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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개려는 북한 눈치보기만…공무원 피살 사건 미제화 우려


입력 2020.09.29 04:01 수정 2020.09.29 06:01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문 대통령, 남북관계 개선 기대하고 '공동조사' 제안

여당, 북한 자극할까 규탄결의안에 소극적으로 바껴

정작 북한은 묵묵부답…응할 가능성 낮다는 게 중론

하태경 "잔인하다" 심상정 "남북관계보다 국민 먼저"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먹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먹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우리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남북 공동조사를 제안했지만, 북한은 28일까지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이 뭉개기로 일관하며 시간을 끌 경우 이번 사건이 미제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남북이 파악한 사건 경위를 종합하면, 공무원의 월북과 시신 소각, 사살 지시 주체에 대해 입장이 엇갈렸다. 먼저 우리 정부는 공무원이 월북을 목적으로 해상 표류했다고 했으나, 북측은 25일 보낸 통지문에서 공무원이 신분 확인 요구에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소개하는가 하면 공포탄을 발사하자 도망가려고 했다고 밝혔다. 월북하려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 우리 정부는 여러 첩보망 분석을 통해 북한이 공무원의 시신을 불태웠다고 주장했으나, 북측은 부유물만 태웠고 시신은 물에 빠져 찾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공무원 사살을 지시한 주체에 대해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포함하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북한은 '정장의 결심하에 사격했다'며 일선 군부대에 책임을 떠넘겼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남북 공동조사를 띄운 것은 진상규명뿐 아니라 현 국면이 진정된 이후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깔렸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공동조사 협의를 위해 군 통신선을 재가동하자는 요청도 했다.


해양경찰이 28일 오후 인천 소청도 인근 해상에서 지난 22일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해양경찰이 28일 오후 인천 소청도 인근 해상에서 지난 22일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그러나 북한이 공동조사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조사 결과 북한이 사실과 다르게 각색한 내용을 발표했던 것으로 드러나면 역풍을 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북한은 코로나 때문에 (외부 접촉을) 일체 막고 있다"며 "또 자신들의 처지와 잘못한 부분이 드러날 수 있어 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 의원은 "쌍방이 조사해 그 결과에 대해 문서를 주고받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이렇다 할 응답이 없는 상태에서 민주당은 대북규탄결의안과 긴급현안질의에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됐는데도 남북관계 개선에 집착한 나머지 북한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민주당은 이날 국회 외통위에서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한 개별관광 허용 촉구 결의안'을 상정하기도 했다.


야당에서는 이번 사건을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으려는 정부여당을 향해 "잔인하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무원 피살 사건을 처음 언급한 것과 관련해 "유가족 위로는 3줄, 신속히 사과한 김정은 칭찬은 10줄"이라며 "참 잔인한 위로"라고 말했다. 범여권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여권 일각에서 우리 국민의 생명보다 남북관계를 우선에 두는 듯한 시각은 교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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