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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병은 아는 척하지 말고 전세 사는 30~40대 말 들어봐라


입력 2020.08.03 08:30 수정 2020.08.03 08:11        데스크 (desk@dailian.co.kr)

독재 집권 당 변호 앞장선 초선의 서투른 충성심

집 소유욕 강한 국민 정서와 현실적 이익 몰이해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민주당 초선의원 윤진병은 순진한 사람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똑똑한 척하지만 뭘 모르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을 서울시 행정1부시장으로 올려 준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변호하기 위해 그럴듯한 말로 에둘러 피해자에 2차 가해를 하더니 이번엔 공감 연설로 스타가 된 미래통합당 초선의원 윤희숙에게, 질투심이 생겨서는 아닐 것이고, 임대차3법을 벼락같이 몰아붙여 전국의 임차인과 임대인들을 일시에 혼란에 빠뜨리며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 자신을 공천해 준 민주당을 변호하기 위해 또 공을 엉뚱한 방향으로 찼다.


윤준병은 올해 59세의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국회의원이 됐다. 민주당이 박원순계인 그를 고향인 전북 정읍·고창 지역구에 공천해 이 지역에서 시장과 국회의원을 오래 한 전 민생당 대표이자 윤준병의 전주고, 서울대 2년 선배인 유성엽을 가볍게 제쳤다.


그는 박원순이 성추행 피소 직후 목숨을 끊어 여론이 분분해지니 한마디 바쳐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는지 이렇게 적었다.


“침실, 속옷 등 언어의 상징 조작에 의한 오해 가능성에 대처하는 것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박 시장은 누구보다도 성인지 감수성이 높은 분이며 순수하고 자존심이 강한 분이시라 고소된 내용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주변에 미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후에 전개될 진위에 대한 정치권의 논란과 논란 과정에서 입게 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죽음으로서 답하신 것이 아닐까.”


그리고 전세 소멸을 급격히 앞당겨 임차인들이 받게 될 고통을 대변한 윤희숙의 5분 연설의 의미를 축소하거나 폄하하려는 듯 “민주당 주도의 부동산 개혁 입법이 전세가 월세로 전환될 것을 재촉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전세 제도가 소멸되는 것을 아쉬워하는 분들이 있다. 이분들의 의식 수준이 과거 개발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라고 깎아내리는 논평을 했다.


그의 말대로 전세는 한국에 특이한 제도이며 소득 수준 증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멸할 운명을 지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는 윤준병이 아니라 많은 경제 전문가들과 부동산 업계에서 전망해 왔던 것이고, 선진국들 사례에서 볼 때도 그렇게 예상해야 맞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충격과 고통이 덜하다. 더구나 집은 먹는 것, 입는 것과 함께 사람들 삶의 기본 요소인데, 의(衣)와 식(食)은 요즘 국민 소득 수준에서 그리 큰돈이 들어가는 게 아니므로 주(住)가 거의 유일하게 나라와 이웃이 배려를 해줘야 할 가장 중요한 생존조건이다.


이런 집 문제를 하루아침에, 가격 폭등으로 대통령과 집권당 인기가 떨어지자 이를 회복해 볼 목적 하에 졸속으로, 중요 법안들을 단독 처리해 시장을 들쑤셔 놓고 비판과 비난이 거세게 일어날 조짐을 보이자, 이 국면에서 뛰어난 합리적 연설로 인물난 속의 야당에 대어(大魚, 윤희숙)까지 뜨게 되자, 아는 것 많은 윤준병이 자진해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그의 투구(投球) 내용은 얼른 보면 타자가 치기 어려운 빠른 직구 같지만, 공이 가벼워 맞으면 홈런이 되기 쉬운 것들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은행의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사람도 대출금의 이자를 은행에 월세로 지불하는 월세입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전세로 거주하는 분도 전세금의 금리에 해당하는 월세를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개인은 기관과의 경쟁에서 지기 때문에 결국 전 국민이 기관(은행)에 월세를 지불하는 시대가 온다”라는 대목이다.


윤준병은 이런 말을 함부로 쓰기 전에 거리에 나가 이제 막 가정을 꾸리고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30~40대들을 만나 얘기를 해보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전세와 월세란 은행에 낼 돈을 집주인에게 내는 식의 적은 차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세금 5억원인 아파트를 은행에서 대출 받아 사는 것과 그 5억원 중 2억원을 보증금으로 내고 월세를 내고 살면 매월 부담이 60만원 ->100만원으로 40% 높아진다고 한다.


이와 같은 현실적 이익 외에 한국 국민에게 뿌리 깊은 집에 대한 소유욕도 무시해선 안 되는데, 이것이 부동산 시장에서 이유가 충분한 것으로 입증돼 왔다는 사실을 윤준병이나 집권당, 해당 부처, 청와대는 알고 있어야만 한다.


북미 선진국에 사는 한인들 대부분의 머릿속에는 “렌트(Rent, 월세)는 버리는 돈이며 집을 사서 은행에 내는 모기지(Mortgage, 융자) 원금과 이자는 남는 것이다”라고 각인돼 있다. 예전에는 벌어서 렌트 내고 자동차 유지비 내고 먹을 것 사서 살면 됐다. 남의 집이나 내 집이나 사는 건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오히려 세금 안 내고 집 수선 등 골칫거리가 없어서 좋은 면도 있었다.


그러나 해외자금 유입이나 이민자 증가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지금 시대에는 ‘렌트는 버리는 돈’이란 말이 한인들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 사이에 진리가 되었다. 다른 나라들에서조차 이럴진대, 큰 도시로의 진출과 집 소유 의식이 유난히 강한 한국에서 “월세 생활이 보편적인 시대가 온다. 집 살 생각 말고 월세 살면 된다”라고 말하면 좋은 소리 듣겠는가? 더구나 그건 옳은 말도 아니다. 전셋돈은 집 살 종자돈이며 자기 집 소유자로 올라가는 사다리다.


윤준병은 다주택자이다.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연립주택(2019년 재산신고 당시 약 4억원)이 있고, 마포구 공덕동에 오피스텔(약 2억원)을 가지고 있다. 그는 비판이 일자 1가구1주택을 실천하기 위해 구기동 집에서 30년 살았으며 공덕동 오피스텔은 퇴직 후 활동을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필자는 그의 말을 믿는다. 그는 진보 진영 사람들의 대표 이미지가 된 위선과는 거리가 있는 공직자로 보인다. 실력과 원칙과 소신도 있는 사람으로 서울시에서는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학교와 시청 안에서만 성인 인생을 대부분 살아온, 현실 경험이 얕은 나이브테(Naivete, 순진, 나이브한 언행)의 모습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무모하게 폭주하고 있는 소속 당을 방어하려 한 그의 순진하지만, 현실을 모르는 자원봉사 행위가 집 없는 사람들을 화나게 해 해당(害黨) 행위의 결과가 되고 있으니 윤준병의 처지가 안타깝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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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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