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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박규영 "미움 받을 용기 없는 남주리, 나와 닮아 더 애착"


입력 2020.08.23 13:50 수정 2020.08.23 07:5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박규영ⓒ사람엔터테인먼트 박규영ⓒ사람엔터테인먼트

배우 박규영은 2016년 웹드라마로 데뷔한 후 JTBC '솔로몬의 위증, '그냥 사랑하는 사이',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 SBS '녹두꽃', 영화 '괴물' 등에 출연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그리고 2020년 '사이코지만 괜찮아' 남주리 역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남주리는 극중 괜찮은 정신병원의 7년차 간호사로, 강태(김수현 분)를 짝사랑하지만 그의 마음이 문영(서예지 분)을 향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곁에 머무는 인물이다. 또 혼자 있을 때는 허당스러운 구석이 있지만 엄마 순덕(김미경 분)외에 사람에게는 정돈된 모습만 보여준다. 박규영은 그런 남주리가 자신과 닮아있어 더 애착이 갔다.


"주리를 많이 좋아했어요. 오랜 시간 함께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되돌아보니 너무 금방 끝난 것 같아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주리는 물 위에서 아름다운 백조로 보기이 위해 아래서 미친 듯이 발길질을 하는 캐릭터라고 들었어요. 물 아래에서 발길질을 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겠죠. 한편으론 미움 받을 용기가 없는거고요. 그런 주리의 마음이 저와 비슷했어요."


강태를 짝사랑하며 매번 선을 긋고, 예의있는 거절의 말만 들었던 박규영은 철벽을 향해 혼자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상인(김주헌 분)이 나타나며 웃기 시작하는 주리의 모습에 함께 기분이 좋아지고 치유가 됐다고 연기하며 느낀 점을 말했다.


"제가 주리였던 것 같아요. 연기 하며 공감을 많이 했어요. 아무리 연기라해도 '됐습니다', '아닙니다', '괜찮아요'란 말만 들으니 외롭더라고요. 주리는 누구에게 기대지 못하는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상인 대표님이 나타나면서 사랑받는 여자가 됐잖아요. 주리가 숨 쉴 구멍이 생겨 저도 힐링 했어요. 시청자 입장으로는 아픔과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들이 모여서 '안괜찮아도 갠찮아'라고 서로 말하는데, 치유하는 과정이 잘 드러나있어서 이 작품에 참여하는 내내 제 마음도 좋았어요."


박규영은 외로움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주리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은 옥상에서 강태에게 차이는 신이었다. 차이면서도 좋아하기 때문에 강태를 배려하는 주리의 마음이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다. 박규영은 자신이 느낀 마음을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부담과 긴장을 했던 신이었다.


"주리가 정말 강렬하게 처참하게 거절 당하고, 차이면서도 '성진시에 있을 때까지만 집에 있어달라'고 말해요. 그 마음이 얼마나 비참할까 싶었어요. 비참한데 꾹 참고 예쁘게 이야기 하고 싶은 주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연기자 동료들이 그 장면을 보고 주리의 감정을 너무 잘 느꼈다고 피드백해줬어요."


'괜찮아 사랑이야'는 많은 명대사를 만들어냈다. 박규영은 자신이 팔로잉하는 명대사 아카이빙 SNS에 주리의 사진과 대사가 올라온 것을 보고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대사를 연기할 수 있어 특별했던 경험이라고 떠올렸다.


"주리가 강태에게 '너무 힘들면 이기적이어도 된다'고 말하는 대사가 있어요. 사실 전 그 대사가 주리 본인에게 필요한 이야기 같았거든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 대사를 SNS에 올리고 공감을 하는 걸 보니, 연기할 때도 좋았는데 다른 사람들도 좋아해서 기분이 좋았어요."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박규영 중견배우 김미경과의 모녀 호흡도 빼놓을 수 없었다. 박규영은 모두를 품을 수 있는 아우라와 공기마저도 따뜻하게 바꿔버리는 김미경과 엄마와 딸로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선생님들과 연기를 하면 너무 긴장이 돼요. 베테랑들이시고 폐 끼치고 싶지 않거든요. 선생님과 초반부터 케미스트리가 잘 붙을 수 있었던 이유는 선생님께서 덕분입니다. 세트에서 내내 선생님 팔을 붙잡고 다녔어요. 주리 모녀를 좋게 봐주셨다면 그건 모두 김미경 선생님 덕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박규영ⓒ사람엔터테인먼트 박규영ⓒ사람엔터테인먼트

박규영은 작품 속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자기 안에 있는 수 많은 박규영의 다른 얼굴을 하나씩 꺼낸다. 아예 없는 모습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떤 한 면을 꺼내며 조금 더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제 안에는 많은 박규영이 있어요. 성격이 어떠냐고 물으면 '밝아요', '어두워요' 이런식으로 대답은 못하겠어요. 연기하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이번엔 어떤 결의 박규영을 꺼내볼까'란 생각을 해요. 내 안에 전혀 없는 캐릭터를 맡았을 때는, 아직 그런 적은 없지만 그거대로 잘 해내고 싶어요."


드라마를 끝낸 박규영의 최대 관심사는 '쉼'이다. 어떻게 해야 잘 쉬고 재충전 해 앞으로 나아갈지 고민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잘 쉴 수 있을까, 몸과 마음이 건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요. 마음이 건강한 방법은 아직 못찾았어요. 나와의 대화를 많이 하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요. 잘 쉬는 방법을 잘 찾아봐야죠. 그런데 이걸 찾은 분이 많을까요?"


박규영의 또 하나 취미는 영화보기다.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는 홀로 새벽에 CGV아트하우스로 가 영화를 즐겼다. 영화를 보고 느껴지는 여운을 새벽공기 속에서 느낄 수 없어 아쉽지만 집에서 취미를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 박규영이 빠져 있는 작품은 '본투비 블루', '찰리 컨트리맨', '블루밸런타인', '먼훗날 우리'다.


"자극적이거나 시각적으로 아름답지만 감정이 피곤한 영화보단, 그냥 사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을 주로 봐요. 그런 영화를 보면서 느껴지는 감정, 소스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관객 입장으로만 보는 영화도 있지만 보통은 해보고 싶은 연기나 대사가 있으면 혼자 있을 때 해봐요. 요즘은 중국배우 주동우에게 꽂혀있어요."


인터뷰를 소화하면 박규리는 이제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모든 일정이 끝이 난다. 이제는 정말 남주리를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다. 박규영의 마음 속에서 주리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있을지 궁금했다.


"상인 대표님 사랑 받으면서 엄마 밥 맛있게 먹고 지낼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수간호사랑 굉장히 오래 지냈는데 인간의 불신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냥 제가 바라는 바는 성진시에서 사랑받으며 예쁘게 잘 지냈으면 좋겠네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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