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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㉓] 장예원 “‘킹키부츠’, 힘들었던 시기 버팀목 됐던 작품”


입력 2020.09.11 13:02 수정 2020.09.11 13:0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뮤지컬 '킹키부츠', 11월 1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CJ ENM ⓒCJ ENM

지난달 21일부터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진행 중인 뮤지컬 ‘킹키부츠’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장예원은 이 작품과 남다른 인연을 가지고 있다. 7년 전 한국 초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4번의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모두 함께 했다. 올해로 데뷔 15년차를 맞은 장예원에게는 뮤지컬 배우 인생의 절반을 함께 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무런 준비 없이 ‘깡’하나로 무대에 올랐던 장예원이 지금까지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앞으로도 무대에 설 수 있는 힘을 주는 것도 ‘킹키부츠’의 영향이 결코 작지 않다. 긴 배우 생활 중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그에게 위로를 준 작품이 바로 ‘킹키부츠’였다.


- 벌써 데뷔 15년차라고요.


그러게요. 사실 데뷔를 소극장 뮤지컬로 했었는데 대극장 뮤지컬을 시작하게 되니 어느 순간에서 대극장의 작품을 주로 하게 된 시점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배우로서, 그리고 한 인물로서 계속 이끌고 갈 수 있는 연기에 대한 갈증이 생기게 되더라고요. 소극장이 그립기도 했고요. 그래서 배우들이 훈련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서 공연 전 낮 시간을 활용해 틈틈이 연기훈련, 대사훈련, 배우로서 다져지는 훈련들을 했어요. 그 때의 경험들이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숨통이 트였다고 할까요? 제가 노래를 전공했지만 연기도 너무 사랑하거든요. 그 후로는 대극장을 하면서도 연기적으로 뭔가 더 찾게 되고, 배우로써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거 같아요. 소극장 무대에도 다시 서게 되었고요. 요새도 공연 중에 종종 시간과 여건이 되면 꾸준히 배우훈련을 하려고 합니다!


- 처음부터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나요?


성악을 전공했어요. 오페라가 너무 좋았거든요. 연기를 하면서 그 인물로 노래를 부르는 게 진짜 재밌었죠. 2005년 당시 대학원을 다니며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뮤지컬 ‘아이다’ 초연을 보게 됐어요. 정말 쇼크였죠. 막 심장이 아팠을 정도로요. 울기도 많이 울었고요.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당시 학생 신분에 무리를 해서 1열에서도 봤어요. 하하. 이후 몇 번을 더 관극하고 ‘이거다’ 싶더라고요.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클래식을 접고 무작정 뮤지컬을 하겠다고 달려들었어요. 그리고는 운 좋게 2006년에 ‘넌센스’라는 작품으로 데뷔를 했습니다.


- 현재 출연하고 있는 뮤지컬 ‘킹키부츠’는 어떤 작품인가요.


‘킹키부츠’는 구두공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사장님이 된 주인공 찰리와 드랙퀸 롤라가 만나면서 킹키부츠를 통해 구두공장을 살려보려는 노력들이 이 이야기의 줄거리예요. 쇼적인 면에서 볼거리가 풍부하고 누구나 공감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메시지가 가득한 힐링극이라고 할 수 있어요.


- ‘킹키부츠’와의 인연이 깊네요. 초연을 포함해서 이번이 벌써 네 번째죠?


맞아요. 매 시즌 참여한 셈이죠. 2013년도에 ‘고스트’라는 공연을 하고 있을 때, ‘킹키부츠’ 오디션을 준비했어요. 당시 ‘킹키부츠’가 브로드웨이에서 초연을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국 오디션울 진행한 것이어서 정말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오디션에 참여했어요. 굉장히 치열하게 오디션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영상을 찍어서 해외 컴퍼니에 보냈고, 그 후에도 몇 번의 오디션을 거쳤어요. 최종 오디션에서는 해외 연출부가 와서 직접 오디션을 봤죠. 롤라나 엔젤 역할을 위해 화려하게 준비한 남자배우들과는 상대적으로 저는 공장직원이니까 일부러 화장도 안하고, 전혀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옷도 너무나 편하게 입고 갔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 매 시즌 참여해오면서 달라진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매번 오디션을 다시 보고 있어요. 제가 맡은 ‘트리쉬’라는 역할은 공장에서 가장 나이도 많고, 경력도 많은 직원이에요. 찰리가 어렸을 때부터 엄마처럼 따랐던 인물이기도 하고요. 시즌 때마다 느끼는 건 실제로 좀 더 트리쉬의 나이에 가까워졌다는 거? 하하. 벌써 초연 때보다 7살이나 더 먹었네요.


- ‘킹키부츠’의 어떤 매력에 끌려서 매번 오디션을 봤던 건가요?


네 번의 시즌을 하면서 다른 작품과 겹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적도 있어요. 그 때마다 제가 ‘킹키부츠’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 무대가 제게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되는 작품이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모든 분들이 그렇겠지만, 저 역시 ‘킹키부츠’를 하는 지난 7년 동안 배우 장예원으로서, 사람 장예원으로서 힘든 일도 많았어요.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레이즈 유 업’(Raise You Up)을 무대 위에서 부를 때마다 정말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관객 분들을 만날 때마다 그 모습에 제가 힐링이 되더라고요. 그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날 것 같아요. 관객들과 무대 위의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들까지 모두가 행복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킹키부츠’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 그 무대를 관객의 입장에서 본 적도 있나요?


