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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민심은①PK] "대한민국에 대통령이 있느냐…野, 단디 싸우라"


입력 2020.10.02 04:00 수정 2020.10.03 04:32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부산·울산·경남의 이번 추석 민심, 심상찮았다

"그만 좀 싸우라"에서 "단디 싸우라"로 바뀌어

조경태 "'대한민국에 대통령이 있느냐' 하셨다"

김기현 "17년 정치하며 처음 겪는 민심의 분노"

각각 부산·울산·경남 권역의 현역 최다선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조경태·김기현·윤영석·조해진 의원(사진 왼쪽부터). ⓒ데일리안 각각 부산·울산·경남 권역의 현역 최다선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조경태·김기현·윤영석·조해진 의원(사진 왼쪽부터). ⓒ데일리안

문재인정권이 집권 4년차를 맞이한 가운데, 정권이 '정서적 본산'으로 여기는 부산·울산·경남(PK) 권역에서의 추석 민심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PK를 대표하는 중진급 정치인들은 지역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북한의 우리 공무원 총살 만행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사태의 석연찮은 수사 결과 발표로 민심이 위험 수위라고 밝혔다. 평소 정치권을 향해 "그만 좀 싸우라"고 당부하던 분들로부터도 "단디 싸우라"는 주문이 나왔다는 말도 전했다.


부산 최다선인 5선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1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대한민국에 지금 대통령이 있느냐'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더라"며 "경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역할을 못하는데다가, 북한 문제와 추미애 아들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되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데일리안이 추석 직전인 지난달 27~28일 알앤써치에 의뢰해 설문한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관한 부정평가가 국민 과반을 넘긴 50.1%로 긍정평가 45.4%보다 높게 나타났지만, 부산시민들은 이조차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경태 의원은 "여론조사를 믿기 어렵다는 반응도 많으셨다"며 "주위에서는 다 대통령을 싫어하는데, 지지율이 왜 그리 높은지 모르겠다던 분들이 꽤 많으시더라"고 전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울산 최다선인 4선 중진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통화에서 "지나가던 행인 분이 마스크를 썼는데도 알아보고 오셔서 '나라가 이게 꼴이 뭐냐'고 먼저 그러셔서 깜짝 놀랐다"며 "17년 정치를 하면서 (울산)시장을 할 때도, 국회의원을 할 때도 이런 경우는 처음 겪어봤다. 그만큼 바닥 민심이 분노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의원은 "내려와서 사흘 동안 시장통을 쭉 돌았는데, 시민들이 그냥 쳐다보고 계시는 게 아니더라"며 "매우 심각한 눈으로 이 정권에 대해 분노하고 계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공무원 총살 만행·추미애 사태에 격앙
윤영석 "추미애 향해 '시정잡배만 못하다'고…"
조해진 "'더 세게 때리라'고 야당 향해 주문"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아직 화두 안 오른듯


경남의 최다선인 국민의힘 3선 윤영석 의원과 조해진 의원도 현 정권을 향해 빠르게 악화하는 추석 민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경남 양산갑의 윤영석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자영업 하시는 소상공인 분들은 경제활동이 너무 침체돼 있다보니까 '굉장히 힘들다' '굉장히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 가슴이 먹먹하고 착잡했다"라며 "'희망이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들었다. 그만큼 앞으로 (나라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잘 보이지 않으시는 것 같았다"고 염려했다.


이어 "북한 (총살 만행) 문제는 우리나라 국민이 표류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는데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정부의 잘못된 대응에 굉장히 실망이 크시더라"며 "국가라는 게 국민을 지켜주는 게 국가인데, 국민들로서는 이제 믿을 데가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추미애 (사태)에 대해서도 너무나 뻔뻔스럽고 후안무치하다며 '말을 해도 더 이상 소용이 없겠더라'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며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고서도 한마디 사과도 없고, 진실을 밝히려 했던 공익제보자 등에게 적반하장으로 책임을 묻겠다는 식이니 '시장잡배만도 못하다'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경남 밀양창녕함안의령의 조해진 의원은 "아무래도 북한이 우리 공무원을 사살한 이야기, 그리고 추미애 이야기를 많이 하셨고, 그러다보니까 조국 (전 법무장관) 이야기도 나오고 그랬다"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차마 옮길 수 없는 나쁜 말들도 더 심해진 것 같다. 그런 이야기는 안하던 분들도 '그래 안 봤는데 가만 보니까…'라며 이야기하는 분들이 새롭게 생긴 것을 보니 (정권을 향한) 여론이 더 나빠진 증거"라고 소개했다.


현 정권이 'K-방역'을 운운하며 치적으로 내세우는 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서 피로감이 높아지는 현상도 감지됐다. 조해진 의원은 "코로나 핑계를 대고 너무 억압하는 것 아니냐, 독재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하시더라)"며 "하는 것을 보니까 순수하지가 않고 의도적인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듣게 됐다"고 덧붙였다.


PK 지역민들은 야권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북한 공무원 총살 만행, 추미애 사태 등 현 정권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더욱 강하게 맞서싸워달라는 당부와 주문이 있었다고 이 지역의 중진급 정치인들은 전했다.


김기현 의원은 "예년에는 명절 때 돌아보면 '왜 맨날 싸우느냐' '국회에서 제발 좀 싸우지 말라'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이번에는 '국민의힘 거 뭐하고 있느냐', 경상도 말로 '단디 싸우라'고 그러시는 분들이 한두 분이 아니셨다"며 "민심에 보답하려면 정말 투사가 돼서 싸워야겠더라"고 전했다.


방송 출연이 잦은 조해진 의원은 자신을 향해서는 "더 강하게, 더 독하게, 더 직설적으로, 더 공격적으로 (방송에서) 말하라는 그런 여론의 분노가 컸다"며 "그런 말을 좀처럼 안하던 분들, '점잖게 하라'던 분들도 '더 세게 때리라'고 하시는 것을 보면, 정부에 대한 실망이 야당에 대한 주문으로 나타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우리 당에 대해서는 '당이 왜 그 모양이냐'는 얘기는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잘한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은 아니지만…"이라며 "워낙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이 크고, 우리 당이 20대 (국회)에 비하면 21대 들어와서 조금 나아진 탓일까"라고 추정했다.


조경태 의원은 "우리 당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장악당해 있으니 (싸우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이해해주는 분들도 계셨다"면서도 "'좀 더 잘 싸워달라, 미흡하지 않느냐' 이런 말씀에서 분노가 진짜로 생각보다 높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4·7 재보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이번 추석에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차례상 화두'에서 큰 화제가 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경태 의원은 "워낙 민간인 총격 (만행)이 충격적이어서 그런지, 아직까지 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말씀은 별로 없으셨다"며 "나더러 '생각이 없느냐'고 많이들 물으셔서, 지금 나라가 어지러운 상황이라 조금 그렇다는 정도로만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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