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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갈짓자 행보에...시중은행 퇴직연금 담보대출 개발 혼선


입력 2020.09.23 06:00 수정 2020.09.22 14:38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고용노동부, 퇴직연금 담보 인정 어려움에 뒤늦게 유권해석 검토

제반규정 정비도…은행들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불과” 불만 고조

퇴직연금 담보대출 상품 개발에 나선 시중은행들이 혼란에 빠졌다. 한 시중은행의 영업점 모습(자료사진).ⓒ뉴시스 퇴직연금 담보대출 상품 개발에 나선 시중은행들이 혼란에 빠졌다. 한 시중은행의 영업점 모습(자료사진).ⓒ뉴시스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퇴직연금 담보대출 상품화에 나선 시중은행들이 혼란에 빠졌다. 현재 법적으로 퇴직연금이 담보로 인정받을 수 없자 고용노동부가 정규 담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유권해석을 검토하고 제반 규정을 정비하겠다며 은행권에 진행 중인 작업을 중단하고 대기하라고 지시를 내려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 같은 현실적인 문제 등을 검토하지 않은 채 않고 무작정 정책만 내놓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KB국민, 신한, 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 하반기 중으로 선보일 예정이었던 퇴직연금 담보대출 개발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당초 시중은행들은 금융위원회와 지난 달 열린 회의에서 이르면 11월에 퇴직연금 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하기로 결정했었다.


퇴직연금 담보대출은 고용노동부와 금융위원회의 하반기 금융정책 과제 중 하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생계에 타격을 입은 근로자에게 퇴직연금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추진됐다.


본인이나 배우자, 부양가족이 코로나19 진단을 받거나 격리돼 수입이 급감한 사례가 해당된다. 또한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위축을 견디고자 기업이 근무시간 단축이나 무급휴가, 일시해고 등의 조치를 취한 경우도 포함된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퇴직연금 담보대출 상품 개발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대출이 연체됐을 경우 담보권을 실행해야 하는데 현재 법적으로 퇴직연금은 담보가 될 수 없어 은행권 내에서 불만이 제기됐다. 법적으로 담보권 실행이 되지 않으면 대출이 연체됐을 때 그 리스크를 은행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은 근로자가 퇴직연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무주택자의 주택구입이나 전세금·보증금, 6개월 이상 요양, 파산선고·회생 절차 개시, 기타 천재지변 등의 경우에만 퇴직연금 담보대출이 허용된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은행권에 퇴직연금 담보대출 개발·출시를 위한 작업을 멈추고 기다릴 것을 지시했다.


근로자가 퇴직연금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 위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등 제반 규정을 개정하고 유권해석을 요청하는 등 퇴직연금이 정규 담보로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한 후 관련 상품을 출시하자는 것이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제출 한 상태다. 담보대출 요건에 사회적 재난을 포함하고 담보대출 상환을 위해 중도인출을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또한 근로자의 노후 자산이 사라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담보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50%로 제한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고용노동부가 퇴직연금을 정규 담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후에 상품을 출시하자며 관련 상품 개발을 멈추고 기다리라고 했다”며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에 은행들도 혼란스럽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법 저촉 여부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전혀 검토하지 않고 무작정 정책을 만들었다는 점을 반증하는 셈”이라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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