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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수 캐스터의 헤드셋] 부럽고 뭉클한 은퇴식, 멋지게 떠나보내자


입력 2020.09.12 14:41 수정 2020.09.12 14:59        데스크 (desk@dailian.co.kr)

마리아노 리베라 ⓒ 뉴시스 마리아노 리베라 ⓒ 뉴시스

2013년 9월 26일, 메이저리그(MLB) 템파베이-뉴욕 양키즈전이 펼쳐진 양키스타디움.


마리아노 리베라는 8회초 1사 후 등판해 4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투수 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올라온 사람은 양키스 지라디 감독이 아닌 리베라의 동료 앤디 페티트와 데릭 지터였다. 양키스타디움에 있는 선수와 관중은 전원 기립해 뜨거운 박수를 쏟아냈다.


리베라와 페티트의 깊은 포옹이 이어졌다. 페티트 품에 안겨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한참 눈물을 흘리는 리베라. 박수와 환호는 점점 뜨거워졌다. 지터와 나누는 진한 동료애와 우정이 담긴 포옹에 이어 덕아웃으로 들어가 감독, 코치, 선수들과 나누는 하이파이브, 그리고 축하의 인사.


양키스타디움에는 박수와 환호가 멈추지 않는다. 다시 덕아웃 앞으로 나가 팬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 리베라의 마지막 등판경기는 이렇게 감동적으로 마무리 됐다(통산 성적 1115경기 82승 60패 652 세이브 28홀드 평균자책점 2.21. 2019년 MLB 역사상 최초로 만장일치 명예의 전당 입성).


몇 년이 지났지만 그때의 그 장면은 다시 보아도 여전히 뭉클하다. 야구팬은 물론 설령 야구팬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가슴 뜨거운 감동의 장면으로 다가온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종목에 상관없이 마음속에 스타가 한두 명은 있게 마련이다. 그에 관한 기억은 입단부터 은퇴하는 순간까지. 그가 갖고 있는 모든 기록은 물론 마음속 깊이 새겨진 최고의 경기까지. 그와 관련된 남들이 모르는 세세한 기록과 일상의 이야기까지. 혹시 부상이라도 당하면 마치 내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듯 고통마저 느낀다.


멀리서 그를 바라보았지만 마치 그와 늘 함께했던 사람처럼 그와 나의 기억을 함께 나누며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 굳게 믿었지만 어느 순간 그를 응원하던 나도, 나와 전성기를 함께했던 그도 떠나야할 때가 다가오는 법. 마음속의 스타를 멋지게 떠나보내고 싶은 것은 당연한 마음이다.


2017년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을 경험하게 된다.


KBO리그 최초로 치러진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의 은퇴투어다. 그해 8월 11일 대전 한화전을 시작으로 한화에서는 소나무 분재와 베이스와 기념헌판을, 18일 KT에서는 수원 화성 운한각 인두화와 기념 액자를, 23일 넥센에서는 36번이 새겨진 스페셜 유니폼을, 9월1일 SK에서는 여행가방 및 여행용품과 기념액자를, 3일 두산에서는 달항아리 도자기와 기념액자를, 8일 롯데에서는 순금 잠자리채와 대형 잠자리채를, 10일 KIA에서는 무등구장의 외야의자를, 15일 NC에서는 자전거 모형과 기념액자를, 30일 LG에서는 목각 기념패 스피커를 선물하며 국민타자 이승엽의 마지막을 기념했다.


LG트윈스 박용택. ⓒ 뉴시스 LG트윈스 박용택. ⓒ 뉴시스

은퇴투어가 열리는 구장에서는 홈과 원정 팬 구별 없이 큰 기쁨과 감동을 선사해왔던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으며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그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줬다. 이보다 더 멋진 은퇴가 또 있을까. 지난 8일 KIA 선수단은 현역선수로 마지막 광주 원정경기를 앞둔 박용택(LG트윈스)에게 의미 있는 기념식을 선물했다.


비록 성대한 은퇴투어는 아니지만 꽃다발을 증정했고, 양팀 선수단이 한자리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19년 동안 한 팀에서 아직까지 우승은 못했지만(20시즌 우승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으니) 꾸준히 그리고 성실하게. 그는 여전히 많은 기록을 만들어 가고 있다.


KBO리그 39년 역사에서 많은 선수들이 프로에 입단했고, 또 다른 선수는 떠났으며 앞으로도 떠날 것이다. 큰 족적을 남긴 선수도 있었지만 팬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사라진 선수는 그보다 훨씬 많다. 몇 해 전 한 신인 선수는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성대한 은퇴식을 하며 떠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간단하지만 모든 것이 담겨있는 함축적인 대답이다.


누구나 꿈꾸는 은퇴식. 그러나 절대로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성대한 은퇴식. 야구만 잘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에 못지않게 훌륭한 인성을 갖지 않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은퇴식. 잘 떠나보내자. 모든 선수들을 성대하게 떠나보낼 수 없지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고마웠노라고. 언젠가는 그들이 다시 돌아와 우리 야구를 멋지게 발전시킬 사람들이다.


박수 받으며 떠날 수 있도록 선수 자신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며, 잘 살아야 한다. 자신에게 기회를 주고 선수로서 멋진 인생을 살게 해준 구단에 감사하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자신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내 준 팬들에게 진심을 담아 머리 숙여 감사해야 한다.


會者定離 去者必返 (회자정리 거자필반). 만남에는 반드시 헤어짐이 있고, 떠남이 있으면 반드시 돌아옴이 있다했다.


ⓒ

글/임용수 캐스터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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