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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㉞] “뮤지션은 치유사”…음악으로 발현되는 조동희의 신념


입력 2020.11.19 02:00 수정 2020.11.18 16:5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정규 2집 '슬픔은 아름다움의 그림자-', 11월 11일 발매

ⓒ최소우주 ⓒ최소우주

조동희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작사가, 음반 제작자다. 우리에게 조동진과 조동익의 여동생으로도 익히 알려져 있고,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를 비롯해 김장훈, 조규찬 등의 앨범에 참여하면서 음악적 역량을 보여줘 왔다. 특히 그의 음악이 대중의 가슴을 울리는 덴 가사가 주는 ‘힘’ 때문이다.


조동희는 ‘뮤지션은 치유사’라는 신념을 가지고, 이를 음악으로 발현해낸다. 때로는 포근한 담요처럼 아프고 흔들리는 마음을 가만히 덮어주고 다독이며, 때로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사람을 치유하고 안아준다. 그가 지난해 설립한 레이블 최소우주‘는 그런 그의 음악적 신념을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그릇과도 같다.


지난 11일 조동희는 새 앨범 ‘슬픔은 아름다움의 그림자-’와 1집 앨범 ‘비둘기’를 리마스터링한 앨범을 동시에 발매했다. 그가 싱어송라이터로서 내놓은 두 앨범 역시 그의 신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특히 ‘보는 음악’이 만연하는 현 가요계에서 조동희 특유의 시적인 이야기들과 조동익을 비롯한 음악적 가족들이 만든 촘촘한 소리들로 ‘듣는 음악’의 정수를 보여준다.


- 먼저 근황을 듣고 싶습니다. 요즘 무얼 하면서 지냈나요?


지난해 1인 독립레이블 최소우주를 설립하고 제 작업들을 하고 있었는데 올해 새 식구들이 많이 생겼어요. 제주도 월드뮤직밴드 사우스카니발, 클래식기타리스트 드니성호, 신인 싱어송라이터 한상우, 저까지 4팀이 되었고 함께 도와주시는 직원들도 생겼고요. 26년 만에 나오는 저희오빠 앨범 ‘Jodongik’과 장필순 언니의 리마스터링 앨범발매를 도왔고, 사우스카니발, 드니성호 앨범 프로듀싱과 제작, 그리고 최근 제 앨범 발매까지. 인생 최고의 바쁜 시기를 보낸 것 같아요(웃음).


- 네, 그중에서도 조동희 씨의 새 앨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새 앨범도 반갑지만, 2011년 낸 정규 1집 ‘비둘기’를 다시 만들었다는 것도 팬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우선은 새로운 제 레이블이 생기면서 앨범권리를 제가 갖게 됐고, 동익 오빠와 1집 앨범을 듣다가 너무 좋다고 다시 마스터링을 하면 어떨까 의견이 나와서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오빠가 “미리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면서 1집 앨범의 리마스터링을 해줬죠. 세상에서 이보다 멋지고 소중한 성탄 선물이 또 있을까요? 하하. 2011년 버전도 좋지만 조금 더 세심해진 소리와 최소우주만의 디자인으로 재발매하게 되어 밀린 숙제를 한 듯이 기분이 좋습니다.


- ‘비둘기’를 냈을 그 당시의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당시 가사를 쓰고, 음악활동을 시작한지 18년차였지만 느릿느릿 작업을 했었고, 그 사이 결혼도 했고, 세 아이가 생겨서 음악을 다시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내게 남을 건 결국 음악이라는 생각에 큰 용기를 내 작업한 앨범이었어요. 거의 10년간 만든 노래들이 들어있고요. 싱어송라이터로서는 첫 정규앨범이니, 프로 가수로의 입문작이랄까요? 하하.


- 이번 리마스터링 작업에서 중점을 뒀던 지점은요?


본래의 느낌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사운드를 발전시켜야한다는 것이었죠. 당시 서툴지만 풋풋한 신인가수의 느낌들이 저는 좋거든요. 모든 ‘처음’들이 그렇듯.


- 그 당시와 지금, 많은 것들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일단 제가 많이 어른이 된 것 같아요. 마음이 조금 더 평온해졌달까요? 조급함도 큰 욕심도 없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보게 되었습니다. 노래에서도 좀 여유가 생긴 기분이에요. 저만의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조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노래란 무엇인지. 그 역할이 어때야 하는지.


- 모든 곡들이 그렇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곡도 있을 것 같아요.


‘그게 나예요’에 가장 애착이 가요. 제 일기장 같은 곡이었고, 노래 녹음하면서 눈물이 났어요. 그걸 그대로 실어서 노래를 들어보시면 목소리가 떨려요. 울면서 부른 소리죠. 그 소리에 맞춰 피아노 조율을 틀었죠. 저도 역시 불안정한, 불완전한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노래입니다.


ⓒ최소우주 ⓒ최소우주

- 이번 새 앨범과 리마스터링 작업의 결과물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도도 궁금합니다.


2집 녹음을 하며 오빠와 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오디오 전문가 한지훈 박사님과도 좋은소리에 대해 수많은 토론과 연구가 계속됐죠. 이번 작업을 하며 더더욱 믹싱과 마스터링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어요. 2집은 한달간 마스터링을 연구한 결과물이라 1집 또한 그에 맞는 사운드를 구현하려 노력했습니다.


