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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㉙] 김보현 “‘광주’는 모두가 주인공, 우릴 잊지 말아주세요”


입력 2020.10.31 00:00 수정 2020.11.06 11:0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11월 8일까지 홍익대학교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라이브(주) ⓒ라이브(주)

뮤지컬 ‘광주’는 낯설다. 지난 9일부터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광주’는 기존 매체들을 통해 다뤄졌던 5·18민주화운동을 시민들이 아닌 편의대원의 시선으로 좇는다. 또 아픈 과거를 그리면서도 무대 위의 광주 시민들은 울지 않았다. 가장 인상적인 건, ‘광주’에서는 모든 배우가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작품에서 광주 시민 장병구로 연기하고 있는 뮤지컬배우 김보현 역시 “‘광주’는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강조했다. 누군가 한 명이 돋보이는 것이 아닌, 무대에 선 배우 모두가 그날의 광주 시민이 되어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는 점에서 그렇다. 김보현은 “‘더 잘해야지’라는 마음보다 ‘오늘도 잘 살아야지’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대에 서는 3시간여 동안, 김보현은 광주 시민 장병구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실 24살 때까지는 꿈이 없었습니다. 신학을 공부하고 있었지만 저는 다른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무렵 교회에서 하던 연극을 시작으로 어떤 마력에 빠지면서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 데뷔 무대가 2008년 뮤지컬 ‘찬스’라고요. 벌써 13년째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그때는 오로지 긴장감만 있었어요. 그 공연을 하기 까지 제가 ‘오디션 100번 보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거든요. 근데 17번째 오디션이 ‘찬스’라는 작품이었고, 합격 연락을 받았을 때가 더 기억에 남아요.


- 첫 무대 이후 쉼 없이 무대에 오르고 있는데요. 슬럼프는 없었나요?


슬럼프는 35살 이후로 매년 있는 것 같아요. ‘이 길이 맞나’라는 생각과 경제적 어려움이 항상 따라오니까요. 올해도 극심한 정신적 슬럼프가 왔고요. 극복 방법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이 일을 하는 것 보다 재미있게 사는 법을 모르겠는 것이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일이 없다가도 결국은 다시 찾아 주시더라고요. 감독님들이나 피디님들이 오디션 보자고 연락이 오면 또 열심히 준비해서 붙고, 그럼 또 기분이 좋아진답니다(웃음).


- 13년 동안 무대에 오르다보면 많은 것들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환경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변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은 예나 지금이나 같아요. 하지만 그 것이 실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복합적인 요소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고, 지금은 그때에 비해 기회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된 것 같네요.


- 현재 뮤지컬 ‘광주’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요?


‘광주’는 잊지 말아야할 우리의 역사다. 우리를 잊으시면 안 됩니다.


ⓒ라이브(주) ⓒ라이브(주)

- 그 시절 광주의 아픔을 이야기하면서도 왁자지껄 노래하고, 흥겹게 춤을 추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새로운 시선으로 그날의 광주를 그렸다는 평이 있는데요. 작품을 처음 받아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역시도 너무 새로웠거든요. 근데 연습해보니까 ‘맞다’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 ‘광주’에 참여하면서 인상 깊었던 일화도 있을까요?


지금도 매일 느끼는 건데, 사실 대극장 공연이라 무대에 오르는 배우가 많습니다. 거의 30명 가까이 되죠. 그런데도 연습부터 공연하는 지금까지 이 많은 배우들이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는 공연을 13년 동안 본적이 없습니다. 단순히 분위기가 좋은 게 아니라 ‘모두’가 하나가 되었다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하하.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어가고 있는 것이 너무 신기할 따름입니다.


- 이번 작품에서 광주 시민 장병구 역을 맡고 계십니다.


장병구라는 사람은 사실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가고,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TV를 보다가 잠들고, 다시 일어나 회사를 가는…. 우리 극에서는 무장투쟁의 시발점이 되는 사람입니다. 보통의 하루를 끝내고 집에 들어와서 양말을 벗고 씻을 준비를 하는 데 갑자기 무장군인들이 집 안으로 들어와서 이유도 없이 끌려가 맞습니다. 거기에다 그들이 쳐놓은 덫(편의대)에 넘어가 무장투쟁의 길로 들어서는 사람입니다.


- 앙상블의 특성상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매일 원캐스트로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든 건 맞습니다. 저는 대극장 주인공, 소극장 주조연, 대극장 앙상블까지 경험했습니다. 보람을 느끼는 지점은 다 같아요. 주어진 역할이 다른 거지 ‘공연을 잘 올렸다’라는 지점에선 모두 같은 입장이니까요.


- 프레스콜에서 “‘광주’는 모든 배우가 주인공”이라고 했던 배우들의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광주’는 모두가 주인공이 맞습니다. 저는 그냥 저에게 주어진 케릭터로 3시간가량을 살뿐입니다. ‘더 잘해야지’라는 마음보다, ‘오늘도 잘 살아야지’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 뮤지컬 배우로서, 꼭 도전하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나요?


제 꿈은 ‘렌트’의 콜린스와 ‘넥스트 투 노멀’의 아빠 역할, ‘라만차’의 돈키호테는 꼭 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창작 뮤지컬을 많이 만들면서 배우생활을 하고 싶어요.


- 그동안 했던 작품들 중에 작품의 크기나 흥행과 무관하게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이 있다면요?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입니다. 저의 첫 대극장 주인공 데뷔작이니까요. 아무래도 기억에 많이 남네요.


- 코로나19로 배우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기간에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우선 공연을 올릴 수 있게 힘쓴 모든 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누군가의 각오와 희생들이 이렇게 공연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이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힘들다고 주저하지 말고 어떻게 해서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저에겐 다가왔습니다.


- 얼마 남지 않은 2020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공연을 못할 줄 알았는데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올해의 목표는 이룬 셈이죠. 목표라면 또 공연을 하는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뮤지컬, 연극, 방송, 영화 등의 오디션을 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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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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