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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이웃사촌' 오달수 "떨리고 두렵지만 책임져야 할 영화"


입력 2020.11.22 02:08 수정 2020.11.21 17:1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이환경 감독의 '걱정말라' 한 마디가 버티게 해줘

거제도에서 3년간 가족들과 함께 지내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1990년 극단 연희단거리패 입단을 시작으로 2002년 영화 '해적, 디스코왕 되다'로 스크린에 데뷔한 오달수는 '신과함께-죄와 벌', '베테랑', '암살', '변호인' 등에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에 다수 출연해 '천만요정'이란 별칭까지 얻었다.


많은 작품에서 러브콜을 받던 그였지만, 2018년 2월 성추문 폭로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진 후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경찰조사에서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나서야, 개봉이 연기됐던 영화 '이웃사촌'을 내보이기 위해 다시 대중 앞에 섰다.


오달수는 영화 '이웃사촌' 개봉을 앞두고 만난 인터뷰에서 질문 하나에도 신중하게 답변하며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많이 겁나고 낯설고 두려워요. 개봉 날짜는 정해졌는데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도 기대가 됩니다. 그 동안 저로 인해 영화 개봉이 불확실해 무한 책임을 느껴왔습니다. 떨리고 두렵더라도 영화를 찍었으면 홍보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나오기로 했어요. 지금이라도 개봉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무엇보다 오달수는 자신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봤다는 현실에 많이 괴로워했다. 이 때 이환경 감독의 '걱정말라'는 한 마디는, 그를 버티게 해준 요인 중 하나였다.


"개봉이 무기한 연기된다라는 소식을 듣고 이환경 감독님이 '그 기간 동안 더 많이 만지고, 영화를 더 보고, 고쳐서 깔끔하게 만들어 놓겠다.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애를 많이 써줬어요. 영화로 보니 새롭고 재미있더라고요. 본의 아니게 감독님에게 후반작업을 할 시간을 많이 드린 것 같아요. 생각보다 잘 나왔더라고요."


거제도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도 마음 편할 날 없던 3년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귀한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단순한 생활 패턴으로 잡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이렇게 단순하게 산 적이 없었는데, 스님들이 왜 수련을 하는지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형님이 계신 거제도에서 농사지으면서 지냈는데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 됐습니다."


오달수가 활동을 중단하고 잇는 도중 '술로 시간을 보낸다'는 근황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었다. 오달수는 그렇지 않으면 단 5분도 못 버틸 정도로 패닉에 빠졌었다고 회상했다.


"술로 시간을 보낸다고 하니 주위에서 안타깝게 바라보시더라고요. 다행히 가족이 보듬어줬죠. 24시간을 옆에서 케어해줬어요. 처음에는 어머니가 있는 부산에 갔는데 TV가 있으니 스트레스를 받아서 형님이 사시는 거제도에 갔어요. 형님이 텃밭을 가꾸며 무심한 세월을 보내라고 조언해줬어요. 해뜨기 전 밭에 물주고, 아침에 쉬었다가, 다른 일 하면서 지냈는데, 그 때 영화를 보면 그립기도 하고 묘하기도 했어요."


오달수는 혐의없음으로 결론이 난 성추문에 대해 억울한 감정은 없냐는 질문에 "시간이라는게 지나가버렸다"고 담담하게 심경을 전했다.


"지금은 억울하다고 말 해도 별 의미가 없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 자리에 앉아 숨을 가다듬는 것 뿐이었죠. 벌떡 일어나 누군가와 맞서 싸우는 건 방법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변하는건 없을테고 이미 다 지난 일입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이웃사촌'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돼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7번방의 선물'을 연출한 이환경이 메가폰을 잡았고 오달수가 야당 총재 이의식 역으로 등장한다.


이환경 감독은 코믹한 이미지로 활용되는 오달수의 이미지를 한 번 쯤 바꿔주고 싶어 '이웃사촌'의 시나리오를 건넸다. 하지만 오달수는 부담감을 느껴 고사를 거듭했다.


"막걸리 집에서 마지막에 '읽어나보세요' 하면서 시나리오를 주시더라고요. 그 말이 전 '우리 같이 합시다'란 말로 들렸어요. 그렇다면 무조건 해야하는게 맞는데, 첫 초고가 전라도 사투리로 나와있었고, 이의식 캐릭터가 철학이 베어있는 인물이라 부담 됐어요. 전라도 사투리는 조금이라도 못하면 큰 누를 끼치기에 거절했죠. 그랬더니 감독님이 새롭게 시나리오를 고치신 겁니다. 그렇게까지 해주시니 안할 이유가 없었죠.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저를 믿어주시니 함께 잘 만들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웃사촌'에서 이의식은 1985년 민주화를 위한 구심점에 있는 야당총재로,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실화에서 차용돼 만들어진 캐릭터다. 오달수는 지금까지 봐왔던 코믹한 모습은 잠시 눌러두고, 한 나라의 야당총재란 무게감을 짊어진 연기를 선보였다.


"지금까지 다른 작품에서 보여드린 이미지가 있으니 관성을 막기가 힘들었어요. 최대한 누르려고 노력했습니다.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인데 너무 진중하면 관객들이 힘들어했을텐데, 고맙게 이웃집에서 웃겨주셔서 부담감은 덜했어요."


전라도 사투리가 수정되니 남아있는 산은 실제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었다. 영화가 설정한 배경은 오달수가 20대였을 때로 직접 보고 느낀 바를 다시 떠올리며 연기에 임했다.


"아무래도 부담감이 컸죠. 제가 87학번이라, 그 분의 말씀을 듣고, 그 분과 함께한 분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 시절 한 번쯤 거리에 안나간 사람이 없을테고, 최루탄 가스 냄새 안맡아보신 분이 없을 겁니다. 그 시절을 직접 몸으로 느끼면서 지내왔기에 특별히 준비하진 않았어요. 그래도 대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 상황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로 정치적인걸 많이 보여드릴 필요는 없었어요."


영화가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후, 이의식 총재 캐릭터에 배우 오달수와 그의 스캔들이 겹쳐보인다는 평도 있었다. 여기에도 오달수는 솔직하게 답변했다.


"자연스러운 시각이라고 봐요.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그런 것들이 지워질까 생각은 안해봤어요. 인생이라는게 재단된 것도 아니고,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요.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더 좋은 계기가 될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한 번 불거진 스캔들은 오래도록 꼬리표로 따라다닌다. 오달수는 개의치 않고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작품을 통해서만 판가름이 날 것 같아요. 저는 예전처럼 작품이 들어오면 읽어보고, 좋으면 감독님이 누군지 알아보고, 제 마음에 드는지 등 제 나름대로의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에 맞춰 작업을 해나갈 겁니다. 관객들의 마음이나 시선을 어떻게 바꿔보겠다는 건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그에게 '이웃사촌'은 자신을 향한 주변사람들의 믿음을 확인했고, 배우로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특별한 작품이 됐다. 오달수는 "그저 고마운 영화"라고 애정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가족과 이웃에 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는 영화라며 기대와 관심을 당부했다.


"가장 중요한 건 '이웃사촌'은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휴먼드라마라는 겁니다. 이웃집 도청팀이 웃음을 책임 지고 있으니 보시고 즐겁게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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