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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국회③] 쪽수로 기습처리 후 '법' 빌미로 야당압박 '입법독재'


입력 2020.08.02 04:00 수정 2020.08.02 06:45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공수처 후속 3법, 4일 본회의 처리 예고

개정법 빌미로 공수처 압박 거세질 듯

성과 둘째치고 절차적 정의는 무너져

상임위 독식 이어 안좋은 선례 또 기록

지난 7월 29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김태년 위원장이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7월 29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김태년 위원장이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고위공직자비위수사처(공수처) 후속 3법이 오는 4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부동산 대책이 급하다며 각 상임위 기습상정과 기립표결을 하는 와중에 공수처 후속 3법도 포함시켜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독주'라는 정치적 표현을 넘어, 절차적 정의를 무시한 '입법독재'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미 7월 15일자로 공수처법이 시행 중이고, 후속 3법에 여야 쟁점이 없다는 이유로 처리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공수처 후속 3법은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안 △국회법 일부개정안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운영규칙 개정안으로 공수처장을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으로 규정하는 등 여야 간 특별히 쟁점이 크진 않은 게 사실이다.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규정은 막판에 삭제했다. 당초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운영규칙 개정안'에는 교섭단체가 기한 내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다른 교섭단체로 하여금 위원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야당이 추천위원을 이유로 시간끌기를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취지였다.


해당 규정에 대해 양당체제인 21대 국회에서 의미가 없고, 미래통합당의 추천권을 박탈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었다. 운영위 수석전문위원은 "교섭단체가 2개인 상황에서는 각 교섭단체별 몫이 법률상 정해지므로 (국회의장이) 교섭단체를 달리 지정할 수 없다"고 보고했고,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도 "오해를 살 수 있는 규정"이라며 한 발 물러났다.


미래통합당의 '위원 추천권'은 남겨뒀지만, 공수처 출범을 위한 민주당의 대야압박은 법 통과를 계기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번 개정안에 '국회의장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를 지체없이 구성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다. 독단적으로 법을 개정하고, 다시 '법'을 빌미로 야당을 압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이는 절차적 정의를 무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에 처리된 부동산 관련법과 마찬가지로 소위회부, 법안심사 등의 절차를 생략하고 독단적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운영위는 국회운영의 룰을 정하는 위원회로 '여야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한 곳이지만 개의치 않았다. 더구나 운영위는 겸임 상임위원회로 타 상임위가 열리는 중에는 개최하지 않는다는 관례를 어겼다는 점에서도 야당의 반발이 크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도박적 승부수로 돌파구를 연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거대 집권여당에 지워진 무거운 책임감에 그만큼 압박도 컸다는 얘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독단적으로 처리했다는 비판은 감수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부동산 시장 안정과 공수처 출범 등 성과를 내면 국민들이 평가를 해주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성과를 낸다고 해도 이번 입법독주 사태는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과만 좋다면 과정은 상관없다는 주장과 같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독재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발전할 소지도 크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좋은 결과물이 나오더라도,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없는 이유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결과는 살펴봐야할 일이지만, 다수의 힘만 있다면 언제든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만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민주당에 많이 배우고 있다"며 자조적으로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토론한번 없이 쪽수로 법안통과시키는 건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인민민주주의"라며 "입법독재"라고 규정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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