 제 롤 모델이라고 생각 들었어요. 정키 또한 제 롤모델인데, 다양한 장르로 활동하시면서 정키만의 색채를 가지고 있는 모습이 멋진 것 같아요. 20대 초반에 작곡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해준 아티스트이기도 하고요. 이 두 분처럼 음악 하고 싶습니다.


- 앞으로의 방향성도 들어볼까요?


앞서 말한 에이치코드와 정키 같은 작곡가가 되고 싶어요. 제 스스로가 아티스트이고 싶다는 뜻이에요. 다양한 보컬들과 함께 작업 하고, 저의 곡이 아닌 다른 곡에 참여 할 때도 저의 색체가 들어나서 그걸 대중들이 알아봐주면 행복할 것 같아요. 사실 정해진 것은 없지만 제가 쓴 곡들이 세상밖에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러다보면 욕심도 생기고 방향성이 더 뚜렷해지겠죠?


- 앞으로의 계획도 듣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도 많고 걱정을 많이 해요. 그래서 만들어 놓고 세상밖에 나오지 못한 곡들이 많아요. 이번에도 앨범을 낼 수 있었던 큰 계기로 저의 지도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이 있는데 제가 계속 고민만하고 생각만 많아지니 ‘명작을 만들 생각보다 습작을 많이 만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다보면 명작이 되어있을 거라고요. 그 말을 듣고 아차 싶더라고요.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말자,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걱정부터 하지말자라라는 생각이 들어서 도전하게 된 것 같아요. 포스티노 교수님 감사합니다. 하하. 내년 1월에도 음원이 나올 거예요. 연주곡도 준비 중이고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빨리 진정되면, 내년에는 공연을 하고 싶어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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