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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형 나라가 왜이래⑧] 북한 눈치에 훈련은 '은밀하게'…전작권 전환은 '과감하게'


입력 2020.12.22 07:00 수정 2020.12.22 05:24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北 자극' 원치않는 韓

대비태세 강화 원하는 美

전작권 전환 '불협화음'도 불가피

문재인 대통령(자료사진) ⓒ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자료사진) ⓒ국회사진취재단

연합지휘소 훈련.


코로나19 여파로 축소 진행된 올해 8월 한미연합훈련의 공식 명칭이다. 이름만 들어선 훈련 '주체'도 '목적'도 알 수 없다.


한미연합훈련은 작년부터 '모호성'을 띠기 시작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해 8월 해당 훈련을 '한미 연합지휘소 훈련'로 명명했다. 애초 '19-2 동맹'이란 표현이 유력했지만,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며 '동맹' 표현을 빼기로 한 것이다. 당시 북미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실무회담을 준비하고 있었다.


해당 훈련 명칭은 올해 들어 '연합지휘소 훈련'으로 또 한 번 축약됐다. 훈련 주체를 가리키는 '한미'라는 단어마저 지워버린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남대적 사업을 '보류'한 지 한 달여 만이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모습(자료사진) ⓒ 조선중앙통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모습(자료사진) ⓒ 조선중앙통신

북한 눈치에 미국과 훈련을 벌인다고 말도 못 하는 상황에서 대비태세에 대한 허점은 거듭 노출되고 있다.


지난해 6월 동해에선 '삼척항 노크귀순 사건'이 발생했고, 올해 5월에는 중국발 서해 밀입국 사례가 뒤늦게 확인됐다. 서해 사건 당시 군은 밀입국 정황을 감시장비로 13차례나 포착하고도 이렇다 할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허술한 대비태세는 최전방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 군은 지난 5월 북한군의 아군 감시초소(GP) 총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K-6 중기관총(12.7㎜)이 작동하지 않아 대응 사격에 즉각 나서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에는 강원도 동부전선 철책을 넘어 월남한 북한 주민 신병을 14시간여 만에 확보한 일도 있었다. 군 안팎에서 "거듭된 훈련 축소·연기로 일선 부대의 대비태세 약화가 현실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각종 훈련 연기·축소는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고려한 측면이 크다. 때문에 백신·치료제 등으로 상황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통해 전반적인 대비태세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미국에선 이미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고, 한국 역시 내년 2~3월께 접종을 시작할 예정인 만큼 통상 3월에 개최되는 연합훈련은 어떤 식으로든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가까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연합훈련이 한반도 정세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축소·연기를 사실상 종용하고 있다.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한 북한을 고려해 연합훈련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훈련 동반자이자 동맹인 미국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데 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내년 초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준비태세 강화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기 1년여를 남긴 문 정부가 대북정책 성과를 바라는 것과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원칙에 입각해 동맹 강화를 위한 강도 높은 훈련을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군사 훈련이 그동안 많이 부족했다"며 한반도 준비태세가 악영향을 받은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연합훈련 정상화'를 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한미군사령부가 파견한 제1공수특전단과 제75레인저연대가 한국 특수전사령부와 연합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주한미군사령부가 파견한 제1공수특전단과 제75레인저연대가 한국 특수전사령부와 연합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연합훈련 외에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슈도 한미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6일 연말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책임국방 구현을 위한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권 전환' 추진에 속력을 더해달라"라고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추진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환 '시기'를 강조하는 문 정부와 달리 미국은 전환 '조건'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한미는 △최초작전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으로 구성되는 '3단계 전환 조건' 중 2단계도 마치지 못한 상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한국은 '안보 환경'에 미국은 '한국군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 같은 입장차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9·19 군사합의 등 한반도 긴장 완화를 바탕으로 전작권 전환을 서둘러 추진하는 문 정부와 한국군 역량 검증에 집중하는 미국이 불협화음을 낳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문 정부가 '안보 이슈'인 전작권 전환을 주권 회복이라는 '정치적 이슈'로 다루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대북 억지력 관점에서 전작권 전환에 합의한 미국과 달리, 문 정부가 해당 이슈를 '주권 사안'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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