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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가족들


입력 2020.10.16 07:00 수정 2020.10.16 14:09        데스크 (desk@dailian.co.kr)

문준용 “앞으로도 페어플레이를 하자”…국민들 거북

언론,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뉴스가치 기준이면 다뤄

ⓒ데일리안 ⓒ데일리안

미국 대통령, 영국 여왕, 교황, 중국공산당 총서기,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등말만 하면 ‘기사(記事)’가 되는 자리나 인물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대통령, 여야 대표, 재벌 총수, 인기 연예인 등 여럿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 자녀들의 발언이나 동정도 언론에 보도된다. 사생활을 보호받으며 조용히 살기가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가 또 언론에 등장했다.


그는 지난 2012년과 2017년 대선 당시 논란의 중심이 됐었다. 그가 2006년 말 공기업인 한국고용정보원에 채용되는 과정부터 2010년 초 사직할 때 까지 발생했던 여러 ‘우연(偶然)’에 대해 당시 야당이 문제를 삼았다. 문 대통령은 이 시기 노무현 정부 청와대의 수석비서관, 비서실장 등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준용씨에 관해서는 당시 야당은 물론 민주당 내 경선자였던 이재명 현 경기도 지사까지 의혹을 제기했을 정도였고, 문 대통령 측도 몇몇 부문에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급기야 준용씨 채용 관련 서류가 파기대장(臺帳)에 기록도 안된 채 사라진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관련 규정은 “임용, 상벌 등 인사에 관한 중요문서는 영구 보존”하도록 돼 있는데도 말이다.


그 준용씨가 지난 주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대구 중구남구)과 설전을 벌였다.


본인이 출강하고 있는 대학의 재단 이사장이 국감(國監)에 출석했을 때 곽 의원이 준용씨의 ‘시간강사 평가 자료’를 제출해 주도록 요청한 사실을 오해한 데 따라 감정 섞인 말들이 오갔다.


사실관계에서 오류를 범한 준용씨가 곽 의원에게 사과했지만 “앞으로도 페어플레이를 하자”는 준용씨의 말은 지켜보는 국민들을 거북하게 만들었다. 시원찮은 국회의원을 국민 누구나 꾸짖을 수는 있지만, 준용씨가 국회의원의 플레이 상대는 아니다.


곽 의원이 그 동안 대통령 가족에 관해 몇 차례 문제 제기를 한 건 개인적인 호기심이 아니었다. 대통령 가족에게는 경호 등으로 국민의 세금이 지출된다. 국민이 알 권리가 있다.


곽 의원은 작년 8월부터 시간강사법이 시행되면서 많은 강사들이 자리를 잃은데 비해 준용씨는 도리어 강좌가 늘어, ‘아빠 찬스’인지 ‘강의 능력’ 때문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 자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지금 시중에서는 문 대통령의 딸 가족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돌고 있다.


대통령이 퇴임 이후 거주할 주택을 짓는데도 말이 많다. 터를 넓게 잡아 농지(農地)가 포함되는 바람에 농지 관련법을 위반한 것이 분명한데도 “과거에도 농사를 지었네” “지금도 가끔 가서 농사를 짓네” 등 말 같잖은 소리를 한다.


차라리 대통령이 “농지 관련법이 현실과 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 귀향(歸鄕)을 하고 싶어도, 불가피하게 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많아 실태를 조사한 뒤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라고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대통령, 국왕, 독재자 등과 그 가족들은 언론의 속성상 기사거리가 된다. 뉴스가치(News Value)를 평가하는 기준이 여럿 있지만, 거기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영향력(Impact), 저명성(Prominence), 진귀성(Novelty), 시의성(Timeliness), 인간적인 냄새(Human Interest) 등인데, 본인은 물론 대통령이나 왕실 가족의 결혼과 이혼, 별거 등은 이 기준에 부합된다.


러시아의 강자(强者) 푸틴(68)의 경우를 보자. 3선 대통령에 당선된 지난 2012년 부인 류드밀라와의 별거설이 보도되고, 2013년 이혼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또 지난 8일에는 31살 아래의 연인(戀人) 알리나 카바예바가 작년 4월 쌍둥이 아이를 출산한 뒤 올 들어서는 아예 종적을 감췄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 가족이나 영국 왕실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다. 언론을 통해 우리는 좋은 이야기 민망한 이야기, 다 듣고 있다.


당장 지난 10일 밤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심야 열병식(閱兵式)에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가 참석하지 않은 것을 놓고, 국내 언론은 ‘자고 있었나. ‘코로나 때문인가’ ‘임신 했나’ 등등의 내용으로 기사를 쓴다.


사람들이 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고, 뉴스가치 기준에 맞으면 언론은 그 내용을 다룬다. 북한의 조선중앙TV나 노동신문은 이런 기사를 보도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에 타블로이드(tabloid) 신문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차이들이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남북한을 구별 짓는 중요한 잣대 가운데 하나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국민의 기본권 유무가 바로 여기에서 갈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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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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