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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의 첫인상 좌지우지하는 제목, 이렇게 만들어진다


입력 2020.12.20 09:25 수정 2020.12.20 09:31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배급사·홍보사 "영화 분위기, 내용 고려한 제목으로"

문장형 제목이 유행이었지만 최근엔 짧고 임팩트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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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제목이다. 그리고 영화의 호감도와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당연하지만, 제목을 짓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더욱이 외국영화는 원제를 그대로 가져갈지, 한국 정서에 맞춰 제목을 만들지 고민부터 영화 흥행 목표의 시작이다. 이해 못할 제목으로 한국 관객이 등을 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수입영화 마케팅 담당자는 "스크리너를 전달 받으면 원제를 확인한 후 영화에 어울리는 제목을 제안한다. 보통 분위기와 톤앤매너를 따져 한국 제목을 결정한다. 예전에는 문장으로 끝나는 제목이 유행이었는데 요즘에는 최대한 간결하고 임팩트 있는 제목을 지으려고 한다"고 제목을 짓기 위해 가장 우선시되는 요소들을 전했다.


외화 제목을 잘 지은 사례로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원제 Shallow Hal), '마이펫의 이중생활'(원제 The Secret Life of Pets), '월요일이 사라졌다'(원제 What happened to Monday),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원제 君の膵臓をたべたい), '겨울왕국'(Frozen) 등이 꼽힌다. 영화의 내용을 연상시킬 수 있음은 물론, 호기심을 자아내는 요소를 충분히 갖췄다는 이유에서였다.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2002년 작품으로, 예쁜 여자만 좋아하는 남자주인공이 뚱뚱한 여자주인공의 최면에 걸려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란 제목은 외모지상주의를 일침하는가 동시에 로맨틱 코미디 분위기의 발랄함을 잘 살렸다. 이후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 등이 잇따라 나오는 등 '내겐 너무' 시리즈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원제가 길고 발음이 어렵다는 이유로 탄생한 제목이다. 요일 이름을 가진 일곱 쌍둥이 중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영화의 내용과 모든 직장인들의 바라는 심경을 비추는 중의적인 제목으로 흥미를 유발했다.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는 일본어 원제를 그대로 가져와 관심 끌기에 성공한 사례다. 벚꽃이 흩날리는 로맨틱한 포스터에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라는 공포 영화를 연상시키는 제목은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제목은 시한부 소녀가 죽기 전 사랑하는 소년에게 자신을 새기는 행위를 '췌장을 먹고싶어'라고 표현한 것이었다. 이 영화 관계자는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보다 더 강렬한 제목은 없었다"고 전했다.


홍보사 워너비펀 관계자는 "'겨울왕국'은 영화가 가진 분위기를 명확하게 드러내준다. 또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이중생활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묘한 힘을 잘 활용한 예다"라고 바라봤다.


반면 한국에서 개봉되며 영화 제목이 변경되며 원성을 산 사례도 있었다. 원제가 'Vicky Cristina Barcelona'였던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는 우디 앨런의 작품으로 81회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제 62회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제 6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작품상 등을 수상한 작품이지만, 불륜 영화인상을 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지금도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최악의 제목"으로 불린다.


'가을의 전설'은 'Legends of the Fall'을 잘못 오역한 제목이다. fall을 가을로 해석했다. 중의적인 의미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원작 소설 작가 짐 해리슨이 Fall은 몰락을 의미한다고 밝히며 오역의 사례로 남게됐다.


'와사비:레옹 파트2'의 원제는 'WASABI'다. 하지만 '레옹'의 주연 장 르노가 출연한다는 것 외에는 '레옹'과 전혀 관계 없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레옹의 성공에 기대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Arrival'가 원제인 '컨텍트'는 1997년 개봉한 '컨택트'와 제목이 똑같아 리메이크 작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프랑스 영화 '파힘'과 독일영화 '운디네'는 주인공 이름으로 제목을 정한 원제 그대로 관객들과 만난다. 그린나래미디어 관계자는 "제목을 정할 때 영화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고려하는데 '파힘'이란 짧은 단어와 힘을 주는 대체할 만한 제목이 없었다"고 밝혔다.


독일 영화 '운디네'는 주인공 이름이기도 하지만 1811년 발표된 푸케의 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소설과 영화가 공통적으로 가져가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원제를 살렸다. 엠엔엠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운디네는 물의 정령이란 뜻이다. 원제의 의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제목을 그대로 결정했다. 운디네란 낯선 어감을 설명하기 위해 부제를 붙이리 수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원제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따로 부제를 달지 않았다"고 말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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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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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 2020.12.22  01:12
    이 쓰레기 더듬어간첩단은 공수처가 뒤로돌아 총쏘기로 문재인을 잡아 처넣는 일이 생겨도 '박근혜 정부' 탓을 할 거다. 
    사람이 사람이 아니다. 
    말도 말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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