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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정의 어쩌다] 연예인 나이, 그 가혹한 편견

  • [데일리안] 입력 2020.08.16 07:00
  • 수정 2020.08.18 21:20
  •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연령주의 차별, 세대 전반에 퍼져

언론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눈살

'온앤오프' 엄정화 방송분 캡처

"나는 내 나이를 기사를 보고 안다. SNS에 사진을 올리면 '엄정화, 50대 맞아?' 이런 제목의 기사가 올라온다. 30대 중반부터 계속 이런 기사를 접했는데 나이 든 걸 창피해야 하나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가수 겸 배우 엄정화가 tvN 예능 프로그램 '온앤오프'에서 친구 이소라와 대화하면서 고백한 내용이다. 엄정화는 영화 인터뷰에서도 나이 얘기를 언급했다. 연예계 활동하면서 매 순간 나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말이다.


엄정화의 말에 적잖은 이가 공감했다. 한국 사회에서 '나이'는 모든 분야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나자마자 나이를 묻고, '빠른년생'을 따지며 서열을 정하는 광경은 꽤 익숙하다. 나이에 대한 차별과 편견 역시 뿌리 깊게 존재한다. 나이가 어리면 뭘 모른다고 무시하고, 많으면 쓸모없는 존재로 여긴다. 특정 나이에 대한 편견은 수도 없이 들었다. 여성과 남성 모두 '결혼 적령기'를 넘으면 노처녀, 노총각으로 낙인찍히며 "왜 결혼 안 해?"라는 말을 수없이 듣는다.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청춘들에게는 "그 나이 먹도록 이룬 거 없이 뭐 했느냐"는 뼈아픈 말도 무심코 뱉는다.


노인을 향한 편견은 더 아프다. 나이가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노인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친다. 이렇다 보니 노인들 스스로 나이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나이가 들면 젊은 시절의 나보다 못할 것 같다는 걱정거리도 생긴다. 더 나아가선 나이가 만들어내는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세대 간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온앤오프' 엄정화 방송분 캡처

편견과 고정 관념을 걷어내야 하는 미디어와 대중문화는 오히려 나이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동시에 '나이 듦'을 비난하기까지 한다. 특히 대중에 노출된 연예인 나이에 대한 잣대는 더 가혹하다. 엄정화 같은 여성 연예인에게 가하는 외모 지적이 그렇다. 주름 하나도 용납하지 않는 등 나이에 따른 외모 기준을 정해놓는다. 나이에 어울리는 역할과 능력을 구분하기도 한다. 어떤 배우의 캐스팅 기사가 났을 때는 배우의 나이를 내세우며 '무리수 캐스팅'이라고 지적한다.


연예인의 근황 사진을 다룬 매체들의 기사 제목은 더 심하다. '40대 애 아빠 맞아?', '믿기지 않는 50대 유부녀 몸매' 등 나이에 대한 편견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40대 아빠는 어떻게 보여야 하고, 50대 유부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조회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곤 하지만 볼 때마다 씁쓸하다. 나이 차이가 나는 연예인 커플의 결혼 기사 제목도 눈에 띈다. '무려 20살 차이 커플', '연하남 낚는 능력녀' 등 연하의 연인과 결혼하면 '능력 있는 남성, 혹은 여성'이라고 평가받는다.


미디어가 드러내는 이 같은 편견은 연예인 스스로 위축되는 부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나이를 신경 쓰다 보면 도전하고 싶은 것에 주저하게 되기 때문이다. 엄정화 역시 그랬다. "28, 29살부터 이제 발라드 가수로 바꿔야 한다", "그 나이에는 춤추면 안 된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말을 부르짖지만 나이에 집착하는 한국 사회의 썩은 뿌리를 쉽게 뽑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우리는 나이에 대한 편견과 기준을 '만만한' 연예인에게 노골적으로 들이댄다. 누군가 당신에게 '나이'를 언급하며 "그건 아니다", "못한다"라고 단정하면 어떨까. 사람의 가치를 단지 나이로 재단하는 폭력적인 편견을 이제는 내려놔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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