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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경제적 지위 놓고 공방...변호인 수동적 뇌물 강조


입력 2020.11.23 18:46 수정 2020.11.23 19:08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대통령의 강한 질책·강요로 승마 지원 거절 어려움 부각

검찰 “대통령-삼성 오너 대등관계”...재판부와 설전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 출석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 출석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의 경제적 지위를 놓고 공방이 펼쳐졌다. 변호인단은 기업인이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고 특검은 각각 최고 정치·경제권력자로 대등한 관계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23일 서울고법 형사 1부(재판장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대통령의 강한 질책과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준 소극적이고 수동적 뇌물공여였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 부회장의 뇌물이 삼성의 이익을 기대하고 준 자발적 뇌물이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변호인단은 “특검은 몇몇 증거를 들어 삼성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뇌물을 공여했다고 했으나 그렇지 않다”며 “거부할 수 없는 요구에 따라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승마지원 ▲영재센터 지원 ▲부정청탁 ▲그 밖의 증거의견 등에 대해 총 4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반박에 나섰다.


먼저 승마지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7월 이 부회장과 가진 단독 면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을 강하게 질책하면서 시작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 측은 “그전까지는 이 부회장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이나 정유라를 만난 적도 없고 정유라에 대한 지원을 시행한 사실 전혀 없다가 단독 면담에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고 나서야 급히 승마 지원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앞에서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앞에서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변호인 “삼성, 청탁하려 했으면 면담 전 애로사항 전달했을 것”


최서원의 강요로 삼성이 정유라의 승마를 지원한 것은 사실이나 공익적 목적이 컸으며 다른 선수들도 함께 지원하도록 추진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지원 도중 최서원이 정유라만 지원할 것을 요구하면서 삼성의 추가 승마선수 선발을 계속 반대했고 결국 정유라 1인에 대한 지원으로 변질되고 말았다는 설명이다.


영재센터 후원 건에 대해서도 사실상 거절하기 어려운 박 전 대통령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변호인측은 “피고인들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로 의사결정의 자유가 침해된 상태에서 후원한 것이 분명하다”며 “또 영재센터 후원은 동계올림픽을 위한 공익적 취지였고, 삼성 관계자뿐 아니라 영재센터 관계자와 문화체육관광부 담당 공무원들도 공익사업으로 인식했다”고 강조했다.


언론에서도 이를 여러 차례 공익사업으로 보도했기 때문에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이 정부가 정책적 목적 달성을 위해 후원을 요구한 것으로 생각했고, 다른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부정청탁 혐의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이 다른 기업들과 달리 대통령과의 면담을 청탁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측은 “만약 (피고인들이) 이를 청탁 기회로 봤다면, 청와대에 그룹 현안이나 애로사항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해 말씀자료에 기재됐을 것이나, 그런 자료를 제출한 바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변호인 측은 포스코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포스코는 최서원의 여자 배드민턴팀 창단 요구를 거절했다가 청와대의 강한 요구를 받고 통합 스포츠단을 창단했다는 사실이 인정됐는데 이는 삼성의 승마지원과 비슷하다”며 “이 부회장은 직접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 강도가 더 높다”고 주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 출석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 출석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검찰-재판부, ‘수동적’ 뇌물공여 표현 방식 두고 대립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대등한 관계였다는 점을 주장했다. 검찰은 “삼성의 경우, 국내 1위 재벌그룹을 넘어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함에 따라 대통령과의 관계가 대등해졌다”며 “피고인 이재용과 대통령의 관계는 어느 일방의 강요에 의해 어떤 행위를 요구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토대로 더 이상 3·5법칙을 적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3·5 법칙은 법원이 대기업 회장 등 오너들에 실형 대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 온 관행을 말한다.


검찰은 “이건희 전 회장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사건은 1990년 12월 하순~1992년 8월 하순까지 2년에 걸쳐 정치자금 명목으로 100억원의 뇌물을 공여한 범행”이라며 이 사건 또한 삼성그룹이 다른 경쟁기업보다 우대받거나 최소한 불이익이 없도록 선처해 달라는 취지의 뇌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건희 전 회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2007년 1월경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했다는 국민 비판 여론에 따라 양형기준이 도입됐고 그 결과, 2013년 SK 오너 일가의 횡령 범죄에 대해 징역 4년 등의 실형이 선고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사건에 입법자가 정한 양형기준이 아닌 3·5법칙을 적용하는 것은 특권층을 인정함으로써 헌법상 국민주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부와 이 부회장의 뇌물 성격에 대한 표현 방식을 두고 대립하기도 했다. 검찰은 “재판부가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뇌물공여라는 취지로 오해할 수 있는 취지로 여러 번 말했는데 이게 요구에 의한 뇌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정준영 부장판사가 말을 끊으면서 “오해할 수 있는 말을 하는데 제가 무슨 대통령 요구에 의한 수동적 뇌물공여란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재판부가 하지 않은 말을 전제하는 변론은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뇌물을) 요구한 것은 맞고 재판부는 사실만 얘기했지 평가한 적은 없다”며 “수동적이라는 표현은 자제해 달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30일 공판에서 전문심리위원들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내달 7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다만 30일 공판은 예정대로 열리며 검찰의 추가 증거조사 기일로 진행된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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