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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실적 디커플링, 한 분기만에 끝?...하반기 드리워진 그림자


입력 2020.09.23 06:00 수정 2020.09.22 17:47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여객 수요 회복 요원...운임 하락에 경쟁 심화 등 화물사업 환경 악화

대형항공사 수익성 하락에 LCC 적자 탈피 어려워...2Q 재현 없을 듯

개조작업이 완료된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내부에 화물을 적재하는 모습.ⓒ대한항공 개조작업이 완료된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내부에 화물을 적재하는 모습.ⓒ대한항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여객 수요 회복이 여전히 요원한 가운데 2분기 대형항공사의 깜짝 흑자를 이끌었던 화물영업도 사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하반기 실적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의 깜짝 흑자를 이끌었던 화물 특수가 약해지면서 하반기 실적 개선 폭이 축소될 전망이다.


항공업계는 올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1분기 동반 실적 악화를 겪었지만 2분기에는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간 실적 디커플링(불일치)이 나타났었다. 대형항공사들이 여객수요 감소를 화물영업 강화로 대체한 반면 LCC들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 영업이익이 1485억원과 1151억원으로 나란히 흑자를 달성한 반면 제주항공과 진에어 등 LCC들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면서 항공 화물 특수가 완화되면서 대형항공사들의 실적 개선세가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여객 수요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글로벌 항공사들이 화물영업에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수요 대비 공급 부족 현상이 해소되면서 화물 운임이 내림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아메리칸항공은 35년 만에 화물기 운영을 재개했고 화물기 보유량 세계 4위인 에미레이트항공은 7월 화물기 취항지역을 100곳으로 늘렸다. 싱가포르 LCC인 스쿠트항공은 최근 여객기를 화물기로 아예 개조하는 등 국내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화물사업 강화로 여객에서 줄어드는 수요를 대체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급은 늘고 있지만 수요 증가는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 7월 글로벌 항공화물 수요는 전년동기 대비 13.5% 감소한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5월(전년대비 -20.1%)과 6월(전년대비 -16.6%) 등과 비교하면 나은 편이지만 여전히 전년도 수요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2분기 급등했던 화물운임도 다소 진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3분기 화물 일드(Yield·단위당 운임)는 전년동기 대비 45~50%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발표된 홍콩 화물운임지수(TAC)에 따르면 홍콩~북미 노선 기준 지난달 평균 화물운임은 ㎏당 5.5달러로 전년동기(3.29달러) 대비 67% 증가했다.


하지만 운임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 5월(7.73달러)에 비해서는 29% 감소했고 전월이었던 6월(5.86달러)에 비해서도 추가 하락하는 등 가격 상승세가 확연히 완화되고 있다. 지난 5월의 운임은 전년동기(2019년 5월 ㎏당 3.71달러) 대비 배 이상이 증가했었는데 이는 국제선 여객기가 크게 감소한 영향이 컸다.


개조작업이 완료된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내부에 화물이 적재된 모습.ⓒ대한항공 개조작업이 완료된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내부에 화물이 적재된 모습.ⓒ대한항공

전 세계 항공화물의 약 40% 정도는 여객기 하단부 화물칸을 활용하는 벨리 카고(Belly Cargo)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코로나19로 국제선 운항편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이를 통한 물량 소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는 공급 부족으로 운임이 크게 높아지는 효과로 이어졌다.


화물운임 급등은 곧 화물전용기를 함께 운용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깜짝 흑자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결국 화물 운임 급등 효과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으로 많은 항공사들이 화물 영업에 뛰어들면서 향후 화물운임은 추가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3분기 실적은 2분기 개선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양사 모두 항공화물 물량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전년대비 수요 증가가 더딘 상황에서 경쟁이 심화되는 현실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8일 화물 수송을 위해 개조 작업을 완료한 여객기(보잉777-300ER)를 처음으로 미국 화물 노선(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투입하기도 했지만 운임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는 516억원과 511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65%와 55% 감소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적자 전환 가능성를 점치고 있어 간신히 흑자 유지하는 선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여객 수요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LCC들도 실적 개선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은 마찬가지다. 내달 초 추석 연휴와 한글날 연휴가 이어지지만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국내선 수요가 대부분인데다가 그마저도 할인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 창출이 어려운 수준이다.


LCC에서도 진에어가 내달 대형 여객기 B777-200ER를 화물 전용기로 개조하고 티웨이항공도 여객기를 활용한 화물기 운항 방안을 적극 추진하는 등 화물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규모나 노하우면에서 대형항공사들에 크게 뒤질 수 밖에 없어 당장의 실적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항공사들의 하반기 실적도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국제선 여객 수요가 살아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화물사업의 수익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대형항공사와 LCC 모두 실적 방어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항공사들도 화물사업 경쟁 심화로 2분기와 같은 깜짝 실적을 하반기에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항공사들의 실적 개선 요인을 찾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인근에서 항공기가 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인천국제공항 인근에서 항공기가 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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