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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박근혜에게 주고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


입력 2020.11.30 09:00 수정 2020.11.30 11:17        데스크 (desk@dailian.co.kr)

박근혜에게 미안하다는 서울대 게시판 글은 국민의 뒤늦은 ‘반성’

문재인, 박근혜보다 더 잘못하고 있다는 비판 최악의 수치 아닌가?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서울대 게시판 글을 정확히 누가 썼는지는 모른다.


공부는 하지 않고 밤낮 신문에 나는 정치 기사만 달달 외우는 재학생이 썼을 수도 있고, 정치에 관심 많은 중도 보수 성향의 전문 직업인 또는 실업자 졸업생이 썼을 가능성도 있다.


필자는 후자가 맞을 확률이 99%라고 본다. 이 ‘졸업생’이 조목조목 열거한, 전 대통령 박근혜가 잘못했다고 욕했던 비슷한 일들을 현 대통령 문재인이 더 잘못하는 걸 보고 박근혜에게 미안하게 느낀다는 마음은 많은 국민들이 지금 공감하는 자각이요 ‘반성’일 것이다.


그런 민심은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들이 증명하고 있다. 문재인 지지도는 이른바 허세적 강남 진보좌파, ‘대깨문’, 콘크리트 ‘광신도’ 집단과 호남 지역민들의 맹목적 응원이 겨우 받쳐주는 40% 선에서 간당간당 유지되고 있는 처지다. 현재 여론이라면 내년 봄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는 민주당의 필패이다.


박근혜 탄핵은, 지금 와서 하는 얘기이지만, 명백한 여론 재판이었다. 법리로 따지면 탄핵에 이를 수가 없는, 최순실의 농단으로 대표되는 그저 한심한 국정 난맥에 불과한 것을 대선 불복 기회만 절치부심(切齒腐心) 노리고 있던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좌파 선수들과 반정부 언론이 걸고 넘어졌다.여기에 보수우파 여당(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 다수가 기회주의적으로 부화뇌동(附和雷同)했고 중도 성향의 많은 국민들이 동조, 결국 정권을 도중에 끌어내리게 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 검찰총장 채동욱의 혼외자(婚外子) 문제가 한 보수우파 매체에 대문짝만하게 보도됐을 때 순진한 필자는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검찰총장이라는 고위 공무원이 불륜을 저지른 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주간지도 아니고 정론지라는 신문에서 이렇게까지 크게 폭로할 일인가 하는 의문을 가졌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지휘하는 검찰이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폭로 기사 하나로 채동욱은 옷을 벗었다. 정권이 언론을 이용해 그를 밀어낸 것이나 다름없는, 전형적인 공작(工作)이었던 것이다. 간부 검사로서 그 수사를 맡았던 현 검찰총장 윤석열도 좌천 인사를 당했다. 와신상담(臥薪嘗膽)하던 그는 박근혜를 쫓아내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 초기에 이른바 ‘적폐 수사’의 선봉장이 돼 정권의 정치 보복 작업에 혁혁한 공을 세웠으며 초고속 승진으로 검찰총장에 올랐다.


그러던 그가 조국이 문재인에 의해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되자 그 무렵 언론에 홍수가 나고 있던 조국 일가 의혹에 대해 전격적으로 수사에 착수, 한 순간에 공신(功臣)에서 역신(逆臣)으로 찍히게 됐다. 좌도 우도 모르고 오직 큰 수사 거리가 보이기만 하면 여지없이 움켜잡는 ‘정무 감각 없는’ 고집 센 검사 윤석열은 여세를 몰아 다른 청와대 관련 의혹 사건들도 파헤치려다 마침내 몇일 내로 잘리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운명에 처해 있다.


