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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단편영화의 현재②] 감독 지망생‧관객‧영화제 관계자‧…그들이 보는 ‘단편영화’


입력 2020.11.08 14:02 수정 2020.11.08 11:02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 영화 '심판', '인플루엔자', '폴라로이즈 작동법',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DVD를 주지않는가?', '12번째 보조사제' ⓒ 영화 '심판', '인플루엔자', '폴라로이즈 작동법',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DVD를 주지않는가?', '12번째 보조사제'

박찬욱 감독이 '공동경비구역 JSA'로 이름을 알리기 전, 흑백단편영화 '심판'이 1999년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 2001년 제13회 클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 한국 파노라마로 상영됐다. 위선과 타락으로 얼룩져 가는 오늘날의 사회와 타락한 인간상을 단순 명쾌하게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로, 박찬욱 감독의 문명 비판적인 시각과, 인간의 잔혹성 그 이면에 모습,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미쟝센들이 26분 안에 담겼다.


박찬욱 감독 외에도 봉준호, 장재현, 이경미, 이상근, 구교환 등도 장편영화를 하기 전 단편 영화로 자신의 세계관을 펼친 감독들이다. 하지만 소설과 달리 영화에선 단편을 하나의 작품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영화감독들도 장편영화로 가기 위한 발판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적지 않았다.


단편영화가 영화제에서 수상으로 연결되고, 제작사와 계약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단편이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은 '12번째 보조사제'로 1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부문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엑시트' 이상근 감독은 '베이베를 원하세요'로 5회 미쟝센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명환이 셀카'로 대구 단편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지금은 배우로 더 유명한 '반도' 서대위 역의 구교환 역시 제13회 미쟝센 영화제에서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로 희극지왕 작품상을 받았다.


영화 제작사 역시 영화제에서 소개되는 단편이나 영화과 학생들이 만든 단편 작품에서 신인 감독을 발굴하는 걸 선호하고 있었다. 단편영화제 관계자 역시 "직업인의 창구로 쓰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을 보탰다.


하지만 꼭 장편을 위한 습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자신의 재능을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하고, 지망생의 경우에는 선택의 여지가 단편영화 연출이 최선이었다. 또 영화과 학생의 입장에서는 단편영화가 졸업 자격 중 하나다.


성균관대 영상학과를 졸업한 한 이미희 씨는 "1학년에서 3학년 수업까지 시나리오 워크샵 같은 수업의 한 학기 목표가 10분가량의 단편영화 한 편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졸업작품 수업에서 서로 만드는 과정을 체크하며 단편영화를 제작한다. 시나리오를 작성하면 배우 캐스팅은 연기과 배우들과 협업하거나 오디션 사이트를 통해 공지한다. 프리프로덕션과정으로 미술, 소품, 로케이션, 콘티 작업을 하고 조명팀과 촬영팀을 꾸린다. 보통은 품앗이처럼 스로의 스태프가 되어준다. 단편을 꼭 장래를 위한 이용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지 않는다. 졸업 조건이고 함께 단합해 만들어 좋은 결과를 내면 의미가 있는 것"고 전했다.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생각의 차이인 것 같다. 단편을 굳이 장편으로 가기 위한 교두보라고 생각 할 필요가 없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된다. 단편은 장르적인 제한도 없고 다채로운 색깔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영화에서 항상 요구되는 새로운 창작물을 끌어낼 수 있다. 그래서 단편영화는 새로운 배우와 감독을 찾는 창구다. 더 발굴되야 하고 더 성장해야 하는 영역이다”라고 단편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단편영화의 가치를 알아보는 관객들을 위해, 자신의 세계관을 투영하는 수단으로 단편을 선택하는 감독들도 있다. 프랑스의 프랑스와 오종 감독은 진실 혹은 대담', '베드씬', ;엑스2000' '썸머 드레스' 등의 단편영화를 제작했고, 박찬욱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를 연출하면서도 '청출어람', '파란만장', '반신반의' '격세지감'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 등 단편영화를 꾸준히 만들었다.


단편영화 자체로도 독립된 하나의 작품으로 바라볼 것인가의 기준은 감독 스스로에게 달려있는 셈이다.


단편영화를 찾아보는 한 영화팬은 "좋은 단편영화를 떠올릴 때는 강한 특징들이 있다. 시나리오 상의 전개가 좋아서 마지막 반전까지 강하게 와닿는 경우도 있고('12번째 보조사제'-검은사제들 의 시작이 된 단편영화)캐릭터의 매력이 강하게 담겨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떠오르게 되는 작품도 있다('폴라로이드 사용법' 정유미,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않는가' 구교환 등) 또, 일상의 한 부분을 포착하며 깊은 공감과 질문을 던지는 작품도 있다(윤가은 감독 '손님' 등) 개인적으로, 장편영화를 통해 감독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감독의 단편영화를 찾아보면, 거의 실망하는 경우가 없었다. 감독의 생각이나 사회를 보는 시선 등이 투명하게 담겨있는 것이 단편영화의 필연적인 매력 같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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