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자기들끼리 구조 방법 상의했으나
오후 9시부터 급반전 '사살하라' 명령 떨어져
"사살했다" 보고 올라간 건 오후 9시 40분께
우리 군이 서해상 실종 공무원 A씨 피살 당시 북한군의 내부 보고와 상부 지시 내용을 실시간으로 감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상부에서 '사살하라'는 지시가 내려오자 '정말 사살하느냐'고 되묻는 내용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리 군은 A씨가 서해 등산곶 인근에서 북한 선박에 발견된 시점인 22일 오후 3시 30분 전부터 북한군들의 교신 내용을 무선 감청했다.
우리 군의 첩보 부대는 감청 지역을 정확히 설정하면 상대측 무선 통신 내용의 최고 90%까지 파악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우리 군은 A씨가 북측에 월북 의사를 전달한 사실을 북한군 내부 교신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또 북한군이 이 씨의 구조 여부를 자기들끼리 상의한 내용까지 파악했다.
북한군이 A씨를 밧줄로 묶어 육지로 '예인'하려고 하다 해상에서 '분실'한 후 2시간 만에 그를 다시 찾았던 정황상 당시로선 구조 의도가 비교적 뚜렷해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오후 9시가 넘어가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북한 해군 사령부가 '사살하라'는 명령을 하달한 것이다.
이에 대위급 정장이 "다시 묻겠습니다. 사살하라고요? 정말입니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현장에서 "사살했다"는 보고가 윗선으로 올라간 것은 9시40분께였다.
우리 군은 6시간여에 거쳐 감청 내용을 듣고도 별도의 대응을 하지 않았다. 군은 북한군이 구조할 것으로 판단, 은밀한 대북 감청 활동을 노출하면서까지 구출을 감행하지 않고 대기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군은 북한군 내부에서 A씨를 사살했다고 보고한 사실을 청와대 등과 즉시 공유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로 전달된 것은 이튿날인 23일 오전 8시 30분께였다.
당국은 "조각조각 모인 첩보를 분석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해명했으나, 일각에서는 '사살' 등의 키워드는 단시간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이 보다 기민하게 대처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