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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장영남 "박행자와 도희재의 간극, 고민했지만 희열"


입력 2020.08.17 11:11 수정 2020.08.17 11:1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장영남ⓒ앤드마크 장영남ⓒ앤드마크

배우 장영남이 최근 종영한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반전의 키를 가지고 시청자를 흔들었다. 극중 괜찮은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을 잘 보살피는 상냥한 수간호사로 등장했지만 후반 문강태(김수현 분)의 엄마를 죽이고 사라진 고문영(서예지 분)의 엄마 도희재였단 사실이 밝혀지며 드라마 장르를 순식간에 스릴러로 바꿔놨다.


친절한 수간호사에서 사이코패스 도희재가 가지고 있는 극명한 차이를 장영남은 연기로 메꿨다. 장영남은 자신의 캐릭터의 진짜 모습을 초반에는 잘 알지 못했다. 고문영의 사라진 엄마라는 설정까지만 알고 있었고 후반부 어떻게 등장하는지 알게되면서 걱정을 하게 됐다.


"저도 깜짝 놀랐어요. 초반에는 엄마라는 이야기만 들었어요. 이렇게 임팩트 있고 센 캐릭터일지는 몰랐거든요."


캐릭터의 비밀과 온도 차이 때문에 장영남은 어느 때보다 고민을 많이 해야 했다. 박행자가 알고보니 도희재란 사실이 밝혀졌을 때 시청자들을 놀라게 함과 동시에 납득시켜야 했다.


"간호사 할 때 너무 힘들었거든요. 속이는 건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닌가봐요. 수위 조절 하기도 힘들고요. 차라리 밝혀지니까 마음이 편해지던걸요. 간호사로 보여졌던 시간이 반을 훨씬 넘어가는데, 사람들이 나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시청자가 임팩트 있게 봐주셔서 다행이고 안도했습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있어서 도희재 존재가 밝혀지는 운전하는 신은 극의 빠질 수 없는 하이라이트다. 지문에는 '클레멘타인 음악이 흐르고 운전을 하고 있다. 박행자다'라고 적혀 있던 장면이었다. 장영남이 읽은 초반 대본에는 '박행자다'가 아닌 '한 여인이다'라고 적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인에서 박행자란 이름이 지문에 적혀져 있는 것을 보자 새로운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 전에 나비 브로치를 보는 신이 있었는데 그 때 입매만 살짝 나왔어요. 방송으로 봤을 때 '누가 봐도 나인데'란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벌써 들키면 안되는데' 조마조마 했어요. 그런데 그 신에 사람들이 많이 의미를 안 둔 것 같아요. 그래서 차 안에서의 등장신이 충격적일 수 있었어요. 제가 대본을 읽었을 때의 기분을 시청자들도 같이 느낀 것 같아요."


그 동안 장영남은 친근하고 정의로운 역을 주로 해왔기 때문에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의 연기 변신이 더 놀랍게 다가갈 수 있었다. 평소 해보지 않았던 연기였기 때문에 스스로도 희열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짜릿하고 좋았어요. 해보고 싶은 역할이었거든요. 연기를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긴 하는데, 늘 다른 것만 할 순 없잖아요. 감사하게도 새롭고 강렬한 역할을 하게 되서 스스로도 고무적이라고 느껴요."


장영남은 도희재 역을 준비하기 위해 보험금을 타기 위해 남편 두 명을 살해하고, 엄마, 오빠, 동생에게 화상을 입히고, 자신의 집을 방화해 한 명을 사망케한 '희대의 연쇄살인마' 엄여인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엄여인이란 살인마 이야기를 듣고 '도희재는 엄여인 같을 것이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엄여인이 사이코패스 진단 만점을 받고, 모두가 신뢰 할 수 있는 외모를 가졌다고 하더라고요. 딱이다 싶었죠. 그래서 박행자가 보여주는 친절함에 힘을 썼어요. 아무도 저를 의심하지 못하게요."


