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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우의 싫존주의] 해외 자본 손절에 토종 보험사 역할 커진다


입력 2020.09.21 07:00 수정 2020.09.21 07:02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성장 제동 걸리자 작별 고하는 외국계 보험사

남은 국내 보험사, 초심 돌아가 절치부심해야

한국 시장을 떠나는 외국계 보험사가 늘어나면서 토종 보험사들의 역할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픽사베이 한국 시장을 떠나는 외국계 보험사가 늘어나면서 토종 보험사들의 역할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픽사베이

"마음 같아선 우리도 어디로 떠나고 싶다"


외국계 보험사의 한국 시장 철수가 잇따르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토종 보험사들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해외 자본이 하나 둘 이탈한다는 소식은 반전의 비상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보험업계에 미래마저 기대하기 어렵다는 무언의 방증처럼 들린다.


악사손해보험은 최근 지분 100%를 팔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2007년 프랑스 악사그룹이 처음 최대주주가 된 이후 13년여 만의 일이다. 얼마 전에는 라이나생명도 매각설에 휩싸였다. 1987년 등장한 국내 첫 외국계 보험사인 라이나생명마저 한국을 떠날 수 있다는 소문에 보험업계는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사실 이보다 규모가 큰 빅 딜은 이미 매매가 완료된 상태다. 국제적 금융그룹인 푸르덴셜의 자회사로서 1989년 우리나라에 첫 발을 디딘 푸르덴셜생명은 지난 달 주인이 KB금융지주로 바뀌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품에 안았다. 2012년 네덜란드 본사가 ING생명 지분을 팔고 떠난 지 7년 만에 찾은 새 간판이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국내 보험업계의 문을 노크해 왔다.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은 적중했다. 우리나라는 2017년 수입보험료 기준 세계 7위 시장으로 올라선 뒤 지난해까지 같은 순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제 한국 보험 시장은 대표적인 레드오션으로 꼽힌다. 경제 구조가 완연한 저성장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더 이상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어려워 졌다는 평이다. 그나마 주요 선진국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던 금리의 매력도 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마침내 0%대로 추락하면서, 자산을 굴리기에도 마땅치 않은 곳이 된 모양새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제적 파이에 비해 보험사가 지나치게 많다는 뒷말은 오래 전부터 계속돼 왔다. 재보험 등 특수 보험사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영업 중인 일반 생명·손해보험사는 40개에 이른다. 보험사들에 비해 3배에 가까운 순이익을 거두고도 전체 숫자는 19개뿐인 은행권과 비교해보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일각에서는 몇몇 보험사가 문을 닫아야 모두 제 정신을 차릴 것이란 격한 반응마저 나온다.


이 때문에 줄을 잇는 외국계 보험사들의 이탈 러시는 탈출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이를 마냥 바라보며 자리를 지켜야 하는 보험사들로서는 긴장감만 팽배해질 따름이다. 하지만 반대로 경쟁자가 줄어든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는 토종 보험사들에게 숨통을 틔워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보험사도 어디까지나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기업이지만, 각종 위험에 대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사회적 의미를 갖고 있다. 남은 토종 보험사들이 더욱 절치부심해야 하는 이유다. 떠나가는 이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느낀 씁쓸한 마음을 뒤로하고, 상부상조에서 시작된 보험의 초심으로 돌아가 위기 속 기회를 모색해야 할 때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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