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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방송계 성인지 감수성①] ‘미투’·‘정준영 사태’가 던진 화두


입력 2020.08.20 12:28 수정 2020.08.20 12:30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편의점 샛별이' 선정성 논란…"불쾌감 유발"

'1박2일' 정준영 방송캡처 '1박2일' 정준영 방송캡처

"법원이 성희롱 사건을 심리할 때는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대법원이 2018년 4월 열린 대학교수의 제자 성추행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 시각에서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밝힌 내용이다. 대법원 재판부가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언급한 순간이었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성별 차이에 따른 불평등 상황을 인식하고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하는 민감성을 뜻한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 삼는 과정에서 가해자 중심적 문화·인식·구조 등으로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면서 대법원도 성범죄 피해자 보호에 나선 것이다.


'성인지 감수성'은 지난해 수행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법정 구속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법원은 "성범죄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선 안 된다"며 '성인지 감수성'을 판단 근거로 유죄를 선고했다.


이후 '성인지 감수성'은 새로운 시대적 가치로 떠올랐다. 대중문화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미투 운동'이 확산하고 승리, 정준영이 얽힌 버닝썬 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국내 방송계에서 나 몰라라 했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성차별적인 발언을 그대로 내보내는 제작진과 이를 방관하는 방송사의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박2일' 정준영 사례는 제작진과 방송사가 성인지 감수성에 얼마나 둔감한지 여실히 보여줬다. 이 프로그램은 2016년 전 여자친구의 신체 일부를 촬영한 혐의로 물의를 일으켰던 정준영을 3개월 만에 복귀 시켜 물의를 빚었다. 이후 2019년 버닝썬 사태가 터졌고, 정준영은 술에 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쇼미더머니4' 블랙넛 방송캡처 '쇼미더머니4' 블랙넛 방송캡처

2015년 엠넷 '쇼미더머니4'는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송민호의 여성혐오 가사를 여과 없이 내보내 물의를 빚었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래퍼 블랙넛은 촬영 중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를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지만 그는 하차하지 않았다.


SBS 예능 '미운우리새끼'는 지난해 12월 성폭력 의혹에 휩싸인 가수 김건모의 청혼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 뭇매를 맞았다. 파경으로 잡음을 빚은 구혜선의 방송분을 통편집 했던 제작진이 시청률 일등 공신인 김건모는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여고생과 성인 남성의 키스신, 오피스텔 성매매 장면 등을 묘사해 선정성 논란을 빚은 SBS 주말드라마 '편의점 샛별이'에 법정제재인 '주의'를 줬다. 소위원회는 "성인용 웹툰을 '15세 이상시청가' 등급의 드라마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시청자에게 불쾌감과 혐오감을 유발할 정도로 제작진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지난해 7월 지상파 및 종합편성채널(종편), 케이블에서 방송 중인 33개 예능 및 오락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결과 성차별적 내용이 32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진흥원은 "예능에서 여성 출연자들은 애교와 섹시 댄스를 요구받고, 기대되는 이미지에서 벗어난 행동을 했을 땐 가혹한 지적을 받는다. 또 가만히 있어서도, 그렇다고 자신을 많이 드러내서도 안 되는 등 유독 엄격한 기준과 잣대가 적용 된다“라며 ”제작진은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재미'가 누군가에게 폭력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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