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홍종선의 배우탐구⑮] 티키틱의 ‘표정 천재’ 오세진, 그리고…


입력 2020.09.29 14:04 수정 2020.09.29 14:04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성적표 소곡'의 배우 오세진 ⓒ이하 '티키틱 유튜브 채널' '성적표 소곡'의 배우 오세진 ⓒ이하 '티키틱 유튜브 채널'

검색결과를 글로 보는 게 익숙하고, 영상은 영화와 드라마만 해도 볼 게 너무 많아서 유튜브와 친하지 않다. 뚜렷한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던 그 세상으로 끌어들인 두 팀이 있는데 국내로는 ‘티키틱’, 국외로는 5인조 아카펠라그룹 ‘펜타토닉스’이다.


티키틱은 이신혁이라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작사, 작곡, 노래, 연출, 연기 등의 재능을 갖춘 천재 엔터테이너가 이끌던, 10년 전 시작된 ‘프로젝트SH’ 시절부터 눈길이 갔다. 2018년부터 티키틱이라는 이름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좀 더 제작 규모가 커지고 체계적으로 보인다는 것 외에는 여전히 청춘의 에너지로 똘똘 뭉쳐 ‘일을 내고 있다’.


티키틱 식구들. 이신혁, 오세진, 추지웅, 김은택(왼쪽부터) ⓒ 티키틱 식구들. 이신혁, 오세진, 추지웅, 김은택(왼쪽부터) ⓒ

“어떤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공동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성격과 기질 그리고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열정에 가득 차서 마치 한 가족처럼 된다면, 그들은 산이라도 무너뜨릴 수 있다.”


무수한 감독과 배우가 창작의 교과서로, 정신적 지주로 삼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작품의 외형과 내면에서 완벽한 창작물과 과정을 보여주었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말이다. 티키틱의 연출감독 이신혁, 배우 오세진, 조명감독 추진웅, 프로듀서 김은택을 보면 이 말이 연상된다. 완성된 결과물에서도 그 우정의 화합이 느껴지고, 작품 공개 얼마 뒤 이어지는 메이킹 필름을 보면 더욱 그렇다.


티키틱이 보여주는 다양한 형식과 장르를 모두 좋아하는데, 특히 이제는 스크린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뮤지컬 드라마 형식의 작품을 좋아한다. 때로는 1주년 기념작인 뮤지컬 스케치 ‘오늘의 노래’(2019년 10월 17일 게시, 조회 수 72만)처럼 애잔하게, 보통은 창작한 노래를 부르는데 특별히 커버한 ‘매직 카펫 라이드’(2019년 3월 7일, 212만)처럼 활기차게, 어느 쪽이어도 좋다. 물론 ‘독립하는 중’(2018년 11월 23일, 53만) 같은 아카펠라 드라마에도 마음을 뺏긴다. 그리고! 설사 노래가 나오지 않는다 해도, 음악만 함께라 해도 너무나 좋아하는 작품들이 있는데 바로 티키틱의 ‘스타 배우’ 오세진이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줄 때다.


천만영화 부럽지 않은 994만 조회 수의 주인공 ⓒ 천만영화 부럽지 않은 994만 조회 수의 주인공 ⓒ

배우 오세진은 표정 천재다. 얼굴 근육을 쓸 줄 알기도 하지만, 마음속 생각을 그대로 얼굴로 옮기는 재주가 있다. 배우 자신은 감성을 드러냈다고 생각해도 누수율이 높은 경우가 많고, 감정은 드러내도 생각을 표정으로 표현하는 건 쉽지 않은데, 오세진은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 2018년 10월 4일 게시한 후 조회 수 994만을 기록하고 있는 ‘제가 왜 늦었냐면요’ 한 편만 봐도 배우 오세진의 출중함을 느낄 수 있다. 대학생인 세진이 왜 수업에 늦었는지를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교수에게 설명하는 내용인데, 그 발성과 표정과 동작이 기가 막히다. 버스를 타고 오다가 강도를 만나서 버스에서 뛰어내려 달리다가 동물원에서 탈출한 코끼리를 만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등교했는데! 그때도 수업 시작 5분 전이었는데! 에어컨을 켜고 나온 것 같아 다시 집에 다녀오느라 늦었다는 얘기를 하는데! 오세진이 오직 말로 전했을 뿐인데 나는 분명 코끼리까지 눈앞에서 다 만난 것 같은, 그 장면을 영상으로 본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바로 이 이야기에서 강도와 코끼리 때문에 늦은 게 아니라 에어컨 때문에 지각했다는 게 더욱 웃음을 자아내는데. 재미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세진과 함께 땀을 흘릴 만큼 재미있게 보다가 에어컨 전기세를 걱정하는 자취생의 주머니 사정에 마음이 가게 만든다. 재미있는 건 켜놓고 나온 에어컨이 불러올 전기세 폭탄을 걱정하는 세진의 이야기가 2년 뒤 독립 작품으로 완성됐다. ‘에어컨 끄고 나왔던가’(2020년 6월 11일, 46만)인데, 마찬가지로 표정 천재 오세진의 연기력이 빛을 발한다.