두 번째 시즌이었던 것 같아요. 스윙데이에 제가 관객의 입장으로 공연을 봤습니다. 당시 많은 관객 분들이 티켓팅을 해주셔서 제일 끝 좌석에서 공연을 봤는데 무대와 조명을 전체적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이번 시즌에는 연습 중에 스윙 박가람 배우가 트리쉬를 연기해서 제가 공연을 코앞에서 볼 기회가 있었어요. 배우들의 표정이 너무 잘 보이더라고요. 첫 장면부터 감동을 받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거의 오열을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따뜻한 작품을 내가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CJ ENM ⓒCJ ENM

- 작품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캐릭터에도 애정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맞아요! 대사 숙지나 캐릭터의 상태, 감정, 인물들 간의 관계 등등 기본적으로 파악하면서 트리쉬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이 씬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있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중점적으로 한 것 같아요. 각 장면들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게 그 인물을 살아있도록 만드는 것에 대해 늘 고민합니다.


- ‘킹키부츠’는 앙상블도 모두 이름이 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앙상블로서 느끼는 점도 남다를 텐데요.


네, 저도 트리쉬라는 이름을 갖고 있죠. 구두 공장이 배경인 만큼 앞에서 메인 장면들이 진행이 되도 앙상블들은 뒤에서 계속 연기를 이어 나가요.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엔 저흰 실제 공장직원들이니까요. 아! ‘제1회 뮤지컬어워즈’에서 ‘킹키부츠’가 앙상블상을 받았던 순간이 기억나네요. 앙상블들은 극에 숨을 불어넣는 존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 원캐스트로 진행되는 앙상블 특성상 체력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사실이에요. 춤도 춰야하고, 노래도 불러야 하고, 합창도 있고요. 매일매일 같은 컨디션으로 공연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아요.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더 신경을 쓰게되더라고요. 건강을 위해서 올해는 다이어트도 조금 했답니다.(웃음)


- 과거에 비해 앙상블에 대한 편견도 많이 사라진 듯 합니다.


나부터, 그리고 같이 작품하고 있는 우리들부터 편견을 갖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편견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싫기도 하고요. 무대에서는 주연이든 조연이든 앙상블이든 존재의 이유가 분명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무대 위에서는 모든 배우가 평등합니다. 차별, 편견, 고정관념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은 우리 떨쳐내자고요! 하하.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많은 배우들이 설 무대를 잃고 있죠. ‘킹키부츠’도 그 여파로 공연을 취소·중단되기도 했는데요.


맞아요. 그럼에도 마스크를 쓰고 찾아오시는 관객 분들에게 정말 감사할 따름이죠. ‘킹키부츠’ 같은 신나는 공연을 보면서 환호도 마음껏 하지 못하고 박수를 열심히 쳐주시는 관객 분들의 모습에 저희도 힘을 얻습니다. 몸이 부서질 정도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 그동안 눈여겨봤던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나요?


제가 그동안 맡았던 역할들을 되돌아보면 실제 나이와 같은 역할은 한 번 도 없었어요. 아주 어린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역, 혹은 저보다 훨씬 나이 많은 아줌마, 엄마, 부인, 할머니 등을 해왔어요. 특정해서 어떤 작품, 캐릭터라기 보단 실제 나이와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아! 그리고 요즘 ‘킹키부츠’를 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분장실에서 저는 트리쉬 캐릭터를 위해 주름을 그리고 있는데, 제 옆의 엔젤 배우들은 예쁘게 입술과 가슴을 그리고 있거든요. 생각해보니 예쁜 역할도 해보지 못한 것 같아서 ‘제 나이 또래의 어여쁜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어렵겠지만 용기 내서 도전 해보고 싶습니다.(웃음)


- 작품의 크기, 흥행과 무관하게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요?


창작산실 때부터 했던 ‘안테모사’라는 작품이 떠오르네요. 정말 따뜻하고 아름다운 작품이에요. 너무 감사하게도 창작산실 작품으로 선정이 되어 올해 초에 공연도 올렸어요. 라이선스 뮤지컬과는 달리 창작 뮤지컬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초반부터 함께 하잖아요. 그래서 모든 부분에서 조금 더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 ‘킹키부츠’ 이후 출연할 작품은 정해졌나요?


2년 전에 무대에 올렸던 ‘젠틀맨스 가이드’라는 작품의 재연에 다시 한 번 참여하게 됐습니다. 레이디 유니지아 다이스퀴스 역으로 연말에 찾아뵙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장예원 배우의 배우로서 목표도 들려주세요.


제 꿈은 배우만 하면서 먹고 사는 거예요. 하하.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쓰임을 받는 배우가 돼야 하겠죠. 앞으로도 끊임없이 훈련하고 발전해서 어제보다 더 나은 배우,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장예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꾸준히 성장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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