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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틀렸고, 윤희숙과 이낙연도 반만 맞는다


입력 2020.08.27 08:00 수정 2020.09.08 16:06        데스크 (desk@dailian.co.kr)

재난지원금, 하위50%보다 더 옳은 건 취약계층만 지급

실업자와 경제적 약자 구제 목적 지속가능한 제도 필요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유명 정치인들이 국민 세금을 가지고 벌이는 “다 주자” “누구만 주자”라는 식의 갑론을박(甲論乙駁)이 한창이다.


코로나 2차 재난지원금 얘기다. 이것은 국회의원 총선 전후에 아무런 원칙도 없이 결정해 부자(富者)가 됐든 빈자(貧者)가 됐든 전국민에게 일률적으로 부랴부랴 지급해버린 1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정책적 반성이 없었기 때문에 또다시 반복되는, 한심한 설전(舌戰)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을 한편에 조그만 녹지가 있다고 치자. 이 녹지에는 큰 나무들도 있고 작은 나무들, 그리고 야채와 화초들도 자라고 있다. 그런데 이 마을에 어느 해 여름 극심한 가뭄이 들었다. 동네에 있는 물은 한정돼 있다. 어느 식물에 물을 줘야 하겠는가?


야채와 화초에 줘야 하는 건 상식이다. 물이 공급되지 않으면 당장 말라 죽기 때문이다. 땅 밑 깊숙이 뿌리를 박고 있는 거목(巨木)은 웬만한 가뭄엔 끄떡없다. 작은 나무들도 일정 기간은 버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지난 봄 돈 100만원은 그야말로 껌인 재벌 회장을 비롯해 코로나 사태와 무관하게 월급이 딱딱 나오는 공무원, 안정된 큰 기업에 다니는 회사원들에게도 지원금을 친절하게(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미안한 마음이 들 만큼) 나눠 주었다.


언젠가 이 어처구니없는 정책 집행은 통렬히 재검토되고 재평가되어야만 한다. 다음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서도 그렇고 다음 정부의 합리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통계나 세제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해서 불가피하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면 그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지금부터 정부와 국회가 합심해서 작업을 해야만 한다. 가지고 있는 물을 꼭 필요한 풀들에게만 주면 그들을 완전하게 살릴 수 있는 것을 전혀 불필요한 튼튼한 수목들에게까지 뿌려 주느라 물 전체를 낭비하고 마는 셈이 되는 일이 되풀이 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경기도지사 이재명은 그 우(愚)를 다시 범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자신의 소속 당 대표 후보이자 잠재적 대선 경쟁자인 국회의원 이낙연 등의 2차 재난지원금 선별(選別) 지급론은 차별이자 (민주당의) 보편복지 노선에 반한다는 것이다.


“별 차이도 없는 하위 50%와 하위 50.1%를 구별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없다. 더 많은 세금을 냈거나 내야 할 사람들을 경제정책 집행에서 배제해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되고, 부자에 대한 관념적 적대성의 발현이라면 더더욱 안 될 일이다.”


그는 재난지원금이 구제(救濟) 성격이 아니라 경기 부양(浮揚) 목적이라며 돈이 없다면 다 같이 깎아서 전국 가구에 30만원씩 주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형편상 2차 지원을 해야 할 경우 국채(國債) 발행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의 전면(全面) 지급론은 돈을 풀어 소비를 늘리자는 것인데, 경제를 위해서는 일면에서는 그럴 듯한 논리라 하더라도 가난한 사람, 코로나로 생계를 위협 받는 사람들에게 돈 30만원 일시불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이런 ‘언 발에 오줌 누기’ 대신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덜한 사람들에게 갈 돈을 그들에게 몰아줘 100만원, 200만원을 주게 되면 결국 그 돈이 시장에서 소비돼 ‘경제 효과’는 비슷해질 것이다. 따라서 이재명의 주장은 경기 부양이 아니고 전국민이 좋아할 선택을 하자는 포퓰리즘(Populism, 일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 형태)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국회 ‘5분발언’으로 스타가 된 미래통합당 의원 윤희숙은 지금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는 경기 부양 효과도 크지 않다며 선별 지급론을 펴고 있다. “국민이 지원금을 쉽게 나서서 쓰고 그게 또 다른 소비를 낳는 연결 고리가 활발히 작동해야 교과서의 재정승수(財政乘數) 개념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윤희숙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은 이들이 한우나 안경구매 등을 포기하고 이웃의 생계지원을 지지, 공동체로서 서로 연대하고 정치인들은 국민의 그런 따뜻한 면을 이끌어내자”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낙연도 “어려운 분들을 더 두텁게 돕는 차등 지원이 맞다고 생각한다. 올봄 1차 지급 때도 지금 같은 논의가 있었으나, 행정 준비와 국민수용성 등의 고민 때문에 전면 지급을 선택했다”면서 선별적 지원의 편에 섰다.


거칠게 말하면, ‘다 주자’는 이재명이나 민주당 최고위원 설훈 등은 옳지 않고 ‘누구만 주자’는 윤희숙과 이낙연 등도 전적으로 옳지는 않다. 반만 맞는 것이다. 하위 50% 같은 커트라인 정하기가 행정 실무적으로 쉽지도 않고, 또 그것이 꼭 맞는 기준도 아니기 때문이다.


실업자, 저임금 비정규 직업인, 영세 자영업자 등 코로나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취약 계층에게만 ‘핀셋’ 적용해야 하는 게 옳고, 이것이 국민적 합의라고 독재를 한다 한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일을 다음부터 신속하고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소득 수준을 나타내는 객관적 근거인 세금 신고를 투명하게 하고 정부가 갖고 있는 통계를 보강하는 작업을 해나가야만 한다.


미국과 캐나다 등 선진국들은 재난지원을 2원적으로, 즉 비상 고용보험과 비상 보조금 형태로 지급한다. 캐나다는 기존 EI(Employment Insurance, 고용보험) 자격 조건을 대폭 완화해 최소한의 소득이 전년도에 있었던 사람, 즉 경제활동을 하는 국민이 코로나 사태로 실업자가 됐거나 근무 시간(소득)이 줄었을 경우 4주에 1인당(가구당이 아니다) 2000달러(약 180만원)씩 6개월간 지급하고 있다.


이것은 고용보험을 특별히 확대 적용해 주고 있는 조치인데, 고용보험 외에 고용주 보조, 임대료 보조 등 다른 지원도 많고 노령(老齡) 연금 수급자들과 코로나로 여름방학 중 일거리가 없어진 대학 재학생들에게도 지원금을 주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와 무관하게 여전히 잘 사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은 전무(全無)하다.


캐나다와 GDP(약 1조7000억 달러)가 비슷한 한국은 왜 이처럼 합리적, 제도적으로 못하고, 전국민에게 얼마씩 한 번(또는 잘해야 두 번이다) 돈을 나눠주는 주먹구구식이고 비(非) 지속가능한 재난지원 행태를 보여야만 하는지 대통령 문재인 이하 정부 정책 담당자들과 여야 의원들은 깊이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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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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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카게살자 2020.08.28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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