서울대 온라인 게시판(스누라이프) 글에서 첫 번째로 박근혜에 미안하다고 한 채동욱과 윤석열 자르기 비교는 그 절차적 문제와 위법성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채동욱은 사생활 공개로 망신을 주는 치사한 방법을 썼다면 윤석열은 법치를 무시하고 파괴하는, 더 심각하고 나쁜 독재적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추미애 사단으로 분류된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파견 평검사(이정화)마저 ‘재판부 사찰’은 죄가 안 된다는 의견을 적어 냈는데도 누군가가 감찰 보고서에서 이를 삭제해 버렸다는 것 아닌가?


국민의힘 소속 의원으로 임대차 3법 관련 국회 5분발언 스타가 된 윤희숙(위 폭로 검사와 함께 둘 다 여자인 점이 예사롭지 않다) 이 알기 쉽게 비유를 했듯이 타자는 투수의 구질, 타자 상대 성향 등을 파악하고 투수는 타자의 타구 방향, 선호 투구 등을 사전에 알아보는 것이 해야 도움이 되고 해야만 하는 숙제인데, 그것을 사찰이라는 미행, 도청 같은 행위와 동의어인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법을 공부했고 판사를 했다는 법무부장관이, 이 장관도 여자다, 말이다.


윤석열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과 취소 행정소송을 심판할 법원이 또 추미애와 같은 생각으로 윤석열의 직무정지 결정이 옳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대한민국의 하늘이 노래질 것이다. 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추미애는 징계위를 통해 해임 또는 면직 판정을 내릴 것이고 문재인은 또 말 없이 법무부가 법에 따라 결정한 일이니 안타까운 일이나 재가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 끝나게 될 것이지만, 사법부의 판단은 그것대로 매우 중요하다.


필자는 문재인 정권이 586 운동권 출신들에 휘둘려 다수 국민이 바라는 프로페셔널한 선정(善政)을 베풀지는 못하고 이념에 치우쳐 나라를 시험하는 아마추어 국정을 펼치게 될 줄은 알았다. 그러나 문재인이란 사람은 어느 정도 믿었다. 이것은 많은 식자층과 국민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그의 인상에서 비롯된 잘못된 믿음이었다.


공식 기자회견이 1년에 한 번꼴에 불과한 최악의 불통(不通) 대통령이란 사실을 지적하며 ‘트위터라도 좋으니까 국민들에게 말 좀 하라’고 한 필자의 칼럼(데일리안 11월22일자) 이후 야당 정치인들과 논객들 사이에서 문재인의 침묵을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사납게 일고 있다. 그는 정말 비겁하고 무책임하며 나약한 대통령으로 남기로 작정한 것인가?


박근혜를 억지로 쓰러뜨리고 권좌에 오른 문재인이 그녀가 탄핵으로 마치지 못한 임기와 거의 같은 기간을 남겨 놓은 시점에서 박근혜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을 그는 최악의 수치로 여겨야만 할 것이다. 서울대 게시판 글을 혹시 보지 않았을(‘못했을’이 아니고) 수도 있다고 보고 그 글의 마지막 부분을 여기에 옮겨 놓는다.


<박근혜 정부가 최악의 정부라고 욕해서 미안합니다. 그때는 이렇게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미안합니다.>


대통령 문재인은 전 대통령 박근혜에게 뜻하지 않게 크나큰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 주고 있다. 박근혜가 옥중에서 특유의 살얼음 미소를 지으며 위안을 삼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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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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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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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도지기 2020.11.30  10:03
    노무현 전대통령이 문재인에게 "자네는 정치하지 말라"했다고 文이 자서전, <운명>에서 밝혔다지요. 
    그 이유를 이제사 알겠고, 새삼 노 전대통령의 혜안에 ...
    
    그러나 역사는 아이러니하게도 盧의 죽음이 文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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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이디스 2020.11.30  01:05
    지금 정권이 별로라해도 박근혜가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니... 박씨가 지금 정권을 잡았다면 세월호때 처럼 가짜 뉴스로 더 많은 희생자를 은폐할거 같은데 지금 일본정권도 올림픽 유치를 위해서 코로나 검사 안해서 수치를 낮추려했던거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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