장영남은 이번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김수현, 서예지, 오정세에 대해 '귀감이 되는 배우들'이라고 칭찬했다. 선배지만 후배들의 열정을 보며 느끼는 바가 많았다.


"수현 씨는 솔직히 너무 잘생겨서 놀랐어요. 인기 스타면서도 주변 사람들한테 긍정의 에너지를 주더라고요. 그러다가 카메라가 돌면 눈빛부터 변해요. 순간 몰입도가 뛰어나더라고요. 연기하면서 '저 친구가 잘 될 수 밖에 없겠구나'를 느꼈어요. 예지 씨는 제 딸이지만 너무 아름다워요. 자기도 힘들텐데 배려심 있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어요. 책임감 있게 연기하려는 모습이 남달랐고요. 외모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친구라고 말하고 싶어요."


"오정세 씨와는 실제로 작품에서 처음 만났어요. KBS '동백꽃 필 무렵'을 너무 재미있게도 봤고, 그 동안의 연기를 너무 좋아했어요.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이미 얼굴 근육과 눈빛이 상태가 되어있더라고요. 그 점이 멋졌어요."


장영남ⓒ앤드마크 장영남ⓒ앤드마크

대본을 보고 연기를 하며 치유를 받았다는 장영남은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어른들의 성장 이야기라고 평했다.


"악한 캐릭터지만 작품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잘 읽혔어요. 작품을 하며 나는 어떻게 성장해나가야 할 것인가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장영남이 느낀 '성장'이 더 궁금해졌다.


"영남으로, 엄마로, 배우로, 아내로 각각 어떻게 성장해나갈지 생각해봤어요. 각각 성장 지점이 다른 것 같아요. 모든 일이 내 계획대로 되진 않잖아요. 변수들을 어떻게 맞이하며 나를 가져갈 것인가를 고민했어요. 그리고 고통스러운 순간이 온다면, 그 시간들이 나를 성장시키는 과정인 것 같아요."


이 작품은 영어 제목으로는 'It’s okay not to be okay'(안괜찮아도 괜찮아)다. 장영남에게 '안괜찮아도 괜찮아'를 느낀 순간들은 언제였을까.


"매 순간이네요. 안 웃긴데 웃긴 척, 안괜찮은데 괜찮은 척, 불편한데 안불편한 척 매번 우리는 척을 하고 살잖아요. 그렇게 안하면 주변이 너무 불편해지니까요. 드라마를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를 위로해주면서 살 수 밖에 없다는 걸 느꼈어요."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첫 방송 시청률 6.1%(닐슨코리아)로 시작해 ) 7.3%로 종영했다. 화제성은 높았지만 한류스타 김수현의 복귀작 명성에 어울리는 수치는 아니었다. 장영남 역시 낮은 시청률에 대해서 아쉬움을 느꼈다.


"시청률에 연연하진 않으려 해요. 다행히 화제성면에선 뒤쳐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본방송 외에 넷플릭스나 다시보기로 많이 보잖아요. 시청률은 낮은데 주변에서 알아보고 잘 보고 있다고 말씀해주시는 일이 많더라고요. 시청률 잘 나오는 작품은 확실히 재미있어요. 하지만 수치로 모든 것이 평가 되는건 안타까워요. 보여지는 것 외에 이면의 귀중한 것들을 알면 단편적으로 좋을텐데 말이죠. 이렇게 말하지만 저도 어느새부터 '시청률이 좀 잘나와야 할텐데'란 생각을 해요. 나조차도 길들여진거죠. 세상과 타협한 부분이긴한데 아쉬워요."


바쁜 드라마 촬영을 마친 장영남은 이제 현대무용과 노래에 도전해 쏟아낸 에너지를 재충전 하려 한다. 고여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면서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웃어보였다.


"현대무용에 무한한 로망이 있어요. 무용이 굉장히 어려운 춤인데 멋있더라고요. 또 몸을 움직이면서 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서적으로도 좋을 것 같고요. 기본적으로 멈추지 말고 나를 꾸준히 단련하자란 생각을 항상 해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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