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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급변' 그린 스완 충격에 보험업계 셈법 분주


입력 2020.10.04 06:00 수정 2020.09.29 15:57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환경 변화로 금융 불확실성 커져…경제적 손실 확대 지속

올해 역대급 장마로 대응 가속…보험사 경영도 변화 조짐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 우산을 쓴 시민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 우산을 쓴 시민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기후변화가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이른바 그린 스완 충격이 가시화하면서 보험업계의 셈법도 분주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 유래 없이 긴 장마로 인한 피해를 계기로, 이에 따른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 인수와 투자 등 핵심 경영활동에 기후변화 전략을 통합하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글로벌 재보험사인 뮤닉 리는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전 세계 자연재해의 빈도와 심도가 모두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 자연재해 발생 건수는 820건으로 1980년(249건) 대비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큰 변동성을 보이지만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가시적으로 나타남에 따라 그린 스완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린 스완은 생태계와 기후의 변화로 인한 경제·금융 위기를 뜻하는 용어로, 예측이 어렵고 발생할 경우 막대한 피해를 수반하는 사건을 뜻하는 블랙 스완으로부터 파생된 표현이다. 그린 스완 리스크는 블랙 스완과 달리 미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 만은 예측이 가능하므로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속 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금융기관과 감독당국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국내에서도 그린 스완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은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저배출 및 기후회복력 발전이라는 방향에 부합하는 자금 흐름의 조성이 필요함을 선언함으로써 금융기관의 역할을 제시했다.


아울러 앞서 2017년 12월 설립된 중앙은행과 감독당국의 자발적 논의체인 녹색금융협의체(NGFS)는 기후 및 환경과 관련한 금융 리스크 관리·감독 모범사례를 공유하며 지속가능 경제로의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NGFS에 가입한 상태다. 또 지난 달 13일 금융위원회 주재로 녹색금융 추진 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개최해 향후 금융기관의 기후변화 리스크 관리·감독 모니터링 체계 구축, 기업의 환경 관련 정보공시 확대 추진 등의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보험업계에서는 기후 변화가 ▲물리적 리스크 ▲전환 리스크 ▲배상책임 리스크 등에서 보험사의 금융 안정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물리적 리스크 측면에서는 기후변화로 자연재해의 빈도와 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지급보험금 규모가 증가하고, 보험사가 보유한 부동산 등 자산이 손상되는 결과를 초래할 전망이다.


전환 리스크의 경우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좌초 자산 리스크에 노출된 금융자산이 재평가됨으로써 보험사의 투자자산 가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지구온난화를 1.5℃ 또는 2℃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화석연료 매장량의 상당 부분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로 유지해야 하는데, 이러한 자산들을 좌초 자산이라 부른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기업들의 경우 좌초 자산 리스크에 노출돼 기업 가치 하락, 자산 손상 등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에서도 보험사의 탈(脫) 석탄 참여가 증대된다면, 보험 포트폴리오에서 탄소집약적 산업을 줄여나감으로써 해당 산업의 보험료 감소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밖에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이 제 3자 배상책임보험을 통해 보험사에 비용을 전가함으로써 배상책임 리스크가 발생 수도 있다. 향후 보험사에 대한 탄소 감축 요구와 기후변화 관련 재무 공시 의무가 강화될 경우 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소송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다가오는 기후변화와 감독정책 변화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리스크 평가 도구를 활용, 기후변화 리스크 익스포저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키는 등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혜정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기후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지급보험금과 보험사 자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기후변화 리스크를 고려해 자산매입 전략을 세우고 재무건전성을 평가해야 한다"며 "보험 및 투자 포트폴리오 탄력성 테스트를 실시해 기후변화에 대한 노출리스크를 파악하고, 주요 사업전략에 배치되지 않도록 기후변화의 영향을 고려한 언더라이팅, 자산투자 전략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언더라이팅 시 기후변화 관련 소송에 대한 잠재적인 노출 리스크를 평가해야 하며,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탄소배출 감축 전략을 수립·이행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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