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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성의 여정] 추미애 장관도 판사 그만두길 잘했다


입력 2020.09.23 07:00 수정 2020.09.22 22:46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감정 주체 못해…목소리와 손 떨고 얼굴 붉어지면서도 자식자랑도

"감정과잉이자 자기중심적" 추 장관, '판사' 그만둔 것은 잘한 것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났던 민주당 관계자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지극한 아들 사랑을 소개했었다. 아들이 아플 때마다 판사시절 임신했을 때 자신이 제대로 관리를 못했기 때문이라며 스스로를 책망했다고 한다. 그랬던 아들이 정치권 쟁점이 됐으니 추 장관 입장에서 얼마나 괴로웠을지 일부분 짐작은 된다.


실제 이번 공방 과정에서 추 장관은 감정적으로 동요되는 모습을 꽤나 많이 노출했다. 동부지검의 봐주기 수사를 의심하는 야당 의원을 향해 "소설을 쓰시네"라고 하고, 아들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검언유착이 심각하다"는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검찰이 보도의 출처가 아니었음에도 추 장관은 그렇게 믿고 싶었나보다.


지난 14일부터 진행됐던 대정부질문에서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아들과 딸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목소리와 손이 떨리는가 하면 얼굴도 자주 붉어졌다. 은연 중 자식자랑도 잊지 않았다. 정상적이었다면 아들의 능력으로 통역병이 됐겠지만 추첨을 하는 바람에 떨어졌다거나, 딸이 운영하던 식당의 폐업은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높은 지대(地代) 탓으로 돌리는 식이다. 사인(私人)이었다면 얼마든지 괜찮다. 자식자랑은 팔불출이 아니고, 자식이 최고이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다.


하지만 '공직'으로 넘어오면 얘기가 다르다. 공인으로서 똑같은 잣대와 기준으로 모든 국민을 대해야하며 가족이라면 더욱 엄격하게 객관화와 타자화를 요구 받는다. 이해찬 전 대표가 그토록 강조했던 '퍼블릭 마인드'가 철저한 사람이었다면 "아들이 통역병에 지원했지만 추첨에 떨어졌다" "딸이 음식점을 했으나 경영악화로 폐업했다"는 수준의 답변만 했을터다.


추 장관의 판사 선배이기도 했던 신평 변호사는 일전에 추 장관이 초임판사 시절 춘천지법 발령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펑펑 울었던 사연을 소개한 뒤 "처음부터 추 장관이라는 사람은 공직에 부적합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갖는다"고 평가했었다.


그러면서 "임지에 대한 불만을 억누르지 못해 눈물을 철철 흘리는 감정과잉, 이를 바로 조직의 최상부에 표출시키는 대담한 행동, 이런 추 판사의 기질이 변하지 않고 지금으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한다"며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이 회전한다는 지극히 자기 중심주의적 세계관이나 과도한 자기애가 그 바탕일 것"이라고 했다.


21일 추 장관은 자신의 아들 휴가 관련 의혹을 제기하던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검사 안하고 국회의원 하기를 참 잘했다. 죄 없는 사람 여럿 잡을 것 같다"고 '뒷담화'를 했다. 같은 맥락에서 "감정과잉이자 자기중심적"인 추 장관도 '판사'를 그만둔 것은 잘한 것 같다. 억울한 사람 여럿 나왔을지 모르겠다.


참, 혹여 있을지 모를 고소·고발을 피하기 위해 유감을 표하며 송구하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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