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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소소한 영화관] 여행의 낭만이 그리워질 때 '카오산 탱고'


입력 2020.08.07 13:56 수정 2020.08.07 13:57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태국 올로케이션 독립영화

홍완표·현리 주연…김범삼 감독 연출

<수백억대 투자금이 투입된 영화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영화의 재미와 의미를 담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선한 스토리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작지만 알찬 영화들이 있습니다. 많은 스크린에서 관객들과 만나지는 못하지만, 꼭 챙겨봐야 할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카오산탱고'ⓒ카오산탱고제작위원회 '카오산탱고'ⓒ카오산탱고제작위원회

시나리오 취재를 위해 태국 방콕을 처음 방문한 영화감독 지망생 지하(홍완표 분). 태국의 정취를 느끼며 여행하던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하영(현리 분)을 만난다. 하영은 방콕이 제2의 고향이 된 '프로 태국 여행러'다. 방콕에 위치한 여행자들의 성지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둘은 자연스럽게 동행하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한다.


'카오산 탱고'는 태국 올로케이션으로 진행된 여행 영화다. 이국적인 여행지에서 '썸'을 타는 두 남녀의 이야기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여행을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있는 요즘, 여행에 대한 로망을 충족시켜준다.


영화는 트라우마를 지닌 두 남녀가 여행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는 과정을 담는다. 지하는 형을 잃은 가슴 아픈 과거를 마음에 묻고 있다. 형과 형수, 그리고 자신이 행복했던 순간은 다시는 오지 않을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지하의 표정은 시종일관 슬프고 어둡다. 상처를 드러내지 않아도 상처가 있는 사람처럼 안쓰럽다.


반면, 하영은 과거 따위는 없는 듯 현재를 여행 중이다. 어디 한곳에 진득하게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 다닌다. 밝아 보이는 하영의 이면에도 슬픔이 자리 잡아 있다. 엄마 뱃속에서 나와 탯줄이 잘리는 분리 경험을 언급하며 자신이 겪었던 상실의 아픔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카오산탱고'ⓒ카오산탱고제작위원회 '카오산탱고'ⓒ카오산탱고제작위원회

전혀 다른 성향일 것 같은 두 사람의 여정은 여행자들의 천국인 태국의 이국적인 풍광과 어우러져 소소한 재미를 준다. 관광객의 발이 닿지 않는 깊숙한 골목에 자리 잡은 담벼락과 건물, 거리에 있는 푸르른 나무, 태국 여행의 필수 코스 짜오프라야강, 방콕의 랜드마크 풍경, 흩날리는 바람까지도 생생하게 담아냈다


태국 카오산 로드의 불빛이 날 것 그대로 담긴 점도 흥미롭다. 예산이 빡빡한 독립영화라 한국에서 장비를 가져가기도, 태국 현지에서 장비를 조달하기도 힘든 탓에 포터블 LED 조명기기 단 한 대를 활용해 태국의 반짝이는 빛을 담았다. 자연광, 실내 등, 거리에 있는 불빛들에 의존해 촬영했지만 자연스러운 톤과 완성도 높은 영상미가 돋보인다.


제목이 '카오산탱고'인 것처럼 열정적인 탱고 OST도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국내 밴드 라 벤타나가 참여해 자유로운 여행자의 흥을 끌어올린다. 태국 특유의 분위기와 캐릭터 감정의 흐름에 맞는 음악들이 나와 극의 몰입을 돕는다.


'이병헌 감독의 페르소나'인 홍완표와 재일교포 배우 현리가 캐릭터를 담백하게 연기했다. 홍완표는 감독으로서 꿈꾸는 열정과 트라우마 있는 한 인물의 아픔, 그리고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어쩔 줄 몰라하는 복합적인 인물을 매끄럽게 표현했다.


묘한 분위기를 내는 현리는 태국에서 자급자족 살아가고 있는 하영을 똑부러지게 연기했다. 지하를 리드하는 모습에선 여장부 같은 모습도 보인다.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이라는 책과 동명의 다큐멘터리가 영화의 출발점이다. 김범삼 감독은 "태국이라는 나라와 여행자들의 거리인 카오산 거리에 대해 알게 됐고, 그때부터 태국과 카오산 로드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다"라며 "태국을 취재하면서 겪은 마법 같던 순간들을 영화로 녹여냈다"고 밝혔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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