달콤쌉싸름한 표정, 이중노출 연기의 달인 ⓒ 달콤쌉싸름한 표정, 이중노출 연기의 달인 ⓒ

오세진은 하루하루의 생활이 만만치 않은 청춘, 그럼에도 일상의 작은 기쁨들을 에너지 삼아 웃음과 활기를 잃지 않는 젊은이의 모습을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새 폰 샀다’(2019년 11월 7일, 116만)를 보면, 새 전화기 한 대가 주는 큰 기쁨을 정말이지 뿌듯하게 정말이지 호들갑스럽게 좋아하는 세진의 모습에서 고단한 청춘의 역설이 읽힌다. ‘뭐, 자랑할 일이 생긴 것도 간만이니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오세진의 얼굴에는 약간의 씁쓸함과 곧 밝아지는 기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압권이다. 몸은 여기에 있는데 마음부터 휴가를 떠난 ‘미리 휴가’(2019년 9월 5일, 59만), 출발 직전 과제물 생각나서 친구들만 전주 여행을 떠났는데 허탈하게 제출이 미뤄진 ‘나 빼고 여행’(2019년 11월 28일, 48만)에서도 오세진의 연기를 만끽할 수 있다.


티키틱의 영상들은 청춘을 대변하고 청춘을 위로한다. ‘롱테이크’(2020년 9월 3일, 48만), 세진이 보기에 너무나 쉽게 완벽한 인생을 꾸려가는 친구들에 비해 자신의 삶은 계속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단하기 그지없다. 부러움에서 시작된 눈빛은 좌절로 흔들린다. 누군가 실패를 편집해 버려 주고 성공만으로 채워준 것 같은 타인의 삶, 내 인생은 편집도 안 해 주고 좌절과 절망까지 원본 그대로인 것 같은 기분. 하지만 알고 보면, 롱테이크로 멀리서 보면, 그들의 인생에도 고됨이 있으나 좋은 모습만 드러낼 뿐이다. 실패를 편집하느라 애쓴 누구는 그들 자신이다. “네 인생은 편집본, 내 삶은 원본”으로 느끼는 일명 흙수저 청춘의 비애감은 오세진의 독보적 표정과 몸짓을 빌어 우리에게 공감된다.


주연 전재현, 조연 오세진(밥 뒤에 가려짐^^), 단역 김은택(왼쪽) ⓒ 주연 전재현, 조연 오세진(밥 뒤에 가려짐^^), 단역 김은택(왼쪽) ⓒ

주연만 잘하는 게 아니다. 조연일 때도 제 몫을 톡톡히 한다. 앞서 말한 ‘매직 카펫 라이드’와 ‘뭐 먹을지 고민될 때 부르는 노래’(2020년 7월 2일, 259만)의 주연배우는 전재현이다. ‘매직 카펫 라이드’로 처음 주연을 해봤다는 그는 화통을 삶아 먹은 것 같은 가창력과 대체불가의 귀여움을 지녔다. 그런 선배 곁에서 오세진은 딱 필요한 만큼만, 주연 잡아먹는 조연의 어리석음은 결코 없게 선을 지킨다.


‘매직 카펫 라이드’에서는 전재현 사원을 야근으로 모는, 부장보다 더 못살게 구는 오 대리를 아주 얄밉게 연기했다. ‘뭐 먹을지 고민될 때 부르는 노래’에서는 친구들에게 메뉴를 묻고, 전재현 요정으로부터 메뉴 선택 학습도 받아 놓고, 그냥 자기 맘대로 시키는 친구를 천연덕스럽게 연기했다. 중요한 건, 그래도 미워할 수가 없는 매력이 오세진에게 있다.


티키틱의 주역들. 오세진, 이신혁, 추지웅, 김은택(왼쪽부터) ⓒ 티키틱의 주역들. 오세진, 이신혁, 추지웅, 김은택(왼쪽부터) ⓒ

배우탐구라 오세진 얘기에 집중했을 뿐 티키틱 식구들은 다 함께 대단하다. 모든 과정을 총괄하고 참여하는 티키틱의 브레인 이신혁은 흔들림 없는 냉정함으로 중심을 잡는다. 조명과 조연출을 담당하는 추지웅은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도구 활용으로 제작비의 한계를 넘어 고급스러운 화면을 완성한다. 막내 김은택은 부지런하게 현장 관련 모든 것을 챙기는 프로듀서 업무에도 능하지만 빼어난 디자인 감각과 정성으로 영상에 시각효과도 야무지게 넣는다. 오세진은 연기와 동시에 만능 FD를 자청한다.


티키틱의 작업 방식, 완성된 작품을 보노라면 미래에 대한 희망이 생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우리 사회에 가져온 심적 변화를 포착한 ‘마스크를 벗고 나면’(2020년 4월 2일, 58만)에서 보듯, 마스크를 벗게 된다 해도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은 어둡다. 사회 자체가 코로나 블루에 걸린 것 같은 시대, 그래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건 티키틱 영상에 등장하는 젊은이들이 세상에 많을 것이라는 믿음인데, 그 믿음을 티키틱이 주고 있다.


366만명이 시청한'후회의 노래', 표정 천재 오세진 ⓒ 366만명이 시청한'후회의 노래', 표정 천재 오세진 ⓒ

현재, 티키틱 영상의 1위는 조회 수 1000만을 바라보고 있는 ‘제가 왜 늦었냐면요’이다. 2위는 ‘후회의 노래’(2019년 5월 9일, 366만)로, 프로젝트SH 시절의 ‘통화 중’(2014년 3월 19일, 338만)과 맞먹는 수치다. 3위는 ‘뭐 먹을지 고민될 때 부르는 노래’(259만). 순위가 극의 완성도나 재미와 정비례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혹시 티키틱이 낯선 당신이라면, 많은 사람이 호응한 영상부터 만나보자. 곧, 오세진 배우가 맹활약하는 다른 영상들도 찾아보고, 언제 업로드되나 오매불망 새로운 영상을 기다리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