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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의 돌직구] 산업부와 한수원의 '유체이탈화법'


입력 2020.11.27 07:00 수정 2020.11.27 04:08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9차 전기본에 신한울 원전 배제 놓고

산업부와 한수원, 서로 책임 떠넘기기

월성1 감사때도 "내가 결정한 것 아냐"

세종정부청사 산업통상자원부와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 ⓒ각 기관 세종정부청사 산업통상자원부와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 ⓒ각 기관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범국민 서명운동이 80만명을 돌파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50만명 후반대에 머무른 서명 인원은 최근 6개월 새 급격히 증가했다. 정치권의 월성1호기 감사 개입, 감사 내용, 당정청의 대응 등을 지켜본 여론이 격화돼온 결과로 보인다.


에너지 안보·수급적 측면에서 원전의 필요성은 제쳐 두더라도, 이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부의 후속조치는 민의(民意)를 외면한 듯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4일 전력정책심의위원회(이하 심의회)에서 신한울 3·4호기를 배제하는 내용의 9차 전기본 초안을 보고했다.


심의회에서 보고가 이뤄졌다고 해서 9차 전기본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산업부에 따르면 심의회에 보고된 초안은 이후 녹색성장위원회, 상임위원회 보고 및 공청회를 거친 뒤 다시 심의회에서 최종 의결을 받아 확정 공고된다.


문제는 신한울 3·4호기 배제 결정은 합리적인 논의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심의회 위원에 따르면 이날 한수원은 산업부가 신한울3·4호기 공사일정에 대해 질의하자 "정부 정책 고려 시 불확실성이 있어 준공일정 예상이 어렵다"고 답했다. 이에 산업부는 "현시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할 수 없으므로 준공일정 예상이 어려워 확정설비 제외가 타당하다"고 했다.


즉 한수원은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에 공사가 불확실하다고 답한 것이고, 정부는 한수원의 공사가 불확실하니 신한울 3·4호기를 정부 계획에서 제외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야말로 '유체이탈 화법'이다. 월성1호기 사태로 검찰의 칼날을 경험한 산업부와 한수원이 후폭풍을 두려워한 나머지 책임을 서로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부 내부 관계자는 "산업부에서 전력수급기본계획 지원업무는 전력산업과에서 담당한다"며 "한수원에서는 기술혁신처와 기술정책부가 담당하는데 아마도 기술혁신처장과 기술정책부장이 참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곳은 과거 월성1호기 조기폐지 경제성 평가 업무를 수행했던 부서"라고 했다.


월성1호기 감사 때 역시 유체이탈화법이 오고 갔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와 한전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정산단가를 낮게 추정했다고 밝혔다. 반대로 한수원은 정산단가가 낮아질 것이므로 월성1호기를 조기폐쇄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월성1호기 폐쇄 결정에 서로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국가의 중대한 정책 판단을 내려야 하는 정부기관으로서 어울리지 않는 졸렬한 처사를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제 정세균 국무총리가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정부세종청사 산업부를 방문해 "그 문제는 사필귀정이다. 너무 움츠리지 말고 어깨펴고 당당하게 전진하라"면서 '적극행정'을 주문했다고 한다. 정 총리는 51대 산업부 장관 출신이다. 정책 결정에 대한 책임을 떳떳하게 지지 못하는 후배들에게 적극행정이란 단어가 아마도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을까 싶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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