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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1000조 시대 앞두고 웃지 못하는 생보사 왜


입력 2020.10.01 06:00 수정 2020.10.05 09:44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생보업계 총 자산 936.8조…1년 만에 47조 불어

수익률은 내리막…코로나發 제로금리에 '주름살'

국내 생명보험사 총 자산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 총 자산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보유한 자산이 1년 새 50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90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 새 두 배에 달하는 성장세를 감안하면 조만간 생명보험업계의 자산은 1000조원마저 손쉽게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이처럼 커진 덩치에 비해 투자 수익률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자산운용 효율은 떨어져만 가는 가운데, 특히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제로금리 시대까지 현실화하면서 생보사들의 주름살은 점점 깊어만 가고 있다.


1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국내 24개 생보사들의 총 자산은 936조8209억원으로 1년 전(890조2993억원)보다 5.2%(46조5216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생보업계의 보유 자산은 2010년까지만 해도 408조4952억원으로 지금의 절반에도 한찬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생보사들의 자산 규모는 앞으로 1년여 후면 1000조원을 넘볼 것으로 예상된다.


생보사별로 보면 역시 최대 사업자인 삼성생명의 자산이 291조3309억원으로 유일하게 200조원을 넘기며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자산이 각각 125조7798억원과 112조395억원으로 100조원 이상을 나타냈다. 이밖에 NH농협생명(64조9210억원)·미래에셋생명(37조9838억원)·신한생명(34조9470억원)·동양생명(34조6731억원)·오렌지라이프생명(33조8393억원)·흥국생명(30조379억원)·메트라이프생명(21조9380억원) 등이 자산 상위 10대 생보사에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이렇게 자산 규모는 커졌지만 운용에 따른 수익성은 예전만 못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잘 굴려 다시 가입자들에게 돌려줘야하는 생보사 입장에서, 이 같은 투자 수익률 하락은 경영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5년 3.88%였던 생보업계의 평균 운용자산수익률은 ▲2016년 3.61% ▲2017년 3.45% ▲2018년 3.40% ▲2019년 3.35% 등으로 매년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런 와중 지난해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기준금리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빠르게 추락하면서 생보사들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시장 금리가 낮아질수록 투자 효율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한은은 지난해 국내 경제의 침체가 심화하자 경기 부양을 위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한은은 지난해 7월 1.75%였던 기준금리를 1.50%로 내려 잡았다. 이로써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2017년 11월 금리인상 이후 20개월 만에 다시 금리인하 쪽으로 바뀌게 됐다. 이어 한은은 같은 해 10월에도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내리면서 조정을 가속화했다.


이 정도 수준에서 그칠 줄 알았던 한은 기준금리는 올해 코로나19 충격으로 다시 한 번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어 한은이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0.50%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시행이 다가오고 있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은 자산운용을 둘러싼 생보업계의 어깨를 한층 무겁게 만드는 대목이다. 2023년 IFRS17이 적용되면 현재 원가 기준인 보험사의 부채 평가는 시가 기준으로 바뀌게 된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 때문에 생보사들은 이미 IFRS17 관련 적립금을 쌓고 있는데, 이는 가뜩이나 자산운용 수익률이 나빠지고 있는 생보사들에게 추가 부담을 안길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보사들의 자산이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빠르게 악화되는 투자 수익률을 감안하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박리다매 형태의 자산운용 경향이 짙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산 규모마저 충분치 못한 중소형 생보사들로서는 생존에 대한 위기감이 계속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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