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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사극의 역사왜곡 논란, 왜 자꾸 반복될까


입력 2020.12.17 07:50 수정 2020.12.17 07:5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철인왕후', 역사왜곡 논란에 결국 사과

영화·드라마, 실제 역사에 대한 관심 높이는 매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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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철인왕후'가 방송 2회 만에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았지만, 동시에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렸다.


'철인왕후' 속 문제가 된 장면은 김소용(신혜선 분)이 조선왕조실록을 두고 "조선왕조실록 한낱 지라시네. 괜히 쫄았어"라고 내레이션으로 뱉는 부분이다. 또 조대비(조지연 분)를 온갖 미신에 심취해 있는 인물로 소개한 것과 김소용에게 철종과의 잠자리를 노골적인 손짓으로 표현한 것이 지적 대상이 됐다.


시청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의 가치 폄하와 조선 시대 왕족인 신정왕후를 모욕적이고 희화화를 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에 풍양 조씨 종친회는 코미디이지만 실존 인물에 대한 모욕적이면서도 저속한 표현은 심히 유감이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철인왕후'는 방송되기 전 제작발표회에서 퓨전사극임을 강조하며 "실존 인물의 역사적 사실보다는 영혼이 특정 역사에 들어갔을 때 벌어지는 이야기다. 과거 시대 인물들이 현대 영혼을 가진 인물을 만났을 때 조금이라도 역사에 파동이 생기길 바랐다. 철종 시대에 그런 파동을 일으키면 어쩌면 조선이 새로워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퓨전사극이란 전제를 두고도 역사 왜곡논란에 부딪친 '철인왕후' 제작진은 문제가 된 대사를 내레이션을 삭제하고 앞으로 제작에 유의하겠다고 사과했다.


작품의 역사왜곡 논란과 이어지는 해명하는 제작진의 풍경은 낯설지 않다. MBC '기황후', JTBC '꽃들의 전쟁', 영화 '덕혜옹주', '나랏말싸미' 등도 거센 역사 왜곡으로 몸살을 앓았다.


'기황후'는 방송 시작 전부터 충혜왕 캐릭터를 두고 문제에 직면했다. 고려 28대 왕인 충혜를 강대국 원나라에 맞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로 설정한 것. 하지만 역사에는 충혜의 악행과 패륜에 대한 기록이 다수 남아 있어 역사왜곡 우려를 낳았다. '기황후'는 이같은 논란에 충혜를 가상의 인물 왕유로 변경했고, 방송 전 자막으로 '고려 말, 공녀로 끌려가 원나라 황후가 된 기황후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했으며, 일부 가상의 인물과 허구의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실제 역사와 다름을 밝혀드립니다'라고 강조했다.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은 조선 인조의 다섯째 아들 숭선군의 출생과정과 신분을 왜곡·비하함으로써 시청자의 왜곡된 역사 인식을 조장하고 종중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JTBC는 사과하는 자막을 내보냈지만, 승선군 후손들은 역사왜곡이 된 부분을 재방송과 DVD로 만들지 못하게 해달라고 JTBC와 드라마 제작사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냈다.


손예진이 주연을 맡은 '덕혜옹주'는무기력한 대한제국 황실을 미화하고, 일본에 볼모로 잡혀 있던 덕혜옹주를 항일의식을 지닌 인물로 그려 비판을 받았다. 영친왕에 관한 묘사도 왜곡됐다. 영화에서 영친왕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상하이 망명을 시도했는데, 실제로 망명을 시도한 건 영친왕이 아닌 의친왕 이강이었다.


지난해 개봉한 '나랏말싸미'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직접 만들었다는 정설이 아닌 승려 신미가 한글 창제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가설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역사 왜곡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문화역사 연구소 관계자는 반복되는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어느 정도 픽션이 가미될 수는 있지만 역사를 부정하게 되는 폄하나 미화는 논란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 창작물이라는 점에서 감안하고 바라봐야겠지만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애초에 허구와 진실을 조금 더 명확하게 알리고 시작하거나, 역사 전문가들과의 대화가 논란을 예방하는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고 바라봤다.


또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역사적 배경이 전무한 사람들에게 왜곡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짚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화 콘텐츠가 실제 역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매개체로 인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들은 이같은 논란이 창작자들을 위축시키게 만든다고 우려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논란이 되는 특정인물이나 세력을 미화시키는 작품은 문제가 있지만 지나치게 사실을 강조하다보면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들은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조심스럽게 토로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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