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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눈치보기?…정부·여당, '시신 훼손 논란' 왜 자초하나


입력 2020.09.29 14:13 수정 2020.09.29 15:13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與 "시신 불태웠다는 게 사건 본질 아냐"

軍, 첩보 분석 착오 가능성 시사

'총살 인정·시신훼손 부인' 北 입장 고려했나

해양경찰이 지난 28일 오후 인천 소청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앙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해양경찰이 지난 28일 오후 인천 소청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앙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격된 뒤 수중에서 불태워졌다'는 우리 군 당국 발표를 사실상 부정하고 나섰다.


북한이 통일전선부 명의 전통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를 전하면서도 시신 훼손에 대해 선을 긋자 남북관계 악화를 우려한 당정이 '북한 눈치보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총괄수석부대표는 29일 'KBS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국회 차원의 대북규탄결의안이 불발된 데 대해 "'시신을 불에 태웠다'는 문장이 이번 사건의 본질적 요소는 아니라고 본다"며 "북한이 어업지도원을 총격 살해한 것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전날 국회 차원의 대북규탄결의문과 관련해 '시신을 불태웠다'는 문구를 뺄 것을 야당에 제안했다. 야당은 여당 입장 변화에 의구심을 표하며 해당 문구 제외에 반대했고, 결의안 채택은 결국 불발됐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각종 첩보를 종합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군 당국이 각종 첩보를 종합해 사건 경위를 밝힌 상황이지만,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전날 "제3자 입장에서 우리 정보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첩보 분석과 관련한 착오 가능성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파급력을 누구보다 잘 알았을 군 당국이 애초 '시신을 불태웠다'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한 건 정황 근거를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군 당국은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 당시 '북한군이 부유물 위에 놓인 사체에 기름을 부어 불에 태웠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 감시장비가 해상에서 불빛을 40분가량 감지한 것 역시 '시신 화형' 정황에 힘을 싣는다는 평가다. 북한 주장대로 북한군이 부유물만을 불태웠다면 40분 동안 불빛이 지속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시신을 태우는 불빛이 "40분 동안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 국방위 야당 간사직을 맡고 있는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부유물 하나만으로는 (해상에서) 40분간 탈 수 없다"며 "(북측이) 결국 시신과 부유물에 함께 기름을 붓고 불을 붙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당정이 논란을 무릅쓰고 시신 훼손 관련 입장을 바꾼 것은 '총살은 인정하나 시신 훼손은 없었다'는 북한 입장을 고려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합동참모본부 차장을 역임한 신원식 미래통합당 의원은 전날 국방부와 합참을 방문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남긴 글에서 "방문결과 북한이 우리 국민 시신을 훼손했다는 내용을 재확인했다"며 "정부와 여당이 사실 그대로를 밝히고 북한에 당당히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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