- 2집 앨범 ‘슬픔은 아름다움의 그림자-’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슬픔은 아름다움의 그림자’…오래 전, 이 한 문장을 적어놓았어요. 슬픔은 아름다웠기 때문에 오는 것이라고, 빛이 있기에 생겨난 그림자 같은 것이라고. 조동진 오빠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 한쪽 벽 위에는 오래 전 그의 인터뷰 영상이 흐르고 있었는데 그 속에서 젊은 그는 이렇게 얘기했어요. ‘우리가 가진 슬픔이란 것은 아름다움으로부터 오는 것 같아요’라고. 시대를 초월하여 같은 생각을 하다니, 반갑고도 슬펐어요. 아마도 오빠와의 시간이 아름다웠기 때문이겠죠. 이 가사는 조동진 오빠를 생각하며 썼습니다. ‘행복한 사람’을 부르고나서 전 ‘행복’해졌고 오빠가 떠나고 나서 달빛은 혼자 빛나지 못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의 가사도, 마음을 울리는 글들로 채워진 것 같습니다.


가사의 영감은 어디서 오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저 같은 경우 사실, 영감이 어디서 온다기보다 생각의 방식을 달리하는 것 같아요. 노래적으로 생각하기, 보편적인 감정을 낯설게 표현하는 것이 좋은 가사라고 생각해요. 모든 상황에서 많이 관찰하고 생각하고 많이 듣습니다. 영화연출을 전공했기 때문에 시각적인 표현을 떠올리며 쓰는 버릇이 있어요.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여행을 하며 많이 영감을 얻지만 가장 중요한건 사람이죠. 사람에게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어요. 제가 사람들을 많이 좋아하고요(웃음).


- 가사도 좋지만, 이야기를 살아있게 만든 건 음악적 요소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에 음악을 입히는 과정은 어땠나요?


조동익 오빠나 박용준 오빠는 저의 오랜 파트너이기 때문에 척하면 척 알아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오빠들 곡에는 가사가 한 번에 줄줄 나올 정도죠. 무슨 마음인지 아니까요. 저는 주로 글 먼저 쓰고 음을 입히는 식으로 작업을 해요. 제가 쓰는 곡도 그렇고, 이번 동익 오빠와의 작업도 제가 글을 먼저 쓰고 그 글을 보고 그 느낌으로 오빠가 곡을 보내면 제가 그 곡에 맞춰 가사를 붙여 보냅니다. 가족이기에, 서로 멜로디나 가사를 본인이 편한 방식으로 수정하는 게 가능하죠. 패밀리비지니스의 장점이에요. 하하.


- 평소 음악 작업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지점도 ‘사람’인가요?


맞아요. 사람과의 관계. 이번 뮤직비디오를 맡아준 표하연 감독이 저를 ‘사랑 외엔 아무것도 없는 아티스트’라고 표현했는데 저는 그 말이 너무 좋았어요. 노래는 시에서 왔고, 사람을 위한 것이니까요,


- 많은 ‘사람’들 중 가족들에게서 얻는 영향도 클 것 같습니다.


네, 아주 큰 영향을 줬죠. 너무 큰 나무들이라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지금은 함께 따스한 햇살을 맞는 기분입니다. ‘조동진’이라는 세 글자는, 어두운 길을 비춰주는등불이었다면, ‘조동익’이라는 이름은 제게 채찍이었고 기다림이었고 그릇이이에요. 음악의처음을시작하게 했고, 씨앗을 발견해줬고, 작은 날개를펼치게 했고, 기다림과 숙성을 알려주었으며, 다시 살아나는 에너지를 보여줬습니다. 또 저의 대표작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가 없었다면 제가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었을까요. ‘장필순’이라는 이름은 저에게 아름다운 가을나무예요. 나누고 비우고 한결같은.


- 이번 새 앨범을 듣는 대중들에게, 가장 좋은 리스닝 방법을 설명해주신다면요?


어릴 적 아름다운 동화책을 읽다가 스르르 잠이 들어 꾸는 꿈. 저도 그렇고 모두들 경험들 있으실 거예요. 50분가량의 아름다운 꿈을 꾼 기분이 드신다면 제가 꼭 ‘앨범’으로 내고 싶었던 이유, ‘앨범이 앨범인 이유’를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누구나 느끼는 감정들이 담겨있는 가사에 공감을 해주신다면 좋겠고, 우주를 날아다니는 듯한 작은 소리 하나하나를 찾아내는 재미도 있으실 거예요.


- 앞으로 싱어송라이터 조동희로서 또 어떤 음악들을 들려줄지도 궁금합니다.


아마도 제 다음 앨범은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2집이 나왔으니 3집준비도 살살 할 거예요. 현재 동익 오빠랑 장필순 언니 신보 작업도 하고 있고요. 최소우주에서는 내년에 박정자 배우님의 앨범을 기획중입니다. 앨범 ‘노래처럼 말해줘’. 선생님이 내년에 80세이신데 선생님의 대표작인 ’19그리고 80‘ 5월 공연 전에 나올 거예요. 기념앨범이 아니고 인생을 나눠주시는 앨범이지요.


- 올해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올해를 되돌아보면 어떨까요.


너무나 바쁘고 힘들었지만 그만큼 거둔 것, 얻은 것, 깨달은 것이 많은 한해였어요. 목표는 없습니다. 아직도 방향을 가지고 여행하는 중이예요. ‘누군가 당신을 만났을 때 당신을 만나기 전보다 나아지게 하라’(마더 데레사), 이 것이 제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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