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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국악의 재발견①] ‘옛음악’이라는 편견 깬 국악의 반전


입력 2020.11.01 00:00 수정 2020.11.01 18:0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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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타분하고 따분하다” “나이 많은 분들만 듣는 음악이다” “트렌드를 못 따라간다”


지난 수십 년간 국악이 싸워온 ‘편견’이다. 그리고 한국 대중음악이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을 타고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국악 역시 과거보다 더 과감하게 이러한 편경을 깨고 있다.


국악의 변신이 급격하게 대중들에게 다가오긴 했지만, 이미 1990년대부터 국악계는 변화를 거쳐 왔다. 대중음악에 국악 장단을 넣었고, 젊은 국악인들이 무대에 올라 젊은 관객들과 호흡했다. 전통에 뿌리를 두되 과감한 실험을 하는 음악들이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된 건 아니라는 말이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 주제곡으로 재일한국인 뮤지션 양방언이 작곡한 ‘프런티어!’는 당시 대중적인 선율과 국악기의 매력을 더하면서 소위 ‘대박’을 터뜨렸고, 이후 국악계에도 크로스오버 트렌드가 생겨났다. 자유로운 장르 충돌을 표방한 국립극장의 여우락페스티벌 등도 이런 트렌드를 증폭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런 변화들은 새로운 국악인 양성에도 힘을 쏟게 했다. 2005년에는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안에서도 실용음악 전공이 신설됐다. 기존 작곡 전공이 있었지만, 실용음악을 더해 세부 전공을 나눈 것이다. 이는 국악 작곡 전공자와 실용음악 작곡 전공자들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국악을 만들어내기 위함이었다. 그 당시 국악을 바탕에 둔 여러 의미 있는 공연이 시도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내다보게 했다.


2007년 시작된 국악방송의 ‘21세기 한국음악 프로젝트’도 새로운 국악 스타를 배출하는 주요 통로다. 13년간 불세출, 정민아, AUX, 고래야 등 많은 스타를 내놓았다. 또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소리프론티어’, 정동극장의 청년 국악 인큐베이팅 사업 ‘청춘만발’, 서울시와 크라운해태가 지난해 시작한 남산국악당의 국악오디션 ‘단장’도 주목을 받고 있다.


20년을 넘는 시간동안 이어져 온 국악의 크로스오버 트렌드는 최근 국악의 세계화 움직임과 만나면서 해외무대 진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악에 새로운 이야기를 얹거나, 장르간의 충돌은 물론, 국악에 뼈대를 두고 있지만 아주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내면서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기도 한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 이희문은 경기민요와 타 장르의 적극적인 충돌을 실험하고 있다. 경기 소리를 전공하고 있지만 팝, 록, 재즈, EDM 등 장르를 넘다드는 것에 조금의 주저함이 없다. 소리꾼이 무대에 설 때 통상적으로 한복을 입고 갓을 것도 과감히 벗어 던졌다.


그는 민요를 바탕으로 재즈밴드 프렐류드와 함께한 ‘한국남자’, 록과 결합한 ‘씽씽’, 리듬악기와 결합한 ‘날’ 등의 프로젝트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해체됐지만 민요 록 밴드 씽씽은 2017년 미국 공영라디오 NPR의 대표 프로그램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한국인 최초로 출연했고, 해당 영상이 유튜브 400만뷰에 육박하는 인기를 누렸다.


이희문은 “전통음악과 재즈는 예전부터 많은 콜라보를 시도해 왔다. ‘경기민요를 했던 선생님, 선배님들이 시도를 했었는데 내가 한다고 다를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프릴류드라는 팀이 가진 색깔과 내가 만났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증이 생기면서 ‘한국남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면서 “재즈 뿐만 아니라 요즘 많은 시도들이 나오고 있는데 시작이 힘들지, 물꼬가 트이면 더 좋은 것들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느낀다. 다양한 재미로 자극도 받고 흥미진진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국관광공사가 내놓은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라는 제목의 영상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악 밴드 이날치와 앰비규어 댄스 컴퍼니와 함께 서울과 부산, 전주 등을 돌며 만든 이 영상을 유튜브를 비롯한 SNS 조회수를 합치면 3억뷰에 달한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의 주시청층은 아시아의 18세~34세 여성이다. 나라별 통계를 보면 인도와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매년 30개국 이상 라이브 투어를 돌 정도로 ‘핫’한 잠비나이는 피리와 거문고, 해금 전공자를 중심으로 드럼과 베이스, 기타를 활용해 국악의 정서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이들은 2016년 NPR 뮤직 ‘올해 최고 음악 100선’ ‘롤링스톤’의 ‘당신이 못 들어봤을 15개 대단한 앨범’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7년 ‘20개국 44개 도시 50회 공연’이라는 기록으로 화제가 되면서 2018 평창겨울올림픽 폐회식 무대에 서기도 했다.


이 같은 변화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세계화에 발맞춰 국악용어의 영문 표준 번역 시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8월 31일 국악용어 전체를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맞춰 적고 그 뒤에 용어의 속성을 가리키는 말을 영어로 덧붙여 설명하는 방식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표준 번역 시안을 발표했다. 다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에 지정된 단어의 경우는 우리말 소리를 그대로 로마자로 옮겨 적기로 했다.


한국전통예술연구소 관계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자연스럽게 영상화 사업이 중요해졌고 국악도 영상화에 힘을 쏟고 있다. 세계인들이 한국의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국악을 접하게 되었고 국악이라는 장르에 매력을 느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오래 전부터 국악의 대중화, 세계화를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지만 단시간에 이뤄질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국악인들의 시각이 다양해졌고 그에 따라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국악의 발전 가능성은 높게 평가한다”고 내다봤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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