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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변화된 창작 자유②] 자체검열에도 여전한 논란


입력 2020.09.29 01:53 수정 2020.09.29 01:54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롯데 엔터테인먼트, SBS, 네이버 웹툰 ⓒ롯데 엔터테인먼트, SBS, 네이버 웹툰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이란 관념에 박힌 차별의식에 대해 더 고민하는 작사가가 되겠다."


김이나 작사가가 지난 2017년 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에 출연했을 당시 작사에 참여한 샤이니의 '이프 유 러브 허'(If you love her)에 여성혐오 논란에 대해 꽃보다 그녀를 아껴줘야 된다는 표현을 썼다고 고백하며 반성한 말이다. 그는 "나도 모르게 젠더 프레임에 갇힌 가사를 썼다. 나도 싫어했던 표현을 정작 내가 하고 있었다"고도 말했다.


과거 드라마, 영화, 가요 등에서 꾸준히 여성혐오, 성인지 감수성 부족, 선정성, 폭력성 등의 논란이 제기되자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 아티스트들은 김이나 작사가의 말처럼 이를 인식하고 내부적 검열을 하고 있다. 여배우란 단어를 잘 쓰지 않게 됐고, 여성을 꽃으로 비유하는 일도 적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았다. 최근 여성혐오적인 표현으로 거센 비난을 받은 웹툰 작가 기안84와 삭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안84는 지난 8월11일 네이버웹툰 '복학왕' 304화 '광어인간'에 인턴 봉지은이 남자 상사와 성관계를 가진 뒤 정직원이 된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을 삽입했다. 네티즌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기안84의 웹툰 연재 중단과 출연 중인 MBC '나 혼자 산다' 하차를 요구했다.


삭의 웹툰 '헬퍼:킬베로스'는 어머니 매춘, 미성년자 강간, 학교 내 성폭행, 몰래 카메라, 약물 강간 등 자극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아이유, 방탄소년단 RM, 위너 송민호와 비슷한 캐릭터를 등장시켰으며 특히 아이유를 연상케 하는 '이지금'이라는 캐릭터를 성폭행 위기에 처한 여중생으로 묘사했다.


드라마에서도 사회적 분위기를 읽지 못한 경우가 보였다. '프라하의 연인',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을 집필한 '흥행보증수표' 김은숙 작가도 성인지 감수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김은숙 작가가 쓴 SBS '더킹:영원한 군주'에서 구서령(정은채 분)이 몸 수색하는 과정에서 금속 탐지기가 울리자 "와이어 없는 브라는 가슴을 못 받쳐줘요"라고 말했고, 명승아(김명지 분)는 이곤(이민호 분)을 향해 "남자는 적게 입고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해 성상품화 논란을 낳았다.


같은 시기에 방영한 SBS '편의점 샛별이',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정반대 시각에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편의점 샛별이'는 성인 웹툰 작가가 알몸으로 샤워하면서 중요 부위만 모자이크 처리한 장면, 신음소리를 내며 웹툰을 그리는 장면으로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과 혐오감을 유발한다고 시청자의 항의를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7월 29일 소위원회를 열고 법정제재 '주의'를 의결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극중 여자 주인공 고문영(서예지 분)이 문강태(김수현 분)에게 "맛있어 보이네", "나랑 같이 잘래?" 등의 대사로 남성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시청자들은 "만약 남자 배우가 저런 대사를 했다면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룹 방탄소년단 슈가는 믹스테잎 수록곡 '어떻게 생각해'에 과거 미국에서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이비 종교 교주의 연설을 삽입해 사과했다.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슈가가 최근 공개한 믹스테이프 'D-2' 수록곡 '어떻게 생각해?' 도입부에 들어간 목소리가 미국 사이비 교주 짐 존스의 연설인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가 뒤늦게 논란이 돼 사과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4월 세븐틴의 원우, 도겸, 버논이 노라조의 '카레'를 불렀다가 인종차별 표현을 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원곡자 조빈은 "한국에서 살면서 커리의 역사에 대한 변형된 잘못된 정보를 듣고 살아왔다. 인도 본고장 느낌을 내기 위해 사용한 몇가지의 단어가 어떤 의미로 쓰이고 또 얼마나 신성한 말인지 제대로 뜻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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