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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정세교 감독 "'오!문희' 혹평도 꼼꼼히 읽고 고민"


입력 2020.09.19 01:00 수정 2020.09.18 18:5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정세교 감독ⓒCGV 아트하우스 정세교 감독ⓒCGV 아트하우스

2000년 영화 '단적비연수' 촬영부를 시작으로 '파이란', '마강호텔', '애자', '퍼펙트게임', '명량:회오리 바다를 향하여' 등에 참여해 차곡차곡 걸어온 정세교 감독이 영화 '오!문희'를 통해 첫 상업영화 데뷔를 했다. '오!문희'는 손녀를 치고 달아난 뺑소니범을 잡기 위해서 유일한 현장 목격자인 어머니 문희(나문희)와 아들 두원(이희준)이 펼치는 농촌 수사극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지친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건넸다.


정세교 감독은 '애자' 조감독 당시, 엄마와 딸의 이야기가 와닿지 않았다. 세 번의 거부 끝에 결국 조감독으로 합류하게 됐고, 첫 리딩 날 故 김영애, 최강희의 모녀 연기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결을 새롭게 느끼게 됐다. 이후 정세교 감독에게 보석같은 '오!문희' 시나리오가 들어왔다 .


"시나리오를 받고 내 이야기구나, 이거다 싶었어요. '애자' 때 느꼈던 감동을 어머니와 아들로 다시 느낄 수 있게 작가님이 잘 써주셨어요. 기본적으로 뺑소니 수사를 가져가야 하니, 경찰에게 자문을 많이 받았어요. 실화를 베이스로 한 작품이다보니, 장소 헌팅도 신경썼어요. 공간이 주는 분위기나 흐름을 관객들에게 잘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수사극을 기본으로 문희와 두원의 모자 케미스트리가 영화의 백미다.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이 뺑소니 사고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전체적인 그림은 스크린 속에서나 있을 것 같지만, 문희가 하는 말과 행동은 고개만 들리면 있을 것 같은 내 엄마, 내 이웃의 모습을 하고 있다.


"내 엄마, 할머니일 수 있고 주변의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그런 것들이 허투루 보이지 않았으면 했어요. 물론 치매를 가진 할머니가 수사를 하는게 영화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그들이 하는 행동, 감정 등 디테일한 것들은 사실적으로 보였으면 했어요."


나문희, 이희준ⓒCGV 아트하우스 나문희, 이희준ⓒCGV 아트하우스

'오!문희'의 중심은 역시 배우 나문희다. 올해로 데뷔 60년이 된 나문희는 '오!문희'에서 또 한 번 관객들을 웃고 울린다. 나문희의 몰입도 높이는 연기는 곧 '오!문희'의 개연성이 된다. 정세교 감독은 나문희를 캐스팅하며 환호성을 질렀던 것과 반면 이희준을 두고는 고심했다고 밝혔다.


"시나리오 받자마자 나문희 선생님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나문희 선생님이 출연을 거절하면 어쩌나 고민도 깊었고요. 선생님께서 출연을 하신다고 소식듣고 쾌재를 불렀습니다. 이희준 씨는 초반에 조금 고민이 됐어요. 이희준의 두원이 잘 그려지지 않았거든요. 나문희 선생님과 나이차이도 생각보다 더 많이 나는 것 같고요. 그래서 희준 씨의 전 작품 사진들을 출력해 연출방에 붙여놨어요. 그러더니 언제부턴가 희준 씨의 모습에서 나문희 선생님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정세교 감독은 나문희를 향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라고 평했다. 오랜 시간 대중에게 사랑받아온 관록있는 배우지만,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특히 영화 후반 트랙터를 운전하기 위해 연습하는 나문희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저는 트랙터 신을 CG로 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나문희 선생님이 왜 CG로 만드냐며 자신이 직접 운전하겠다고 하셨죠. 그래야 나올 수 있는 감정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정말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선생님이 제작부장님과 함께 계속 운전연습을 하셔서 그런 신이 나올 수 있었어요. 선생님이 오케이 컷 할 때까지 계속 할테니 쉽게 포기하지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싫은 내색하지 않고 제가 많은 걸 시도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영화는 농촌 수사극이란 장르가 돋보일 수 있도록 금산에서 촬영됐다. 정 감독은 충청도지만 전라도와 대전 광역시 갈림길에 있는 금산의 지역적 특성이, 사건 발생과 더불어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파생되는 영화와 많이 닮아있다고 말한다.


"가장 큰 이유는 금산이 지역적 갈림길이라는 이유였어요. 또 영화 속 농촌의 모습도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고요. 생각보다 큰 지역이더라고요. 더 작은 마을도 필요해서 충남의 10만 이하의 지역을 찾았고 서천에 두원의 집과 비슷한 곳을 발견했어요. 아라비안 나이트, 동네 모습은 서천이었어요. 서천과 금산을 오가며 촬영했습니다. 두원의 집은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미술팀에게 부탁했어요. 대청마루를 만들고, 벽을 허물어 돌담을 쌓았어요. 또 3개월 동안 스태프들이 무, 배추, 고추 등 농작물을 키웠죠."


영화는 나문희와 이희준 외에도 최원영, 박지영이 출연해 갈등을 야기하고 수사를 돕는다. 정세교 감독은 최원영과 박지영에게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얼굴을 '오!문희'를 통해 발현시키고 싶었다.


"최원영 씨는 영화 '퍼펙트 게임' 조감독일 때 처음 만났어요. 당시 특별출연해주셨는데 인상 깊었어요. 잠깐 나오지만 최선을 다하고 캐릭터를 잘 구축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 제가 영화 할 때 꼭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정하고 정감 있는 최원영 씨가 반전 역할을 하면 신선해보일 것 같았어요. 박지영 씨는 '범죄의 여왕'의 연기가 너무 좋았어요. 먼저 시나리오를 읽으시고 출연하고 싶다고 연락하셨어요. 박지영 씨도 세련되고 도회적인 이미지지만, 농촌의 미장원 원장님으로 등장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죠."


정 감독은 '오!문희'의 혹평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살펴보고 있다. 악플을 볼 때마다 연출자로서 고민이 깊어지지만, 채찍을 거름 삼아 더 좋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될 수 있도록 나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맷돼지가 출몰하는 신에 평들이 안좋더라고요. 맷돼지가 농촌에서는 농작물을 다 망가뜨려서 악같은 존재에요. 그런 악에서 문희와 두원이 같이 도망가며 처음으로 손을 잡아요. 이 때부터 모자 케미가 드러나거든요. 그런데 맷돼지 CG에 대해 혹평이 많아 속상했죠. 의도를 가지고 촬영, 편집을 하는데 몰라주시면 서운하기도 해요. 하지만 악플을 읽고 부족한 면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관객들은 또 어떤 영화를 원하는지 알아가는데도 도움이 되요."


'오!문희'를 관객들이 자신의 이야기처럼 여기고 한바탕 즐기고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영화를 즐겁게 보셨으면 해요. 또 영화 속 주인공이 나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내 엄마라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면서 봐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문희, 이희준의 모자 연기를 마음껏 즐겨주세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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