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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채용비리 대법 간다..."면피하려다 패소 자초" 비판


입력 2020.09.22 06:00 수정 2020.09.22 02:29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재판부 “단순 실수 가능성 및 기관 알고도 묵인”…금감원, 불복 상고

세평 등 법원 석명요구에도 금감원 '확인 어렵다' 일관…"자초한 결과"

금융감독원 본원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본원 ⓒ금융감독원

입사지원서 상 학력을 허위로 기재하는 등 부정채용 정황이 확인돼 합격이 취소된 이른바 '금융감독원 채용비리 사건'이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금감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한 가운데 당국 내부에서조차 “기관이 책임을 회피하려 소극적으로 대처하다 패소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판부 “단순 실수 가능성 및 기관 알고도 묵인”…금감원, 불복 상고


22일 법원과 금감원 등에 따르면 금감원 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평은 최근 전 금감원 직원 A씨가 금감원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과 관련해 항소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하고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A씨는 2016년도 금감원 신입직원 채용 당시 금융공학분야에 지원하며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지방대학 졸업자로 학력을 허위기재했다. 지방인재로 분류될 경우 채용 시 가산점을 받는다. 또한 필기와 1·2차 면접 등을 거치며 최종 3등을 차지해 탈락해야했지만 금감원 채용담당자가 세평(평판)조회를 한 뒤 상위권 지원자 2명을 탈락시켜 최종 합격했다.


A씨는 또한 채용절차 당시 “아빠가 아는 사람이 금감원 부원장”이고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낸 사실도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금감원은 이에 A씨에 대해 합격취소 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최고점수를 받고도 A씨에게 밀려 탈락한 합격자들은 부정채용에 따른 피해사실이 인정돼 뒤늦게 구제를 받았다.


그러나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금감원이 아닌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A씨가 출신대학을 지방대학으로 기재한 것에 대해 "고의로 보기 어렵다"며 “지방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오인하게 할 의도가 있었다면 지원서의 ‘지방인재’ 여부에 ‘해당’으로 표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움에도 ‘해당없음’으로 표기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한 "금감원 인사팀 직원이 A씨의 대학명 오기재 사실을 발견하고도 합격취소 결정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금감원 채용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채용공고 상 학력 허위기재 시 취소할 수 있다는 금감원 측 주장에 대해서는 "(인사부서가) 지원서 상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했더라도 곧바로 합격을 취소하는 것이 아니라 재검토를 통해 합격 취소를 결정하기로 하는 내부지침을 갖고 있었다"며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감원, 세평 등 법원 석명 요구에도 '확인 어렵다' 일관…"자초한 결과"


한편 이번 항소심 결과를 둘러싸고 금감원의 소송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건의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른 세평조회와 윗선의 채용개입 등에 대한 명확한 소명이 이뤄져야 함에도 그에 대한 내용이나 실무자 진술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 한 예다. 실제로 2차 면접 과정에서 예정에 없던 세평조회가 갑작스럽게 이뤄졌고 그 결과가 최종 합격자를 뒤집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심 판결문에서도 이같은 금감원의 소극적인 대응 정황이 여실하게 드러난다. 재판부는 “법원이 피고(금감원)에게 A씨 아버지와 아는 부원장이 누구인지, 세평내용 변경이유가 무엇인지를 석명하라고 했으나 금감원이 위 사항에 대해 확인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판시했다.


일각에서는 감독당국의 이같은 대응에는 이번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임직원을 사실상 두둔함으로써 기관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 어린 해석도 나온다. 법원의 석명요구에 대해 사실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결국 A씨와 임원 등과의 부정채용 관련 연관성 및 윗선의 압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고 그에 따른 관련자 후속조치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 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언뜻 보면 (금감원이)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은 다 언급이 된 것처럼 보이나 정작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대응을 하지 않은 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같은 대응 방식이라면 대법원에서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고 결국 기관이 책임을 면하려다 스스로 부정채용으로 판단해 채용을 취소한 직원만 다시 구제하는 황당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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