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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수율 십분의 일 토막…코로나發 5만원권 돈맥경화 경고등


입력 2020.10.28 06:00 수정 2020.10.27 17:40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9월 5만원권 발행액 4조5821억…환수율은 3.2%에 그쳐

2009년 9월 이후 최저치…예금회전율도 가장 낮은 수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5만원권 환수율이 큰 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데일리안 이나영 기자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5만원권 환수율이 큰 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데일리안 이나영 기자

지난달 5만원권 환수율이 2009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계나 기업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안전한 현금을 쌓아두려는 성향이 강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돈맥경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5만원권은 총 4조5821억원 발행됐다. 이 기간 한은 금고로 돌아온 환수액은 1478억원으로 환수율은 3.2%에 그쳤다.


9월 환수율은 5만원권 발행 원년인 2009년 9월(1.1%) 이후 최저치다. 작년 9월에는 5만원권이 3조8521억원 발행됐고 이 중 한은으로 돌아온 환수액은 1조5016억원으로 환수율 38.9%을 기록했다.


올 3분기(7~9월) 기준으로 봐도 5만원권은 총 7조1998억원이 발행됐는데 이 기간 한은으로 회수된 금액은 4722억원으로 집계됐다. 환수율은 6.6%으로 이 역시 2009년 3분기(1.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5만원권 환수율이 떨어진 이유는 코로나19 영향이 가장 크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주체들이 투자를 꺼리며 돈을 움켜만 쥐고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커졌다는 얘기다.


가계나 기업이 은행에서 쉽게 꺼내 쓸 수 있는 예금의 인출 빈도 흐름을 봐도 이 같은 상황이 잘 드러난다.


8월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5.5회였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5년 1월(18.3회)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예금 회전율은 시중에서 돈이 얼마나 활발하게 도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로 1999년 7월(95.5회) 정점을 찍더니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올해에는 지난 5월 15.6회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석 달 만에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저축성예금을 포함한 전체예금의 회전율로 3.5회로 낮다.


일각에서는 5만원권이 범죄수단에 악용되거나 비자금 조성 등 지하경제로 흘러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각종 뇌물수수나 비자금 조성 등 부정부패 사건이 드러날 때 5만권을 가방이나 박스 등에 담아 전달했다는 수사결과가 나오면서 이 같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은 측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예비용 수요를 중심으로 발행액은 증가한 반면 환수액이 크게 감소하면서 환수율이 크게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5만원권의 지하경제 유입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주요국에서 고액권을 중심으로 화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5만원권 환수율과 지하경제의 상관관계에 대해 확인하기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 한은이 발표한 ‘코로나19가 주요국 화폐 수요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미국, 중국,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 3월 이후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이 작년 대비 2.4~3.0배에 달했다. 유럽연합, 캐나다, 일본은 이 기간 1.1~1.9배로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재난 등 위기 시에는 현금에 대한 신뢰가 비현금지급수단보다 우위에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현금은 어떠한 경우에도 안전하게 결제를 완료할 수 있고 가치를 안정되게 저장하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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